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10월 7일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에서 800㎞로 확대하고 탄두 중량는 현재와 같은 500㎏을 유지키로 한 것이다. 둘째는 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일 경우 탄두 중량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방식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셋째는 무인항공기의 탑재 중량을 현재 500㎏에서 2.5t으로 5배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합의를 최대 지적 가운데 하나로 이를 내세우고 있다. 대다수 언론도 찬양 일색이다. 그러나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지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교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이 있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의 대가로 미국에게 제공하고 있는 선물의 구체적인 내역도 확인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사일방어체제(MD)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의 문제점을 따져보자.
한반도 군비경쟁 격화 불가피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북한이 선군정치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핵 억제력'은 그 대상이 되는 한미일 3자의 군사적 대응 수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핵 억제력의 핵심은 상대방의 공격 및 MD로부터 생존율을 높여 2차, 3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이 한국의 탄도미사일 능력 배가에 합의하고 MD 협력을 강화할수록 북한 역시 핵과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방법들로는 소형 핵탄두 개발 가속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의 핵무기 개발용 전환, 추가적인 핵실험 또는 미사일(로켓) 시험 발사, 이동식 미사일 개발·배치, 미사일 생산량 증대, 추가적인 로켓 발사 기지 건설 등이 있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MD를 고리로 한 한미동맹의 움직임이 한반도 군비경쟁을 새로운 국면에 올려놓을 공산이 크다는 우려는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다. 북한의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전력 증강은 MD를 비롯한 한미동맹의 군비증강의 빌미가 되고 이는 또 다시 북한의 군비증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한의 새로운 정권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선군(先軍)정치에서 선경(先經)정치로의 전환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군비경쟁의 격화는 북한 내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켜 이러한 전환에 근본적인 장애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내년에 등장할 남한의 새로운 정부의 대북정책도 큰 난관이 예상된다. 북한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력 증강,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 한미일의 군비증강에 군사적 맞대응을 선택할 경우 대북정책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차기 한국 정부에게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이 될 공산이 큰 이유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의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에 있다. 물론 이는 그 당위성에 비해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또 많은 인내와 시간을 요한다. 이에 따라 대북 억제는 필요하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 최강 미국과 함께 강력한 대북 억제 태세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여기에 MD 강화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더해질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 그만큼 한국의 안보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 율곡이이함이 6월 중순경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실시된 이지스함 전력화 평가에서 SM-2 대공유도탄 및 램(RAM) 미사일 실사격 훈련하는 모습. ⓒ연합뉴스 |
* 출처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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