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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보고서와 북측의 주동적 조치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4. 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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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2011년 04월 04일 (월) 10:16:51


이상한 보고서를 인용한 왜곡보도

“북한의 배급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북한 장마당에서 물물교환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쌀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다른 식료품이나 생활용품과 쌀을 맞바꾸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북한 식량실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것은 2011년 4월 1일 <연합뉴스>가 ‘국제기구 북 장마당 첫 조사...물물교환 성행’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의 일부다.

반북수구언론은 북측 실정을 왜곡한 보도를 계속해왔지만, 요즈음에는 그 왜곡수법이 너무 심해졌다. 위에 인용한 기사도 그러한 왜곡보도 가운데 하나다. 특히 위의 기사를 주목하는 까닭은, 유엔세계식량계획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북측 실정을 심하게 왜곡하였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문제의 보고서는 유엔세계식량계획이 단독 작성한 것이 아니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아동기금(UNICEF)과 공동으로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 제목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세계식량계획, 식량농업기구, 유엔아동기금의 긴급 식량안보 평가임무 특별보고서(Special Report: WFP/FAO/UNICEF Rapid Food Security Assessment Mission to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다. 위에서 언급한 3개 유엔기구가 파견한 합동실사단은 2011년 2월 21일부터 3월 11일까지 북측에 들어가 9개 도의 40개 군을 방문하였다. 방문대상은 탁아소, 소아과 병실, 고아원, 양곡공급소, 양곡저장소, 협동농장, 결핵요양원이었다. 또한 합동실사단은 리, 읍, 동에 있는 122개 가구도 방문하였고, 국영상점, 종합시장, 농민시장도 방문하였다. 문제의 보고서를 발표한 날은 2011년 3월 24일이다.

사람들은 유엔세계식량계획, 유엔식량농업기구, 유엔아동기금이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가난한 나라들을 도와주는 비정치적인 국제기구들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 국제기구들에서 일하는 관리들은 반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사회주의 나라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정신상태에 있는 관리들이 북측 실정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니, 그 보고서가 공정한 시각으로,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되었을 리 만무하다.

암시장을 선호하는 유엔기구들

문제의 보고서를 작성한 유엔기구들은 북측에서 사회주의계획경제가 자본주의시장경제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식의 반사회주의 성향을 지녔기 때문에, 자기들의 편벽된 관점에서 북측 실정을 왜곡하였고, <연합뉴스>는 그들이 왜곡한 내용을 인용 보도하면서 한 번 더 왜곡하였다. 2중 왜곡의 실상은 이렇다.

보고서 원문에는 “가구들끼리 물물교환 방식으로 양곡을 사적으로 교환하거나, 또는 공급체계에 의존하는 가구들 중에서 어떤 가구는 협동농장의 친척이나 친지로부터 양곡을 선물로 받기도 한다”고 서술되었는데, <연합뉴스> 보도기사는 이 문장을 왜곡하여 “일부 주민은 협동농장에서 일하는 친척이나 친구들을 통해 ‘빼돌린’ 곡물을 다른 물건과 교환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서술하였다. 북측의 일부 주민들이 협동농장에서 빼돌린 양곡을 물물교환 방식으로 은밀히 팔고 사는 암시장이 형성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연합뉴스>는 한 술 더 떠서, “물물교환 성행”이라는 기사제목까지 달아놓고, 기사본문에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10일에 한번씩 직거래 장터가 열려 활발한 물물교환이 이뤄진다”고 써놓았는데, 농민시장을 직거래 장터라고 왜곡하였고, 원문에는 들어있지도 않는 활발한 물물교환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사실을 왜곡하였다. 언론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고의적으로 왜곡보도를 한 것이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북측에서 식량생산은 반드시 협동농장원들의 공동노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협동농장원들이 각자 집 앞마당에서 텃밭으로 가꾸는, 가구당 20-30평에 이르는 재배공간에는 화초, 채소, 과일나무를 심는다. 북측에서는 텃밭에 과일나무를 다섯 그루씩 심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처럼 북측에는 개인이 사적으로 곡물을 재배하는 경작지가 한 뼘도 없으며,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서 몰래 양곡농사를 짓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농민시장에 내다팔 잉여양곡이 어디서 생긴다는 말인지, <연합뉴스> 기자는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연합뉴스> 보도기사만 북측 실정을 왜곡한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보고서도 왜곡하였다. 보고서는 “합동실사단이 (농민시장에서) 양곡이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없었다”고 서술하였으면서도, “일부 판매자들의 물물교환 방식은, 옥수수 2kg을 쌀 1kg과 맞바꾸거나, 생선 1kg을 쌀 1kg과 맞바꾸거나, 돼지고기 1.5kg을 쌀 1kg과 맞바꾸거나, 달걀 5개를 쌀 1kg과 맞바꾸는 것”이라고 모순되게 서술하였다. 양곡거래가 불가능한 북측에서 쌀과 다른 식료품을 밀거래한다는 보고서의 서술은, 두말할 나위 없이, 자기들이 보지도 않았고, 실제로 있지도 않은 허상을 날조한 것이다. 문제의 보고서를 작성한 작성자들은 그처럼 허위정보를 날조하는 과정에서, 쌀 1kg과 달걀 5개를 맞바꾼다는 식의 말이 되지 않는 부등가 교환을 포함시키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그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허튼 소리는, 합동실사단이 북측에서 직접 듣고 본 객관적 사실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반사회주의 성향에 비위가 맞는 반북단체들로부터 들은 유언비어를 보고서에 슬쩍 끼워넣은 것이다.

