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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통합, 어떻게 될 것인가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7. 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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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로 정한 진보통합 시한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진보대통합으로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진보진영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가 6월 1일, ‘최종합의문(5.31합의문)’을 채택해 진보통합정당 건설에서 큰 전진을 이뤘으나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고 복잡하다. 모든 진보세력이 진보대통합의 울타리 안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단일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각각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타리를 낮추자는 것부터 한발 더 나아가 울타리를 더 넓게 확장하자는 세력, 울타리를 더 높여서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는 세력, 현재의 울타리가 맘에 들지 않아 뛰쳐나갈 기회를 엿보는 세력 등 다양한 움직임이 공존하고 있다.

 

연석회의의 한 축이었던 진보신당은 당대회에서 최종합의문 승인을 8월로 미룬 채 애매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과연 8월에는 승인할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다. 당내 독자파의 강경 기류를 봤을 때 승인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참여당이 진보통합 참여 행보에 연일 속도를 내고 있어서 국민참여당의 진보통합정당 참여 문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 진보진영 내부에서의 논란은 본격화되고 치열해지고 있다.

진보대통합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민주당은 야권대통합론을 본격적으로 들이밀고 있다. 민주당이 통합에 뛰어들면서 진보통합 지형도 더 복잡해지고 있다. 국민참여당과 합당할 거면 민주당과의 합당은 왜 안되느냐는 소리도 나오고 실제 진보세력 일부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단일정당 건설에 동조해 움직이기도 한다.

 

분산된 진보세력을 하나로 모아 진보의 힘을 키우고 야권연대를 주도해 2012년 총선, 대선을 승리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진보대통합이 어떤 결실을 맺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보통합정당 건설의 현황과 쟁점을 짚어보고 전망을 그려본다.

 

진보통합정당 참여의 시금석, 5.31합의문

 

5.31합의문은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가 반년여에 걸친 논의 끝에 낳은 결과이다. 합의문에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노총을 비롯해 12개 정당, 단체 대표자들이 서명했다. 대표자들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올해 9월까지 건설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치와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쟁점 문제에 대해서도 일정한 합의를 이루었다.

연석회의에 참가하다가 최종합의문을 거부한 사회당은 스스로 진보통합정당 참여에서 이탈했다. 사회당이 ‘진보혁신정당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나름대로 진보재편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5.31합의문의 바깥에서 아무리 해본들 ‘도로 사회당’의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다.

 

5.31합의문은 내용에 있어 일부 문제점도 안고 있다. 대북문제 관련해 합의될 수 없는 일방의 주장을 ‘존중한다’는 식으로 명기한 것이나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 사회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과 같이 적절치 못한 표현이 있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대안 이념과 사회상을 명확하게 과학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한계도 있다. 그밖에도 부족한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5.31합의문은 진보통합정당을 반드시 건설하자는 확고한 의지의 천명이며, 그동안 진보세력이 실천 속에서 공통의 과제로 내세운 가치와 정책들이 종합, 망라되어 있다. 5.31합의문에 기초해 그 기본 정신은 계승하고 한계와 문제점은 극복하는 것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과정이 될 것이다. 5.31합의문이라는 토대에 의거치 않고서는 진보통합의 난맥상과 복잡함을 해결할 길이 마땅치 않다.

 

