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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색한 간첩단 사건…정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8. 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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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 후 대화' 고집 부리는 남한과 재개 전망인 6자회담
2011.08.03

고승우

한반도를 커다란 관점에서 바라볼 때 세 가지 현상이 눈에 띈다. 북미 대화 국면 진입, 남북 냉각 관계 지속, 남한에서 대규모 간첩단 사건 발표 등이 그것이다. 한반도 분단과 관련한 현상을 놓고 벌어지는 제각각의 모습이다.

 

북미 두 나라는 정전 58주년이 된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풀자는 방향을 잡았다. 남한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북한의 대화공세에 대응해온 방식을 여전히 바꾸지 않고 있고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라는 일차적 목표를 달성했는데 이후의 행보가 관심의 대상이다. 남한에서는 특히 공안당국이 5명이 구속되고 12명이 압수수색을 받은 ‘반국가단체 왕재산’ 사건을 발표해 일부 야당은 물론 통일운동 진영 등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반도 문제는 향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재가동되어 다뤄질 전망이다.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에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북미 관계정상화 등에 대한 합의사항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와 안전을 정착시킬 로드맵이 들어 있다. 앞으로 북미가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하고 다른 회원국들이 동조할 경우 한반도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 실마리가 풀리게 된다.


    

동아일보 7월30일자 2면

 
6자회담이 긴 시간 동안 동면 상태에 들어간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 ‘그랜드 바겐 구상’도 큰 몫을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가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해결되어야 할 국제적 사안인데도 그것을 ‘북한 비핵화’로 단순화 시켜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남한이 대대적으로 경제적 지원 등을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고집했다. 6자회담의 과제를 남북한의 과제로 변형시키려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구상은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이 지난주 공식 회동에서도 되풀이 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를 통해 당시 남측의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핵 프로그램 폐기를 전제로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남측의 제안을 북측이 냉담하게 거절했다"고 전했다. 위 본부장이 청와대의 지시가 아닌데도 북측에 그런 견해를 밝혔다면 6자회담의 기본 취지가 무엇인지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남북은 금강산 관광지의 남측 정부와 기업의 재산 문제로 여전히 부딪히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너무도 간단하다. 즉 남측 기업 등은 남북 당국의 합의에 따라 대북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에 남북 당국간 대립상황에서 발생한 기업의 피해에 대해 남북 당국이 충분히 보상한다는 원칙을 공유하면 된다. 그렇다면 그 해결방식은 삼척동자도 쉽게 찾을 있을 것이다.

 

한편 남측의 서울중앙지검은 이른바 ‘일진회’ 사건을 ‘반국가단체 왕재산’ 사건으로 부르면서 그 수사 결과를 지난 29일 발표했다. 이 사건은 현직 민주노동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가 하면 구속자 중에 민주당 전 당직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더 수사해보면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지만 발표 시기와 내용 등이 석연치 않다.

 

우선 그 시기다. 이명박 정권 들어 지속적으로 추진한 대북정책이 북미대화와 6자회담 추진으로 큰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사건은 혹시 현 정권의 대북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충격 요법의 하나라는 의구심이 든다. 재판으로 확정되기도 전에 간첩단 사건이라고 딱지를 붙인 점은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며 특히 과거 간첩 사건이 재심 등을 통해 무더기로 무죄로 판결나는 현실을 살폈을 때 검찰의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급변하는 21세기에서 남측 사회에서 남북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크고 다양하다는 점을 살피면 이번 공안당국의 처사가 더욱 궁색하게 보인다. 북한은 남한 실정법상 반국가 단체이지만 국제법상 어엿한 국가다. 오늘날의 간첩 개념이 냉전시대의 그것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남측 사회의 발전 상황과 국가보안법의 비합리적인 측면을 살필 때 공안당국의 ‘간첩사건’ 발표는 더욱 생뚱맞다. 진보적 정당들의 통합 논의가 활발한 상황에서 공안 당국의 간첩단 사건 공표가 어떤 효과를 낼지도 살피면 정치공작의 하나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한반도가 국제 정치에서 차지하는 더욱 비중이 커지면서 분단 해소 문제 등의 해법이 무엇인지가 점차 확실해지고 있다. 남측의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얼마 전 정전협정 58주년과 관련해 평화협정은 북한이 주장하니까 절대 안 된다는 장문의 해설기사를 내놓은 것은 시대착오적인 지식인 집단이 남측 사회에 여전히 즐비하다는 반증의 하나다.

 

한반도 문제는 현 시점에서 볼 때 북미 대화와 6자회담의 틀 속에서 그 해법이 모색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잘못 시작한 대북 정책이 그 동안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았는지를 철저히 반성하고 뒤늦었지만 역사적인 큰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과거 독재정권의 수법으로 꼼수를 부리는 식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게 엄청나게 뒤틀린 남북관계 등을 바로 잡기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칼럼은 미디어 오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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