문제의 보고서는 북측의 농민시장을 암시장처럼 왜곡하였지만, 농민시장은 협동농장의 가내작업반과 부업반에서 생산된 소비품을 팔도록 장려하는 곳이지, 사법당국의 감시를 피해 불법상거래를 하는 암시장이 아니다. 김일성 주석은 1984년 12월 1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6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농민시장을 더욱 발전시키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군마다 부업반을 50개씩 내오면 농민시장이 흥성거리게 될 것이며 1-2년 사이에 지방예산수입이 쑥 늘어나고 우리 인민들의 생활이 한 계단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고 말했고(김일성 저작집 38권, 401-402쪽), 1985년 11월 19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앞으로 거리와 농민시장 같은 데다 식당과 청량음료점을 비롯한 여러가지 음식점을 많이 꾸려놓아야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김일성 저작집 39권, 253쪽)

문제의 보고서에는 “현재 공식환율은 1달러에 100원이지만 시장환율은 1달러에 3,000원 가까이 올랐다. 다른 말로 하면, 2009년 11월에 있었던 화폐개혁은 완전히 무효화된 것”이라고 서술되었다. 이것은 북측에서 달러를 불법교환하는 외환암거래가 횡행하고, 그에 따라 화폐개혁이 완전히 실패하였다는 소리다. 만일 북측에 외환암시장이 형성되려면, 국외에서 많은 외화가 밀반입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북측 인민들이 해외여행이나 해외출장을 얼마나 많이 하기에 그들이 밀반입한 외화가 외환암시장을 형성하였다는 말인가! 궤변 중의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궤변이야말로 북측 경제가 하루속히 망하기 바라는 반북단체들이 퍼뜨리는 악선전에서 유래한 것이다. 공신력을 가져야 할 유엔기구들이 그처럼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를 보고서에 집어넣어 세상을 속이려 하였으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보고서는 “(북측)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이 월 3,000원에서 4,000원”이라고 했으므로, 그 보고서가 날조한 외환암시장 환율로 환산하면 북측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은 약 1달러밖에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8년 8월 26일 세계은행(World Bank)이 전 세계 116개 나라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그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14억 명이 하루에 1.25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극빈인구라고 한다. 그런데 만일 북측 노동자들이 한 달에 1달러로 생활한다면, 그들은 하루에 1.25 달러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극빈인구보다 비할 바 없이 더 비참하게 생활한다는 것이니, 북측에서 쓰는 속담을 빌리면 그런 황당한 소리는 삶은 소대가리가 웃다가 꾸레미 터질 소리다.