문제는 진보신당이 5.31합의문을 승인하지 못한 데서부터 발생했다. 진보신당은 6월 26일 임시당대회를 열었으나 합의문 승인을 보류함으로써 진보통합정당 참여를 확정하지 않았다. 대신 ‘진보신당 조직진로와 관련한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는데, 5.31합의문이 미흡해 2차 협상 결과를 보고 8월말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합의문에 명시한 절차와 시한을 위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진보통합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새통추)’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늦춰지고 있다. 7월 15일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7월안에는 구성하기로 겨우 합의를 이루었으나 국민참여당 문제 등으로 인해 새통추에서의 추가협상도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민주노동당은 6월 19일 당대회에서 합의문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방침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어서 수임기관(정당법상 대의기관의 위임을 받아 통합작업을 전담하는 기구)을 구성하고 ‘진보신당과 5.31 최종합의문에 동의하는 정당, 단체, 개인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7월에 구성하여 아래로부터 대중적인 참여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진보신당의 당대회 결정을 어떻게 볼 것인지 이견이 존재하는데, 진보신당의 복잡한 당내 사정이 전체 진보통합에도 큰 복잡성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민참여당이 전격적으로 5.31합의문을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참여당은 7월 10일 중앙위원회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여기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정책적 정치적 오류와 부족함에 대한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5.31합의문에 동의하고 ‘이것을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출발점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국민참여당이 5.31합의문에 동의한다고 밝힌 조건에서 기존 진보진영에서는 국민참여당을 받아들일 것인지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진보진영 연석회의는 국민참여당이 합의문에 동의 의사 표시를 해오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바 있고 민주노동당은 7월 19일 수임기관 2차회의를 통해 당내 논의의 물꼬를 열었다. 진보신당은 여러 차례 국민참여당의 통합 참여를 반대하는 결정을 확인한 바 있고 당대표를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분명한 어조로 국민참여당은 통합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5.31합의문 승인을 보류한 진보신당에 비춰 5.31합의문에 동의한 국민참여당이 왜 배제되어야 하는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신설합당 불발된다면, 다른 방식은 어떤 것?

 

5.31합의문에 따르면 새로운 통합정당은 신설합당 방식으로 건설하게 되어 있다.

신설합당은 당과 당이 합당해 새로운 당명과 강령, 당헌을 갖게 되는 방식이다. 법적으로 합당의 주체는 정당만 가능하기 때문에 단체, 개인은 정당간의 신설합당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일단 국민참여당 문제를 논외로 했을 때, 진보신당이 당의 공식기구에서 합당을 결의하지 못하면 신설합당은 불가능하다. 진보신당이 거부한다고 진보통합정당 건설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방침’에서 ‘신설합당 방식으로 진보신당 등 타 정당을 포함한 진보진영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한다. 단, 신설합당 방식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방식으로 이를 추진한다’고 했다. 다른 방식으로는 신당 창당, 흡수합당, 재창당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신당 창당은 ‘제3지대 창당’, ‘헤쳐모여’ 방식이다. 기성 정당 구조와 질서를 탈피해서 새롭게 모이자는 것이다. 이 방식은 작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이중 당적이 안되기 때문에 기성 정당을 우선 해산하거나,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탈당을 해서 신당으로 모여야 하다. 해산이 안될 경우 신당과 기존 정당이 공존하게 되는 혼란이 발생하고 모든 당원들이 입당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과정에 유실되는 당원도 많을 것이다. 지역구 의원을 제외한 비례의원은 자격을 상실하고 국고보조금 등 정부 지원도 끊어진다.

민주노동당은 그대로 있고 진보신당의 통합파들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한 후 민주노동당과 신당이 다시 신설합당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신당 창당에는 상당한 인적, 재정적 투입이 필요하고 창당 과정의 상당 기간이 소요되어 진보통합정당 9월 건설은 불가하고 올해 안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흡수합당은 하나의 정당이 결의해 다른 정당에 일방적으로 합쳐지는 것이다. 사실상 현실성이 전혀 없다.

 

재창당은 기존 정당이 당명, 강령, 당헌을 변경해 새롭게 등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다른 세력, 개인들이 합류해 정치적으로는 신당창당의 의미를 가지면서 기존 정당의 인적, 물적 자산을 그대로 계승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진보신당이 합당을 결의하지 못할 경우, 통합에 동의하는 진보신당 당원들과 새롭게 참여하는 시민사회 그룹, 민주노동당이 상호존중의 원칙에서 하나의 당으로 정치적 통합을 이뤄낼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신당 창당, 법적으로는 민주노동당의 재창당인 셈이다.

