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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멸하는 한국 농촌, 소는 누가 키우나? -2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6. 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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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농업생산구조의 기형성과 의존성 



                                                                                            김성훈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사멸하는 한국농촌, 소는 누가 키우나? -1>에서는, 농업과 농촌의 현실 및 역대 정권의 정책 기조를 살펴보았다. 한국 정부는 농업 개방정책을 끊임없이 강화하며, 이로 인해 파생되는 농민의 불만을 단기적으로 무마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였다. 정부가 제시하는 수많은 미래한국의 청사진 속에 농업, 농촌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대책 없는 정책기조 속에서, 한국 농업의 생산구조는 1)가구당 경지 면적이 매우 적은 소규모 경작이 일반적이며, 2)토지소유관계에 있어서 여전히 지주-소작제가 온존하며, 3)농기계 보급의 취약성과 비료원료, 종자 등에 대한 해외의존성이 매우 높은 기형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농업 생산관계의 기형성과 의존성에 대하여 알아본다.



1. 소규모 영농의 확대와 지주-소작제 강화 







농민들은 전업농의 경우 일반적으로 논과 밭을 합하여 2만 평 정도의 규모가 되어야 농사가 된다는 정서를 갖고 있다. 겸업농의 경우는 대략 1만 평이다. 이러한 생활적인 정서가 존재하게 되는 것은 그들의 일상 농사 경험 때문이다. 1ha가 약 3030평임을 감안하면 6ha 정도, 겸업농은 3ha가 되어야 가족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표 1>에 나타난 실제 농가의 토지보유 현황을 보면, 1.0ha 미만의 소규모 영농 비율은 2010년에 45.75%에 달한다. 게다가 1.5ha 미만으로 범위를 소폭 확대하면 농가 비율은 60%를 상회하며, 83.61%가 3.0ha 미만의 농지에서 경작(2010년 기준, 통계청)하고 있다. 열에 여덟은 자신의 땅만 농사를 지어서는 생계 꾸리기가 팍팍하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소규모 토지 소유 농가의 비중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5.0ha 이상의 대규모 토지를 소유한 농가의 비중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토지 소유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확대되어가는 지주-소작제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지주-소작제는 해방 이후 토지 개혁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았다. 유상몰수-유상분배 방식으로 이루어진 토지개혁으로 인해 대다수가 소작농이었던 농민들은 토지를 골고루 분배받을 수 없었다. 또한 대지주는 사라졌으나 이는 중소규모의 지주와 소작농, 그리고 소규모 토지를 가진 자작농들로 재편된 것에 불과하였다.



한국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조교수로 재직 중에 있는 김 원 교수는 해방과 전쟁 직후의 농촌 현실을 ‘농촌의 재 전통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해방공간과 전쟁 기에 고조된 계급적 각성과 전통적 농촌질서의 해체효과가 약화되고, 일시적으로 전통적 농촌질서가 부활(http://blog.naver.com/labor2003, 김 원 교수 블로그에서 인용)‘한 것을 일컫는 것이다. 그는 토지개혁으로 거의 소멸되었던 소작제가 50년대에 부활하고 심지어 노예제의 잔해인 머슴도 상당수 존재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1956년 김준보 교수는 ’......당시 농가 중 부채 없는 농가가 없으며, 그중 현금부채가 일반적이고, 소비부채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부채는 대부분 고리부채다. 또, 절량농가(絶糧農家, 양식이 떨어진 농가를 의미함, 인용자 주)는 농촌에 일반적으로 파급되어, 중농(中農)마저 먹고살기가 급급하고, 상환미와 임시토지수득세(50년대에 현물로 납부했던 세금의 일종, 인용자 주)는 농민에게 식생활을 보장치 않을 정도로 과중......‘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사실상 이승만 정권의 토지개혁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토지가 농민에게 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집중되면 지주-소작관계는 강화된다. <표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한국 농촌에서 임차 농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62%대로 증가하였다. 특이한 사실은 순수 임차농가보다는 자작과 소작을 병행하는 농가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설명한대로, 자신의 토지만 경작해서는 가계를 꾸려가는 것이 어려워 소작을 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통계다.