보고서는 “4월 말 공급체계의 곡물이 바닥나는 경우, 쌀 1kg을 2,000원에 팔고 옥수수 1kg을 약 1,000원에 파는 암시장에서 인민들이 양곡을 구입할 수단은 없게 될 것이다. 비공식 경제의 중추를 일루는 물물교환 체계가 몇 주 동안 이어질 엄청난 강도의 충격을 버틸지는 미지수다. 인도주의적 위기는 그러한 일련의 사건들로부터 조성되는 듯하다”고 썼다. 논박할 필요도 없이, 이 인용문은 위에서 언급한 3개 유엔기구들이 북측의 사회주의공급체계가 무너지고 암시장이 횡행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망상이 빚어낸 허위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식량부족량 추산에서 생겨난 차이

“양곡 및 식량안보 평가임무(Crop and Food Security Assessment Mission)에서 추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북측의) 재고양곡은 두 주간의 식량수요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세계식량계획과 식량농업기구가 파견한 양곡 및 식량안보 실사단은 2010년 11월에 북측 식량형편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옮긴이) 이러한 추산은, 북측의 군인민위원회 관리들이 알려준 양정사업소 식량재고량, 그리고 실사단이 군(郡)의 양곡저장소에서 관찰한 제한적인 식량재고량에 근거한 것이다. 북측 정부관리들은 전략적 재고식량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실사단은 현재 재고식량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북측에게) 요청하였으나 받지 못하였다.”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하는 것은 북측의 재고식량에 관한 정보다. 이를테면, 세계식량계획-식량농업기구 합동실사단이 북측을 방문하였던 2010년 10월 당시 북측의 식량재고량은 117만9,252t이었다. 실사단이 실사활동을 마치고 2010년 11월 16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재고식량은 2011년 5월 말에 바닥나 식량 18만2,471t이 부족하게 되고, 그 뒤로 매달 부족분이 누적되어 2011년 9월 말에는 식량이 93만7,858t 부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보고서는 2010년 11월 16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추산했던 식량부족량보다 14만8,142t이 더 부족한 108만6,000t이 실제 식량부족량이라고 추산하였다. 식량부족량 추산에서 갑자기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원래 2010년 11월 16일에 발표된 보고서는, 북측의 2010년도 시비량(비료사용량)이 2009년에 비해 늘었고 연료공급사정도 좋아져 협동농장에서 더 많은 농기계를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식량생산이 늘었노라고 서술하였다. 그에 따라, 보고서는 북측의 식량생산량을 448만4,000t으로, 식량수요량을 535만1,000t으로, 식량부족량을 86만7,000t으로 추산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로부터 불과 넉 달이 지나서 이번에 또 다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위의 수치가 크게 수정되었다. 식량생산량을 23만2,000t이 줄어든 425만2,000t으로 수정하였고, 식량수요량을 13,000t이 줄어든 533만8,000t으로 수정한 것이다. 그에 따라 식량부족량은 21만9,000t이 늘어난 108만6,000t으로 수정되었다.

이렇게 통계수치를 수정한 까닭에 대해서 그들은 이번에 북측의 식량생산에 “충격의 영향(impact of shocks)”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로 파악하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였다. 북측의 식량생산이 ‘충격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2010년 11월 16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추산한 것보다 식량형편이 더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한 ‘충격의 영향’이란, 2010년 8월과 9월에 북측에 비가 많이 내렸고, 지난 겨울 북측에 혹독한 추위가 오래 지속되어 밀, 감자, 채소 수확이 줄어들 것이고, 최근 북측에서 구제역까지 발생하였다는 뜻이다. 그들이 ‘충격의 영향’을 거론하며 수정한 보고서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려면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연합뉴스> 보도기사에는 비축식량이라고 번역되었지만, 재고식량이라고 번역해야 옳다. 재고식량은 북측이 자연재해나 전시에 대비하여 비축하는 비상식량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2010년 9월 28일 남측 정부 소식통은 “한미 정보당국은 매년 북한의 쌀 비축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110만t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쌀 비축량 중 군량미와 주민용을 구분하기 어렵다. 현대적은 총력전인데 군량미와 주민용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0년 9월 28일) 위의 문맥을 살펴보면, 남측 정부 소식통이 언급한 북측의 쌀 110만t은 재고식량이 아니라 전시비상식량인 것이 분명하다. 북측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자연재해에 대비해 비상식량을 비축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비상식량을 110만t이나 비축해두고서도 평시에 그것을 절대로 방출하지 않는 나라는 북측밖에 없을 것이다. 북측이 그처럼 막대한 분량의 비상식량을 비축해두는 까닭은, 준전시상태에 있는 한반도에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한 전시비상식량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둘째, 북측은 유엔세계식량계획에 자국의 식량생산량을 통보할 때, 110만t 정도로 추산되는 비상식량생산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식량생산량만 통보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식량안보문제는 국가기밀로 취급되므로, 북측의 그러한 통보는 당연한 일이다.

