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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투쟁의 경제적 원인과 시사점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4. 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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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연구소


2월 12일,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그 사이 중동지역의 민중투쟁은 예멘과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리비아에서 반 카다피 세력을 적극 후원하며 영국, 프랑스와 함께 군사 요충지를 직접 폭격, 리비아 사태를 전면전 상황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두 가지 투쟁이 공존하는 아랍


현재 중동사태는 명백히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리비아다. 리비아 전쟁은 연이어 나타나는 일련의 아랍 민중투쟁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외세가 전쟁을 주도하고 있으며 투쟁의 양상이 민중의 진출이 아닌 카다피 군과 서방군대와의 교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미국의 중동정책이라는 패권논리와 리비아 석유라는 돈이 관여되어 있다. 카다피 정권이 꿈꾸는 정치이념은 미국의 패권과 부딪힐 수밖에 없고, 미국은 리비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리비아 전쟁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리비아와 다른 또 하나의 흐름은, 사실 이것이 중동정세의 기본흐름인데, 미국 중심의 서방진영에 경제시장을 내맡겼던 친미사대정권들이 대중들의 반정부투쟁에 직면해 통치기반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제일 먼저 권좌에서 쫓겨난 튀니지 정부를 비롯하여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이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퇴진하고 말았으며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방과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현상은 리비아에 국한되지만 아랍지역의 반정부민주화 투쟁은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미국의 중동패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사우디, 예멘 정권은 미국이 원하는 정치세력이며 미국은 중동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 정권이 유지, 잔존하거나 적어도 친미적 성격이 계속 지속되기를 바란다. 미국은 한국의 87년 6월항쟁 때처럼, 무바라크의 뒤를 이어 새로운 친미정권을 출범시키고 싶겠지만 현재 이집트 정국은 무바라크 퇴진 이후, 이집트 사회의 각 영역에서 진보와 민주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오늘의 아랍사회를 민중이 주도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아랍민중이 진출하게 된 첫 출발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단연 “경제난”이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때부터 줄곧 예측되어왔고, 우려되어왔던 서민경제의 악화와 그로 인한 민중의 봉기가, 이제 눈앞의 현실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리비아의 전쟁은 카다피와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문제이므로 중동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중동의 “경제난”은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흐름과 맞물린 면이 있기에 중동 전반을, 나아가 제3세계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동의 경제문제를 들여다보자.


이집트의 경제상황


무바라크 정권이 쫓겨난 표면적 이유는 이집트 지역의 민생고가 심각하였다는 점이다. 일례로 무바라크라는 친미정권이 장기집권하였던 이집트는 1인당 국민소득이 6000달러에 불과, 석유를 생산하는 리비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 중동의 주변국과 비교할 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였다. 인구는 8500만명으로 중동의 대국이라 할 수 있지만 석유자원이 부족하고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인지라 식량을 주로 해외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2009년 이집트의 밀 수입량은 9800만톤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밀을 수입하였다.


무바라크의 친미정책은 당연히 시장개방으로 귀결되며, 여기에는 필연코 부익부빈익빈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1인당 국민소득을 보면 한국의 1/3 정도이지만 하루 2달러 미만, 즉 하루 2500원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층 국민이 전체의 30-40%에 달할 정도로 이집트의 상대적 빈곤은 매우 크다.


게다가 높은 실업률 역시 이집트 경제를 악순환으로 몰고갔다. 특히나 이집트의 청년실업은 50%가 넘는 수준이어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실업률이 올라갈수록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노동여건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기초자료만 놓고 이집트 1월 투쟁의 원인을 거론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집트 경제는 작년과 올해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집트의 재정적자는 GDP의 12%에 달하는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며 물가는 14.67%가 폭등하고 있었다고 한다.


상대적 빈곤이 크고 실업률이 높은데 물가가 오르면 서민들의 생활은 생존이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집트 서민들은 하루에 2달러로 먹고사는데 전반 물가가 올라버리면 이제는 싸구려 밀가루 빵을 씹는 것도 포기하고 배를 굶어야만 한다.


경제난의 원인은 양적완화조치


그런데 이집트의 경제가 올해 들어 급격히 나빠진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집트에서 15%씩 오르는 물가를 주도한 것은 식료품이었다. 즉 외국에서 수입하는 밀가루 가격이 급등하며 이집트 전반 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도 국제곡물가격은 전체적으로 29%가 상승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사이에만 15%나 급등했다.