고령화된 농민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땅을 직접 경작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그들은 땅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하여 남에게 팔지 않고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땅을 물려받은 자식 세대는 이를 팔거나 임대한다. 농사를 더 지어야만 하는 상대적으로 젊은 가난한 농민들은 이들의 땅을 빌려 소작한다. 만약 어쩌다가 논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오더라도 이들이 이 땅을 구매하기도 쉽지 않다. 농지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논 1평 당 3만원에 해당하는 자금을 저금리로 융자해주고 있다. 만약 1평에 5만원 하는 논 3천 평을 농민이 사려면 1억 5천만 원이 필요하다. 이 중 9천만 원은 정부에서 대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당장 6천만 원이 없는 것이다. 사실 논 3천 평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는 조그마한 땅임에도 소작농은 이를 살 수 없다.



이러한 사정으로 한국 농촌의 소작은 계속 강화되고 있으며, 반면 순수 자작농은 37%까지 감소하였고 경지가 아예 없는 농가도 0.7% 존재하고 있다.



전체 농지 중에서 임차농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농지개혁 직후인 51년, 8%에서 꾸준하게 증가하여 2010년에 절반에 가까운 47.9%에 달하게 되었다(표 3). 소작농이 지주에게 납부하는 임차료의 비중은 밭작물의 임차료율 급락으로 전체적으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일모작 논농사의 임차료율은 37.7%까지 급증하였다.



임차료는 1차적으로 토지면적 당 일정 비율로 결정된다. 농사지을 땅을 일정 기간, 대체로 1년에 걸쳐 소정의 임대료를 내고 빌린다는 것이다. 







논에서의 임차료율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같은 면적에서 수확되는 쌀 등의 작물에 대한 판매가격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말 가마니 당 16만 2천 원 선을 유지했던 산지 쌀 가격은 2010년 수확기인 10월 말에 이르러 13만 8천 원으로 약 15%나 하락하였다. 자신의 땅에서 수확되는 쌀의 양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쌀 가격이 떨어지면 소작농의 총수입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토지임대료의 비중이 높아지는 셈이다. 밭에 대한 임차료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반대의 경우라 생각할 수 있다. 과수, 특용작물 등의 밭작물은 상대적으로 논에 비해 고소득 작물이 많고, 이들의 가격대는 유지 내지 상승해온 측면이 있다. 따라서 밭에 대한 임차료율은 하락추세를 보인다.



최근 농촌의 현물납부 비율을 보자면, 쌀 3가마니 중 1가마니, 5가마니면 2가마니를 임차료로 지불한다. 이를 토대로 소작농가의 임차료를 추측해보자. 우리 집 땅이 5천 평(약 1.35ha)인데 5천 평 정도를 추가로 임대하여 1만평(약 3ha) 농사를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으로 논 20평 당 쌀 1가마니(80kg)가 생산되므로, 이 경우 5천 평에서 생산된 250가마니 중 100가마니를 현물 지대로 지급한다. 80kg짜리 쌀 1가마니 소비자가격이 18만 원 선이니 지주는 1800만원을 임차료로 받은 셈이다.



봉건적인 현물납부가 절반을 차지 







자본주의가 일찍부터 확립된 국가들을 살펴보면, 현물형태의 지대 납부는 화폐 경제가 점차 발달함에 따라 봉건시대 중-후반기에 들어서면서 현금납부로 상당부분 대체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확립되어 있다고 보이는 한국의 농촌 지대 지불형태는 아직도 현물형태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표 4). 부연 설명 하자면, 무상임차의 형태로 임대되는 토지(약 10%)는 대체로 가족 간 임차이거나 수리시설이 갖추어지지 못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작지의 경우에 해당한다.



한국 농촌은 가구당 경지면적이 매우 적어 62%의 농가가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야 하며, 전체 농지의 절반에 가까운 47.9%의 땅이 소작에 이용되고 있으며, 지대를 지급하는 방식도 현물납부가 절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1세기에도 한국 농촌은 그 경제적 구조에서 아직까지 봉건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쌀 직불금 파동으로 폭로된 21세기 지주-소작제



그렇다면 21세기의 지주는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까.