110만t 정도로 추산되는 전시비상식량을 제외한 나머지 식량만 가지고 식량수요를 충족해야 하니, 북측은 다른 나라에서 식량을 해마다 30만t 정도 수입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북측은 수출에 의존한 경제가 아니라 자력에 의거한 경제이므로 수출로 벌어들이는 ‘현금’이 넉넉하지 못하여 식량수입에 지불할 ‘현금’이 매우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황이 나빠지는 경우 식량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외부에 식량지원을 요청하곤 하였다.

그러나 북측이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는 110만t 정도의 비상식량을 생산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면, 북측의 식량자급율은 100%를 훌쩍 뛰어넘는다. 남측과 일본의 식량자급율이 각각 25.3%와 22.4%밖에 되지 않는 것을 보면, 북측의 식량자급율이 100%를 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30개 나라 가운데 식량자급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프랑스(320%)이고, 나머지 12개 나라만 식량을 자급한다. 그 밖의 17개 나라들은 식량수입국이다.

만일 미국군의 북침전쟁연습이 영구 중단되고,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고, 주한미국군이 철군하고, 미국이 핵우산 제공공약을 폐기하여 한반도 전쟁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면, 북측은 그처럼 많은 전시비상식량을 비축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따라서 현재 식량생산으로도 식량이 남아돌아 해외로 수출할 것이다.

그것은 계산착오가 아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과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2008년 보고서는 북측의 식량부족량을 180만t으로 추산하였고, 2010년 보고서는 북측의 식량부족량을 86만7,000t으로 추산하였고, 2011년 보고서는 북측의 식량부족량을 108만6,000t으로 추산하였다. 문제는 그들이 북측의 식량형편에 관한 통계수치를 왜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보고서의 신빙성을 스스로 훼손하는가 하는 점이다. 명백하게도, 그것은 계산착오가 아니다.

유엔기구가 북측의 식량형편에 관한 통계수치를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은, 그들의 대북사업이 최근 급격히 축소된 것과 밀접히 연관된다. 이를테면, 유엔세계식량계획 대북사업 담당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지원이 저조해 지난 7월(2009년 7월을 뜻함-옮긴이)부터 대북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다. 2009년 12월 6일 현재, 유엔세계식량계획은 대북사업을 위한 모금 목표액 5억364만6,114달러 가운데 17.8%밖에 모금하지 못했다. 그에 따라 북측의 8개 도, 131개 군에서 진행해온 그들의 식량지원사업은 2009년 하반기부터 6개 도, 62개 군으로 줄었고, 북측에 파견한 유엔세계식량계획 요원들도 56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 현지 사무소도 평양에 설치한 대표사무소와 청진, 원산의 현장사무소만 남겨두고, 함흥, 해주, 혜산의 현장사무소들은 폐쇄되었다. (미국의 소리 2009년 12월 22일) 유엔세계식량계획만이 아니라 유엔아동기금도 대북사업을 위한 모금 목표액 1,300만 달러 가운데 10%인 130만 달러밖에 모금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2009년 7월 8일)

유엔세계식량계획은 모금액의 7% 정도를 자체 운영비로 쓰기 때문에, 만일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재개되지 않으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아시아지역본부를 크게 축소할 수밖에 없다. 대북 식량지원을 해왔던 지난 시기에 유엔세계식량계획이 북측에 보낸 쌀은, 미국 정부가 미국에서 구입한 미국산 쌀이었다. 유엔세계식량계획 아시아지역본부 관리들은 자기들의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북측의 ‘만성적 식량부족’에 관한 통계자료를 자의적으로 작성하여 보고서를 발표하여야 하는 다급한 형편에 처한 것이다. 북측이 식량난에 빠진 것이 아니라, 유엔세계식량계획 아시아지역본부가 자금난에 빠졌기 때문에, 북측의 ‘만성적 식량부족’에 관한 보고서가 관행적으로 작성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북측이 망하기를 바라는 악의를 품고 북측 내부에서 고정간첩으로 암약하는 이른바 ‘내부 소식통’들은 식량위기설, 식량가격폭등설, 식량암거래횡행설, 식량강탈설, 식량폭동설, 집단아사설 따위의 악성 유언비어를 수시로 날조하여 외부로 유출하고, 그런 유언비어를 전달받은 남측의 반북단체들은 반북수구언론을 통해 세상에 유포한다.

