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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찍어도 회복되지 않는 미국경제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6. 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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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연구소 백남주 상임연구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준)는 4월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 기준금리를 포함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단위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2차 ‘양적완화’조치를 예정대로 6월 말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양적완화’란 쉽게 말해 돈을 찍어 시중에 푸는 것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내어 시중의 국채를 매입하면 국채는 중앙은행으로 들어가고 현금이 시중에 풀리게 되는 원리다. 일반적인 나라들의 경우 화폐를 너무 많이 찍어내면 그만큼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극단적으로는 아무도 그 나라 화폐를 보유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세계화폐로 통용되는 달러(모든 상품들이 달러로 거래되므로 달러를 보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화폐를 새로 찍어 시중에 뿌릴 수 있는 것은 세계화폐로 통용되는 달러의 힘 때문에 가능한 조치다. 이러한 미국의 달러 찍어내기는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들이 경제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달러자산을 많이 쌓아둔 상황에서 주변국들의 자산 가치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세계적으로 달러유통량을 증가시켜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자국의 위기를 해외로 수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미국은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기준금리를 제로수준(0~0.25%)으로 낮추고, 국가재정을 동원한 엄청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썼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급격한 하락세는 멈췄지만 회복세는 미미했다. 특히 실업률은 여전히 9%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러한 현황에서 미 연준은 2009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차로 1조7,500억달러규모의 양적완화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경기는 생각만큼 좋아지지 못했고, 2010년 11월에 6,000억달러를 추가로 풀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규모가 약1조달러라고 했을 때 2배가 훨씬 넘어가는 금액의 달러를 찍어낸 것이다.

이러한 양적완화 조치는 기준금리가 0%까지 떨어져 있고 정부의 재정여력도 바닥난 상황에서 미국이 경제정책으로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2차 양적완화를 종료한다고 한 시점에서 미국경제의 여건은 어떨까? 마지막 카드를 빼든 만큼 미국경제는 회복되었는가?

2차 양적완화 후 미국경제 좋아졌나?

연준이 6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를 공식 발표한 것은 2010년 11월 3일 이었고, 8월 말부터 버냉키 연준 의장은 2차 양적완화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해왔다. 그렇다면 대략 2010년 3분기의 경제현황과 현재의 상황을 한 번 비교해보자. 



먼저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보면 2010년 3분기 2.6%(전기대비 연율 : 전기대비 성장률을 1년 기준으로 환산한 것. 예를 들어 전분기와 비교해 현재 분기의 성장률이 1%라고 하면, 이정도 속도로 4분기를 성장한다고 생각해 연율로 대략 4%정도 성장했다는 것)이었던 것이 2011년 1분기에는 1.8%(전기대비 연율)로 오히려 하락한 상태다. 정부의 재정여력 악화에 따라 지출을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유가 상승 등으로 일반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주택부문의 경우 침체의 골은 더욱 깊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 지수라 할 수 있는 케이스-쉴러 지수는 2010년 3분기 148.2에서 2011년 2월 139.3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하락세를 잠시 멈췄던 주택가격이 다시 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집값이 떨어지니 집을 팔아도 주택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주택압류 사태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압류주택이 늘어날수록 이를 헐값에 다시 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집값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제회복의 열쇠라 할 수 있는 고용의 경우 여전히 높은 실업률을 기록 중이다. 2010년 8월 9.6%를 기록했던 실업률은 2011년 4월 9%로 하락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역시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치이고, 3월 8.8%까지 하락했던 실업률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마켓워치(2011.5.23.)는 2010년 8월 이후 풀타임 근로자는 1억1,180만명에서 겨우 70만명 늘어 1억1,250만명이 되었는데, 2차 양적완화 규모 6000억달러를 감안하면 일자리 하나 만드는데 850,000달러(약9억3,500만원, 1$=1100원)가 쓰였다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같은 기간 파트타임 근로자는 약60만명 줄었다. 결국 60만명의 파트타임 근로자가 풀타임 근로자로 바뀐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2차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를 혹평하고 있다. 고용률은 작년 8월의 58.5%에서 58.4%로 낮아졌고, 경제활동참가율은 0.5%포인트 떨어졌다.

최근에는 꾸준히 상승하던 산업생산 부문마저 일본 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전체의 제조업 동향을 보여주는 공급관리협회(ISM) 지수는 5월 53.5로, 전월 60.4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50을 기준으로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세라는 의미. 이하면 반대).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물가는 상승하고 있다. 2010년 8월 1.1%상승(2009년 8월과 비교해)했던 소비자물가는 2011년 4월 전년동월대비 3.2%로 급등한 상황이다. 경제회복은 지지부진한데 물가상승 압력은 커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 더욱 심해지면 정부는 물가를 잡기위해 시중의 돈을 회수하자니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더 풀자니 물가부담이 커져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2차 양적완화를 예정대로 종료한 것에는 물가불안도 작용했다.

이렇게 풀린 막대한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이기에 경기를 끌어올리지 못한 것일까?