21세기 지주는 현재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으나 상당수가 도시에 거주하며 자신의 고유 직업을 가진 채 농지를 임대하는 형식으로 존재한다. 앞에서도 살펴본 바처럼, 현지에서 직접 소작을 주는 지주는 대체로 고령의 농민이다. 이 외는 모두 도시에 거주하는 ‘부재지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부재지주’와 ‘소작농’의 관계는 2008년 국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쌀 직불금 파동에서 드러난 바 있다.



쌀직불금 제도는 2005년 WTO/DDA 협상으로 추곡수매 형태의 농가보조금 지급이 더 이상 힘들어지자, 이를 폐지하고 ‘식량 공공 비축제’ 및 ‘쌀 소득 보전 직불제’를 시행하게 됨으로써 시작되었다. 200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의원은 2006년 이후 쌀 직불금을 받은 대상을 공개하여 충격을 준 바 있다.



당시 강기갑 의원이 공개한 문서에는, 쌀 직불금을 받은 대상 중에 국회의원, 자치단체장은 물론 공무원 4만 여명, 의사, 교수, 변호사 다수와 더불어 ‘강남 타워팰리스 거주자 12명’을 비롯하여 연봉이 8억 6천만 원에 이르는 부동산 임대인이 1억 원 이상을 수령한 내용이 포함되어있었던 것이다. 누가 봐도 이 사람들이 직접 논에 들어가 쌀농사를 지었다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국정감사가 벌어지던 국회 본회의장은 크게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강기갑 의원실에 따르면, 2006년~07년 사이 전국적인 부당수령 추정자는 28만 명, 금액으로는 1683억 원에 달하였다. 특히 상당수 수령자가 직접 경작이 어려운 원거리에 농지를 보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실제 농사는 현지 농민이 짓고 있으나 땅의 소유주는 원거리의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형태가 일반화된 것이다. 또한 경기도 4개 시․군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쌀농사를 지어 농협에 수매한 실적이 있는 농가 1,752호(4,845ha) 가운데 1,331농가(76%)가 지주의 압력과 반대로 직불금 신청의 일부를 누락하거나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들이 바로 현대판 소작농의 실태다.



이제까지 우리는 농업 생산에서 가장 기초적인 생산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농지의 분배구조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한국 농업에서는 농지규모가 매우 적은 농가 수가 계속 늘어가며, 이들이 자신의 땅 만으로는 충분한 소득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지주의 농지를 빌려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되어가고 있다. 또한 봉건적인 지주-소작제는 철폐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유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 농업의 사정은 영국이나 미국 등의 전형적인 자본주의 국가의 농업 발전 경로와 판이하게 다르다. 전형적인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공업뿐만 아니라 농업분야에서도 자본가가 노동자를 고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자본주의적인 생산방식이 확립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 농업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확대되기는커녕 농업 분야에 대한 자본가들의 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고립되어 있는 양상이며, 자본가의 진출을 뒷받침해야 할 정부 정책은 미미하다. 이로 인하여 농지 이외에 또 다른 농업의 생산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농기계를 비롯한 종자, 비료 생산 등에서도 구조적인 취약함이 나타나고 있다. 아래에서는 이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한국 농업의 또 다른 약점 - 농기계와 종자, 비료



농기계와 종자, 그리고 비료를 생산하는 산업은 그 규모 면이나 향후 발전 전망 등에서 날이 갈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농기계는 농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중요한 생산수단이다. 특히 종자의 경우는 유전 공학의 발달로 세계적 범위에서 대량생산을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유전자변형에 의한 먹거리 안전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또한 친환경 유기농법이 각광을 받으면서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 생산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연구개발이 매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 정부의 농업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은 7210억 원이었다. 이는 미국 독점기업 ‘몬산토’의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비(1조2440억 원)의 겨우 58% 수준이다. 국가 전체 연구개발 사업이 기업 한 곳만도 못한 셈이다. 한국 정부가 농업에 얼마나 홀대하는지 단적으로 드러난 예다.