그들이 반북수구언론을 통해 그런 유언비어를 끊임없이 유포하는 까닭은, 북측은 빈곤국가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의 족쇄에 남측 국민들의 대북관을 채워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의 족쇄에 채워진 남측 국민들은,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몰라보게 장성발전하는 북측의 경제실상은 전혀 알지 못하고, ‘고난의 행군’ 시기에 있었던 식량난이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계속되는 것처럼 착각한 ‘만성적 식량난’의 허상만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저들이 ‘만성적 식량난’에 시달린다고 하는 북측에서는 요즈음 “민족성의 강조와 건강중시의 양측면에서” 막걸리 열풍이 불고 있으며, 막걸리를 공업적 방법으로 대량생산하고, 막걸리 경연대회까지 열리고 있다. (조선신보 2009년 8월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막걸리에 대한 소개선전을 광범히 진행하도록 해당기관에 지시하고, 사회적으로 막걸리를 적극 장려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국가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였다. (조선신보 2009년 8월 3일) 그 조치에 따라, 2009년 7월 12일 <로동신문>은 일반 가정에서도 막걸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자세한 막걸리 제조법을 보도하였다. 이전에 식량형편이 어려웠던 때 북측에서는 막걸리를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최근에는 북측 인민들이 맥주나 소주보다 막걸리를 더 즐겨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북측의 ‘만성적 식량난’을 외워대는 왜곡선전에 남측 국민들이 얼마나 속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북측은 ‘고난의 행군’을 하던 시기인 1995년부터 해마다 유엔세계식량계획과 유엔식량농업기구에게 실사방문을 요청하여 2004년까지 합동실사단의 북측 작황조사활동이 해마다 두 차례씩 계속되었다. 또한 북측은 유엔아동기금에게 영양실태조사를 요청하여 1998년부터 2004년까지 2년에 한 차례씩 실사활동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북측은 식량생산이 늘어난 2005년부터 더 이상 실사방문과 영양실태조사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2010년 8월 9일 유엔 산하 인도주의사업조정실(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 대변인은 북측이 1996년부터 2004년까지 해마다 식량지원을 요청하였지만, 2005년부터는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비록 북측이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요청하지는 않았어도 유엔세계식량계획을 비롯한 유엔 기구들과 미국의 비정부단체들이 스스로 식량지원을 해왔다고 밝혔다. (자유아시아방송 2010년 8월 9일) 유엔식량농업기구 곡물생산체계 강화 담당관의 말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북측이 바라는 것은 인도주의적인 식량지원이 아니라 농업기술개발 지원이다. (자유아시아방송 2009년 10월 2일)

이처럼 북측이 식량을 자급하게 되어 유엔기구들에게 실사방문과 영양실태조사를 더 이상 요청하지 않자, 미국은 유엔세계식량계획이 북측에 보내기로 한 식량을 화물선에 싣는 도중에 중단해버렸다.

2009년 3월 북측의 인공위성 발사 예정을 앞두고 북측과 미국의 관계가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지자, 북측은 3월 17일 미국 국무부에게 미국의 식량지원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통보하였고, 2008년 6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유엔세계식량계획 요원들과 함께 북측에서 식량배분활동에 참가해온 미국 비정부단체 요원들을 전원 철수시키고, 그들이 철수하는 바람에 배분이 중단된 식량 22,000t을 예정된 수혜자들에게 직접 배분하였다. (연합뉴스 2009년 3월 18일, 4월 3일, 6월 20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주동적 조치

위의 정보를 종합하면, 언론보도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정세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표면의 움직임만 보면, 대북 식량지원이 유엔세계식량계획이 결정하고 실행하는 인도주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을 파헤쳐보면 북측과 미국의 정치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정치문제인 것이다. 미국의 식량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식량위기국들이 많은 데도, 지난 시기 미국의 식량지원이 유달리 북측에게만 집중되었던 까닭은, 인도주의적 요구가 아니라 정치적 요구에 따라 식량지원 여부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식량지원이 이처럼 북측에 집중되었으므로, 유엔세계식량계획 아시아지역본부는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으로 명맥을 유지해온 셈이다. 그러므로 유엔세계식량계획이 북측의 식량위기설을 해마다 관행적으로 꺼내놓는 것은 아시아지역본부를 유지하기 위한 계책이며, 2005년 이후 그들이 말하는 북측의 ‘만성적 식량부족’은 북측의 곡물생산과는 사실상 무관하다.