 

국민참여당이 통합에 참여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민참여당은 진보신당과 마찬가지로 같은 위상, 권한을 갖고 있는 정당이다. 국민참여당 내부는 진보신당처럼 복잡하지 않아서 당 지도부의 결단에 따라 대다수가 통합에 합류할 것이고 신설합당이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과정의 유실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통합절차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신설합당 방식이 최선이다. 다만 진보신당이 통합을 결의하지 못하고 진보진영 내부의 복잡함으로 인해 국민참여당 참여가 어려운 경우, 정치적인 제3지대 신당창당으로 갈 수 있다. 민주노동당을 모태로 폭넓은 세력이 참가해 신당창당 수준의 재창당을 하는 것이다.

 

‘부속합의문2’, ‘국민참여당 합류’, 얽혀있는 쟁점

 

민주노동당은 8월 12일을 협상 완료 시점으로 정했다. 진보신당과 통합문제를 우선하기로 했기 때문에 진보신당과의 협상 완료 시점으로 이해할 수 있고, 진보신당과의 통합문제가 일단락된 후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문제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진보신당과의 통합문제가 어떻게 일단락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민주노동당은 8월 21일, 진보신당은 8월 28일 각각 당대회를 예정하고 있어서 8월 중순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협상의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국민참여당 문제’와 ‘통합정당의 운영방안(부속합의문2)’이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의 최근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통합의 가능성을 계속 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진보신당은 당 내부에 국민참여당과 통합 반대론이 강경한 편이다. 조승수 대표는 통합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심상정, 노회찬 등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선통합론을 펴는 등 통합 반대 기류가 세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문제가 불거질수록 진보신당과의 통합에 장애가 조성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반면에 진보신당이 통합을 최종 결정할지도 알 수 없고 국민참여당이 5.31합의문에 동의한 마당에 국민참여당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진보신당과 부속합의문2를 합의한 후에는 국민참여당과의 협상이 아주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사실상 선통합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부속합의문2’ 협상도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민주노동당은 진성당원제의 성격에 맞게 당원 중심의 당운영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반면에 진보신당의 안은 지도부, 대의기구, 공직후보 전체에 걸쳐서 구체적이고 확실한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공동대표제 이후 2012년 총선 직후 5월까지 지도부 선출을 새로 하자는 반면 진보신당은 2012년까지 공동대표제를 유지하고자 한다.

진보신당의 안에 따를 경우 진성당원제의 원칙이 훼손되고 상당 기간동안 지도력이 분산되어 당의 조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어서 쉽게 허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주목되는 민주노동당의 선택과 행보

 

여러 가지 난관과 갈등이 있어서 통합의 최종 모습이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활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 종착점은 9월의 새로운 진보통합정당 건설 당대회장이다. 진보세력은 통합정당의 당명으로 10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그 위력을 일차로 검증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어떤 결단을 할 것인가 주목되고 있다. 진보신당과의 통합에서 다툴만한 사안은 다 드러났고 논의도 충분히 했다. 국민참여당은 분위기만 조성되면 당장에라도 통합에 참여할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사실상 결단만 남은 셈이다.

진보신당과의 해묵은 분열문제, 재결합하기 위한 지난한 논의과정도 거의 끝에 와있다. 당연히 합쳐야 할 것을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하면서 통합에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과거의 문제를 봉합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보의 외연을 확장하자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진보소통합’에 그치지 말고 진짜 ‘진보대통합’을 하자는 것이다. 국민참여당이 과거에 대해 성찰하고 진보진영의 정책합의에 동의하는 전환을 한 상황에서 한국정치판을 뒤흔드는 위력적인 진보대통합의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시종일관 진보통합을 주도하고 있으며, 민주노동당이 소통합이냐 대통합이냐를 결정하는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이를 주도할만한 중심성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대통합의 원칙과 방향에 따라 결단성있게 움직이고 당원들과 진보적 대중 속에서 새로운 진보정치의 포부와 열정이 끓어오르면 세상이 놀랄만한 진보통합정당 건설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9월이 기대된다. 새로운 진보통합정당,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2011년 7월 25일

희망정치연구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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