농가부채의 주요 원인, 농기계



우선, 한국 농촌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농촌의 노동인력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많은 농가에서 자체적인 노동이나 이웃들과의 품앗이로는 농사를 다 지을 수 없어 일용직을 고용하여 노동력을 확충하는 형편이다. 농사의 특성상 많은 부분을 사람이 직접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농기계의 개발과 보급으로 인하여 농민들은 농사의 일정 부분을 농기계에 의지하고 있다. 농수산식품부에 의하면 작년 기준으로 농기계를 이용한 작업은 전체 농사에서 50% 정도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농기계는 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다. 논농사의 경우 밭농사에 비해 넓은 지역에서 단순작업으로 이루어지므로, 이른 시기부터 기계가 투입되어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한국 농촌의 농기계는 경지 면적이 대체로 좁고, 산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형보다는 소형 위주로 이용되고 있다. 이들 대표 3종의 경우는 한국 농기계 생산 전문 기업들에 의해 일찍부터 개발되어 소형을 중심으로 상당량 국산화가 진행되어 있다. 







<표 5>를 보면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90마력 이하 등의 소형 농기계를 중심으로 국산화가 90%를 상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농기계 생산업체는 시장 점유율에서도 85% 이상을 차지(자료 : 농림수산식품부)함으로써 사실상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농기계의 경우는 반대로 국산화율이 미진하다.



한국 농촌의 현실에 맞는 농기계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업은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고 농사의 수월성을 높이는데서 매우 중요하다. 농기계의 국산화 비율이 높다는 측면은 대외의존적인 생산구조를 극복하는데서 일정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계는 생산에 수월하게 사용되어야 그 의미가 있다. 따라서 농업 전반에서 농기계가 보급되어 사용되는 실태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앞에서 잠시 살펴보았지만, 현재 농업에서 농기계가 사용되는 비율은 대략 50%수준으로 올라왔다. 문제는 농기계의 가격이다. 농민들이 주로 많이 사용하는 50마력 트랙터는 대략 3천만 원 , 4조 콤바인 5천만 원, 6조 이앙기 1천 5백만 원 선이다. 노동력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쌀농사를 지으려면 이런 기계가 다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땅 이외에 소작까지 고려한다면 농기계는 필수품이다. 때문에 농민들은 정부의 정책자금을 대출 받아서 농기계를 구매한다. 농사를 시작하는 마당에 기계 값만 1억 빚을 져야하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그러나 농기계 보급에 힘써야 할 정부는 정책자금 융자와 약간의 농기계 임대 사업 예산 지원 이외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농기계 임대사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04년 지방자치단체인 합천군에서 자체 예산을 마련하여 ‘농기계 대여은행’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대여사업에 나선 것이다. 이 사례가 전국에 소개되면서 최근에는 전국적인 시, 군 범위에서 ‘농기계 대여은행’이 설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한계는 많다. 농기계 보유 수량 자체가 아직 적고, 농기계 수리와 교체 비용이 시, 군의 지자체 예산으로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농기계 사용법을 교육할 인력도 부족하다. 국가적인 대책과 예산이 확보되어야 해결될 문제다.



수입에 의존하는 주요 종자와 취약한 연구 및 생산 기반



현재 종자를 연구 개발하며 생산하는 한국 기업은 농우바이오, 단 한 곳이다. 나머지 몇몇 기업들은 모두 외환위기 직후 미국의 몬산토나 일본의 사카타, 유럽의 신젠타 등 종자독점기업에 인수 합병되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종자 관련 기업이 단 한 곳이라는 것은 한국이 종자 산업의 불모지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표 6>을 보면, 국내에서 많이 생산되는 작물 20개 품종 중에 8개 품종이 이미 외국 종자에 점유당한 상황을 알 수 있다. 한국에 도입된 외국 종자는 현재까지 주로 과수와 밭작물 등 고소득 작물을 위주로 분포되어 있다. 이는 몬산토를 위시한 외국계 독점기업이 주로 이들 작물에 우선적으로 공을 들였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최근 방영된 KBS스페셜 ‘종자독점, 세계를 지배하다’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GMO 개발 회사들이 새롭게 노리고 있는 품종은 벼와 보리, 그리고 밀이다. 한국의 쌀과 보리 종자 시장도 중국, 인도, 베트남 등과 함께 이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새로운 종자 시장 중 하나다. 