정부를 비롯한 많은 매체들은 물가 상승의 원인이 “이상기후” 탓이라 주장한다. 주요 곡물 생산국인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 등이 가뭄 등으로 생산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010년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밀 가격은 6개월 사이에 배나 뛰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의 곡물가격 상승을 단지 “이상기후” 탓으로만 볼 수 없다. 곡물시장의 배후에서 시장가격을 좌우하는 투기자본이 가격 상승의 주범이다.


곡물생산량이 그렇게 많이 줄지 않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10~2011년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이 22억1600만톤으로 2009~2010년에 비해 2.1%(4700만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밀 생산량이 2009년 6억 8100만톤에서 2010년 6억 4600만톤 가량으로 5.1% 가량 감소하였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밀 생산국인 중국 국가양식국(國家粮食局)은“2010년 밀 생산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혀 곡물수급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였다.


곡물시장이 가격법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이상적인 시장이라면, 곡물생산이 2% 줄었는데 가격이 30%나 오를 수가 없다. 결국 지금의 폭등세는 자금유입과 관련이 있다. 2009년 하반기에 세계 농산물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10억 달러에 불과하였지만 2010년에는 이 자금이 같은 기간에 25억달러로, 두 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이 많은 돈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가격급등의 원인은 바로 미국의 양적완화조치에 있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세계로 확산되자 미국은 2010년 중반기까지 무려 2조5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풀었다. 달러운용 권한을 가진 미국은 자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 돈을 풀었다. 그러나 미국경제 자체가 활성화될 토대가 없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풀어놓은 막대한 달러는 미국경제로 유입되기 보다는 곡물시장, 원자재시장이나 여타국가들의 주식시장 등으로 흘러들어갈 뿐 이었다.


이 가운데 세계곡물 생산량이 2% 가량 감소세를 보이자 곡물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판단한 투기자본들이 대거 곡물시장에 뛰어들면서 곡물가격은 수직상승하게 되었다.


미국의 양적완화조치가 투기자금을 곡물시장으로 유입시켜 전 세계적인 물가 폭등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아랍 투쟁은 진행형


현재 아랍진영의 대정부투쟁은 진행형에 있다. 왜냐하면 세계적 곡물가격 상승이 당장 해소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점자본들은 곡물투기를 통해 떼돈을 벌면서 2008년 경제위기 때의 손실을 만회한다고 박수칠 수 있겠지만, 제3세계 민중들은 그 대가로 자기 생존이 위협받는 물가폭등을 감수해야 한다.


중동지역에 나타나는 대중투쟁은 그 지역 국가들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였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이슬람 지역에서 친미정책을 위하는 정권이 장기집권한 것 자체가 민중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측면이 매우 강했다.


유럽 국가들이나 중국, 러시아 같은 대국들은 정부자금을 써서 국내시장이 투기자본에 의해 교란되는 것을 어느 정도 완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구조가 취약하면서 시장을 완전히 개방한 제3세계 국가들은 투기자본의 준동에 의해 국내시장 가격이 들썩일 수밖에 없고, 결국 분노한 민중에 의해 정권을 내놓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오늘의 중동 투쟁은 내일의 동남아, 모레의 멕시코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손실을 만회하려는 미국독점자본들의 탐욕이 여전하고, 곡물가격을 비롯한 전반 물가가 세계적으로 들썩이고 있는데 정부재정이 취약한 국가들이 버티어낼 수 없는 것이다.


이제 한국도 물가 대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2월 물가동향은 4.5% 상승하며 정부관리목표를 초과하였고, 3월 물가상승은 5% 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살펴보면 한국경제도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이집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의 서민 최하층 10%는 월 53만원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그 다음 10%는 월 120만원, 그 다음 10%가 월 165만원으로 하위 30%의 소득이 월평균 112만원에 불과하다. 대다수 서민가구들이 은행 빚내서, 대출로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청년실업률 역시 급증하고 있으며 개선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민심은 바야흐로 폭발직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집트와 차이점은 은행대출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대출은 오늘의 부담을 내일로 전가시키는 것일 뿐 근본적인 서민경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집트 정권은 반 무바라크 투쟁으로 국민들로부터 퇴출되었다. 이명박 정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지금의 친미일변도 경제노선에서는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MB의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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