양적완화를 통해 중앙은행으로부터 달러를 건네받은 금융자본들은 미국 내에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건네받은 돈을 다시 중앙은행에 예치(저금)해 놓고 이자를 받아먹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증시, 상품 시장 등으로 유입되어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곡물,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켰다. 



결국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조치로 풀린 돈은 미국내 생산적인 부분에 투자되기 보다는 주식에서부터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투기목적으로 사용되며 새로운 거대 거품을 형성시켰다. 게다가 주변국들의 불만들은 커져만 갔다. 미국 달러자산을 많이 가진 국가들은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손실을 입어야 했고, 유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세계는 물가상승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이러한 물가상승은 이번 중동 민중들의 투쟁의 도화선으로도 작용하며 친미적인 정권을 위협했다.

그렇다면 2차 양적완화를 종료하기로 한 현 상황에서 미국은 자국 경제 회복을 위해 향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거덜 난 미국의 곳간

민간부문의 경기회복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결국 정부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정부 재정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재정은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시켰다.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가진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시킨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미국의 재정적자 현황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2010년 기준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2300억달러로 GDP의 8%에 이른다. 최근 재정악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스페인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 의회 예산국은 올해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GDP의 9.8%에 해당하는 1조5000억달러로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 부채도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2010년 말 14조달러를 돌파했고 5월 16일 법정 채무한도인 14조2940억달러도 넘어선 상황이다. 부채한도가 초과하면 미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신규로 돈을 빌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빠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가 추가로 빚을 얻기 위해서는 의회에서 채무한도를 증액해 주어야하는데 공화당이 지출축소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 5월31일(현지시간) 미 하원은 큰 표 차로 2조4000억달러의 부채 상한을 늘리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현재 미국은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재정긴축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지출 감축 등 어떻게 정부 지출을 줄일 것이냐에 대한 양당 간의 정치적 대립이 있을 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의회에 2012년 회계연도(2011.10~2012.9)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향후 10년간 약1조1000억달러 재정적자를 감축해 2014년 이후에는 재정적자를 GDP대비 3%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현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출로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3차 양적완화?

다음으로 미 연준이 추가로 돈을 찍어내 시중에 뿌리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3차 양적완화 조치 역시 하나의 카드일 수 있다. 과연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의 가능성은 없는가?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을 예측해보는데 있어서의 핵심요소들은 ▲향후 경기전망, ▲물가수준, ▲주변국들의 반응 등일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의 경제현황은 2차 양적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2차 양적완화 조치가 6월말로 끝나면 그나마 시중에 공급되던 돈들도 줄어들 것이고, 그에 따라 경기의 추가하락 가능성이 크다. 투기로 인해 급등했던 주가 등은 상승 여력을 상실하는 등 곳곳에서 거품이 꺼져가는 모습들이 나타날 수 있다. 여러 경제지표들도 둔화 혹은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12년 대선이 있는 상황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실업률은 오바마 행정부의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높은 실업률 하에서 재선은 불가능하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양적완화 조치가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추가 양적완화에 대해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대한 요구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커져갈 수 있다.

한편, 양적완화 조치는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므로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물가상승압력이 큰 상황이라면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하기란 부담스럽다. 하지만 현재 물가상승의 내부적 요인이 쌓여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경기후퇴에 따른 디플레이션(통화량의 축소에 의하여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우려가 큰 상황이다. 따라서 미 정부는 물가보다는 경기회복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당장엔 추가적인 양적완화 가능성이 적을지 모르지만 점점, 특히 대선이 다가올수록 추가적인 양적완화 가능성들이 커져갈 것이다.

하지만 3차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에 관해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주변국들의 반응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는 세계적인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달러자산의 가치 하락을 가져와 주변국들의 불만을 사왔다. 특히 물가폭등이 하나의 계기가 된 아랍민중들의 투쟁은 친미적 성향의 정권들을 위협했다. 양적완화를 또 시행하게 되면 주변국들의 불만이 더욱 높아질 것이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들의 불만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만일 이러한 이유로 인해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 시행이 힘들다면 미국은 다른 방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선 환율 조정압력을 통한 수출확대 정책, 정치·군사적 힘을 동원한 시장개방 강요, 세계적 긴장 고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지금까지 미국경제의 간략한 현황을 살펴보았다. 미국경제의 침체는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기준 금리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고, 곳간은 이미 비어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경기회복을 위한 다른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미국이 어떤 조치들을 취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한국경제에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경제정책을 놓고 본다면 더 이상 쓸 만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또다시 돈을 찍어내는 3차 양적완화 조치가 미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커져 서민들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고, 미국 자본의 유입으로 곳곳에 거품이 생겨나 한국경제의 불안요인들은 커질 것이다. 한편 주변국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라 양적완화 조치에 부담을 느낀다면 미국은 개별적 국가들을 대상으로 통상압력을 강화한다던지, 정치․군사적 힘을 이용해 자본이 진출할 곳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 한국에 있어서는 쇠고기 수입 개방 등의 통상압력 강화나 한반도의 긴장고조(물론 이를 경제적인 문제로만 판단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로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이는 동시에 진행 될 수도 있다.

6월 30일 2차 양적완화 조치를 전후로 한 미국의 경제상황과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을 주시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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