유전자 변형 종자는 특허로 인하여 올해 수확한 작물을 내년에 종자로 사용할 수 없다. 모든 종자는 매년 다시 구입하여 파종하여야만 한다. 또한 특정 병해충에 대한 내성으로 인해 그 외에 다른 병해충에 대한 농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이 농약은 당연히 그 종자를 개발한 기업에서 제조하여 판매한다. 한마디로 종자와 농약은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되며, 농민들은 이를 한 번 사용하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사용해야만 한다.



이런 상태로 몇 년이 지나면 국내 토종 종자는 씨가 마른다. 그리고 나면 해당 기업은 종자 가격을 대폭 인상하게 마련이다. 실제 몬산토는 인도에서 Kg 당 5루피였던 면화 종자 가격을 몇 년 후 3200루피로 인상하였다. 몬산토가 1990년 인도에 상륙한 이래로, 지난 10년 간 인도 면화재배 농민 중 20만 명이 급증하는 농가부채로 인해 자살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멕시코의 옥수수, 아르헨티나의 콩 등 세계적으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유전자 변형 종자로 인한 문제는 이 외에도 많이 존재한다. 종자독점기업은 단지 종자를 독점 개발하여 이익을 취하는 것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농토를 황폐화하고 농업을 붕괴시킨다. 한국의 벼, 보리 등도 더 이상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들의 전략적 시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비료원료



한국은 화학공업 등의 장치산업이 발달했다고 알려져 있다. 화학공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비료산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화학비료를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화학비료의 생산에 들어가는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표 7>을 보면, 화학비료의 제조에 들어가는 주요 네 가지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요소와 암모니아는 대체로 원유를 그 원료로 하고 있어 그 보급 경로가 상대적으로 다양한 편이지만, 인광석과 염화칼륨의 경우는 확보 경로 자체가 매우 한정되어 있다. 이들 원광석은 대체로 해당 수출 국가에서 전략적인 광물로 취급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화학비료 생산은 수출국의 사정에 따라 원료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생산 중단 사태에 빠질 위험에 처해있다. 



이미 주요 인광석 생산국가인 중국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인광석의 수출량을 제한하는 등 자국 자원 보호 조치에 들어갔다. 인광석과 염화칼륨은 국제적으로 가격이 계속 상승하여 곡물가격 상승에 한 몫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화학비료에 사용되는 이들 원광석에 대한 확보에 매우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북한에 매장된 인광석과 염화칼륨에 대한 공동 개발 요구가 매우 높았음에도 이를 정치적 이유로 묵살하고 있다.



한국의 비료원료 수입 의존 경향은 화학비료 뿐 만 아니라 유기비료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유기비료 제조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원료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표 8>에 나와 있는 바대로, 한국은 유기비료 생산에 들어가는 대표적 원료 중 미강유박을 제외하고는 전량 수입하고 있다. 여기서 어미에 붙은 ‘박’이라는 것은 열매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 깻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주까리박은 아주까리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말한다. 미강유박의 경우는 쌀을 주원료로 하므로 수입하지 않지만 나머지의 경우는 전량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비료산업은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함으로써 구조적인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농업의 주요 생산수단을 구성하는 농기계와 종자, 그리고 비료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한국 농업은 해방 이후 산업적 측면에서 기계화 및 화학화 과정을 거쳐 쌀을 비롯한 작물들의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산업적인 토대는 자본 투자와 원료 조달 측면에서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정책 역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 더불어 농업의 생산관계는 봉건적 지주-소작제가 온존하면서 인구 구성도 급격하게 노령화되어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3. 농업을 재생하는 길만이 국민의 목숨을 보전하는 길



한국 농업은 해방 직후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개방정책과 살농정책으로 인해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우리는 농업의 존폐 문제를 결정할 권리가 없다. 국민의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보장을 생각한다면, 농업은 어떠한 경우를 막론하고 무조건 살려내야 하는 생명줄과 같은 것이다.