둘째, 지금 북측은 오랫동안 중단된 북미 양자회담을 재개하는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재개야말로 대화 재개 분위기 조성에 적합한 것이다. 그래서 2011년 1월에 북측은 2009년에 중단한 식량지원을 재개해달라고 미국에게 요청하였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2009년 분배 감시문제로 중단됐던 나머지 식량 33만t의 지원을 재개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리 2011년 2월 1일)

북측의 식량지원 재개요청은, 북측에서 식량위기가 발생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그 요청은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주동적인 조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측은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두 번째 주동적 조치로, 이번에 유엔세계식량계획을 비롯한 합동실사단을 다시 불러 ‘식량부족상황’을 미국에게 알려줄 각종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재개를 계기로 하여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북측의 주동적인 조치에 대해 미국도 긍정적으로 반응하였다. 이를테면, 2011년 3월 1일 미국 연방상원 존 케리(John F. Kerry) 외교위원장은 외교위원회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미국이) 북측과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는 것’이라는 정치논쟁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하면서, “미국과 북측의 생산적인 대화는 6자회담 재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청문회에 출석한 스티븐 보스워즈(Stephen W. Bosworth)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측이 식량지원 재개를 요구해온 이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11년 3월 24일 미국 국무부 마크 토너 (Mark Toner) 부대변인은 정례언론설명회에서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나오자 “식량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비정치적인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2011년 3월 31일 서울을 방문한 유엔세계식량계획 아시아지역본부장은 <연합뉴스>와 대담하는 자리에서 “2주 뒤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세계식량계획의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그들이 미국과 대북 식량지원문제를 협의한 뒤에 지원계획을 확정, 발표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2011년 4월 1일 유엔세계식량계획 관리들은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회의 한반도 관련 전문위원들과 의회 관계자들에게 문제의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였다.

셋째, 북측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사과하기 전에는 북측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로 버텨온 이명박 정부는, 북측과 미국이 최근 식량지원 재개를 계기로 하여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음을 눈치챘고, 대북 식량지원 재개를 계기로 하여 북미 양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을 보고 걱정이 커졌다. 이를테면, 2011년 2월 8일 서울을 방문한 미국 국무부 로벗 킹(Robert King) 대북인권특사가 외교통상부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북 식량지원문제를 논의했는데,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미국은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잡아떼면서, “세계식량계획이 지난해 11월 북측 식량이 50만t 부족할 것이라고 평가했는데, 이것은 예년 수준과 유사하다는 게 당시 평가였다”고 말하며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거리감을 드러내보였다.

2011년 3월 30일 유엔세계식량계획 대표단은 문제의 수정된 보고서를 들고 서울에 나타나,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을 만났다. <조선일보> 2011년 4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남측 정부 당국자들은 그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보고서에는 북한이 비축한 식량이 얼마나 있는지 명시했는데, 왜 작년 11월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나? 현재 북한에 남아있는 식량이 정말 20만-40만t 수준인지 실물을 확인했나?’고 꼬치꼬치 따져물었다.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마뜩치 않게 여기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드러나 보인다.

유엔세계식량계획 대표단이 서울에서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을 만나고 있었던 2010년 3월 30일 북측 대표단 6명은 독일 에힝겐(Ehingen)에서 미국의 전직 정부관리들을 만나고 있었다. 2011년 3월 28일과 29일 북측 대표단과 미국 대표단의 토론회가 진행된 것이다. 미국 대표단은 토머스 피커링(Thomas R. Pickering) 전직 국무차관을 단장으로 하고, 서만다 래비취(Samatha Ravich) 전직 부통령 안보보좌관, 에번스 리비어(Evans J. R. Revere) 전직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크리스토퍼 포드(Christopher Ford) 전직 비확산 담당 대사로 구성되었다. 두 나라 대표단의 토론회에서는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비핵화, 재래식 무기감축, 평화협정 체결, 경제협력 등 북미관계 현안이 모두 논의되었다.

북측 대표단은 3월 25일과 26일에는 베를린에서 별도의 비공개 토론회에 참석하였는데, 그 토론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에힝겐 토론회를 마친 북측 대표단이 3월 30일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대표단 단장인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은 기자들에게 북측과 미국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으며, 4월 2일 귀국길에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토론회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무모한 대북 적대정책에 집착하고 있어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북측의 주동적 조치는 바야흐로 효력을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 출처 : 통일뉴스 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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