위기에 처해있는 농업을 살리자면 무엇보다도 대책 없는 개방농정 기조를 즉각 철폐하여야 한다. 그 동안의 각종 FTA와 WTO 협상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농민이 한 둘이었던가. 미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국가의 정치, 통상 압력에 못 이겨 각종 농업 보호 장치를 모두 없애는 행위는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곡물과 종자를 독점하고 있는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겠다는 매국행위와 다름없다.



최근 정부는 개방농정으로 인해 갈수록 악화되는 식량 자급률에 대한 보완 대책으로 ‘식량 자주개발률’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자주개발률’은 이미 주로 원유나 각종 지하자원 확보 시 사용되는 개념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부족한 자원을 외국의 현지 광산 등의 개발에 참여하여 일정 지분을 확보하는 식으로 산정한다. 이러한 지하자원 확보에 사용되는 방식을 식량 확보에도 도입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자주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개발된 해외의 현지 원료자원 조달은 해당 국가의 정치, 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식량 및 곡물은 그 고유한 성질로 보나 취급하는 방식으로 보나 원광석이나 원유 등과 동일시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둘을 동일한 방식으로 개발하여 확보하겠다는 생각은 정말 희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광우병 쇠고기 반대 투쟁에서 드러난 바 있듯이, 식량 안전 보장 및 주권확립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대단히 높다. ‘식량 자주개발률’ 개념 도입 정책은 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현 정부의 철학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식량주권 확립을 기본 정책기조로 하여 식량에 대한 자급률을 단계적으로 높여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보장하여야 한다. 학교 급식에 자기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사례처럼, ‘근거리 지역 생산 및 보급 정책’을 기본으로 하여 추진하는 것이 지역 경제의 자립성을 높이면서 농업을 살리는 지름길이다.



셋째로, ‘품종별 생산 총량제’ 개념의 농산물 생산량 관리제도가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해마다 작물 별로 수확량이 들쭉날쭉하여 가격이 폭등락하는 현상은 도시의 소비자는 물론이고 농민들에게도 시름만 안겨줄 뿐이다. 농산물 유통에 대한 정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현재 일부 시행되고 있는 계약 재배 물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농산물에 대한 생산량과 유통과정을 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농민들의 소득도 일정하게 보장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넷째로, 끊임없이 감소하는 농경지를 보전해야 한다.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농경지를 국가적 차원에서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주-소작제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한 농지 재분배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다섯째로, 종자와 비료 원료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종자는 농경지와 함께 농업의 기본 토대다. 한국의 기후와 환경에 맞고 품질이 좋은 종자를 개발하는 것을 기본 기조로 하여 다양한 종자를 개량, 개발해야 한다. 종자가 독점화되고 획일화되면 토양이 황폐화되며 병충해에 취약하게 된다. 이미 세계적으로 몬산토의 유전자변형(GM) 종자로 인한 다양한 피해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비료 원료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다. 남북경협을 통한 전략광물 확보와 더불어 유기비료의 원료를 국산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여섯째로, 장기적으로 농산물 공장 보급을 통해 기후에 영향을 덜 받는 재배환경 조성을 지원해야 한다. 이는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재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일정한 재배환경을 유지함으로써 농작물 수확에 대한 기후의 영향을 더욱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미 일본 등에서는 농산물 공장 개념의 설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농촌에 보급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기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농업의 특성을 보완하여 수확량에 대한 관리 효과를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의 농촌 정착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주거지는 물론 육아 및 가사 지원, 농사에 대한 전문성을 길러주기 위한 농업전문학교를 비롯한 각종 교양학교 마련 등 해야 할 일은 많다.



농업을 재생하는 길만이 국민의 목숨을 보전하고 다음 세대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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