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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회장 방북, 미국은 대화를 선택했나

불철주야

by 붉은_달 2013. 1. 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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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다른 한쪽에서 암살과 테러, 혹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사회 혼란을 유도하며 급변사태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대화와 전쟁 중에 선택하라는 북한의 요구에 둘 다를 선택한 꼴이다.


구글 회장 방북, 미국은 대화를 선택했나


동북아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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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슨 일행은 미국의 <특사>인가


지난 10일 미국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이끄는 9명의 방북단이 평양 방문을 마치고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방북단에는 에릭 슈미트 구글(google) 회장, 토니 남궁 박사(리처드슨 전 주지사 고문), 재러드 코헨 구글 아이디어 소장 등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지난 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평양에 도착한 리처드슨 일행


이들의 방북은 지난 3일 알려졌다. 연초 유명 거물급 미국 인사의 방북으로 2기 출범을 앞둔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물론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일 이들의 방북에 대해 ≪이 시점에서 방문하는 것이 유익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북한 인공위성 발사 문제로 유엔 안보리 논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는 모습을 공식화하기 싫어서 보이는 외교 수사일 뿐이다.


오바마 행정부 1기 당시에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클린턴 전 대통령, 리처드슨 전 주지사 등 여러 거물급 인사들이 방북했지만 그 때마다 미국 정부는 개인적 방문이라고 발표해왔다. 눌런드 대변인 역시 7일 ≪이번 방문이 경솔한 것이라는 미국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들이 돌아오면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평양으로 떠나기 위해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 기자단에게 ≪북한이 현재 구속 중인 미국인 남성의 석방을 적극 요청≫하겠다고 하였다. 북한에 체포된 미국인 케네스 배 석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한에 체포된 미국인을 구하기 위해 사실상의 특사를 보내는 독특한 외교채널은 오바마 1기에서 종종 있어왔는데 이번에 다시 가동된 셈이다. 그는 아울러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도 회담하겠다≫고 하였는데 방북의 진짜 목적은 역시 북미 핵협상임을 드러냈다.


1994년 이후 수차례 북한을 방문해온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방북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회장이 방북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였다.



▲에릭 슈미트 회장


에릭 슈미트 회장은 어떤 인물인가


리처드슨 전 지사는 슈미트 회장의 방북에 대해 ≪구글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에릭 슈미트 회장이 소셜미디어(social media) 관점에서 일부 경제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하였다.


슈미트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유력한 지원자이며 지난 2011년 10년 가까이 이어온 구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최근에는 전 세계의 정치인들이나 사업 파트너,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주로 구글의 외부 관계업무를 맡아온 인물이다. 그는 인터넷, 모바일로 연결된 세계가 인류의 가난과 정치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구글과 북한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3월 북한 경제대표단 12명이 16일 동안 미국을 방문했는데 4월 1일 구글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이미 북한이 슈미트 회장을 초청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슈미트 회장은 방북 기간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이 구글과 위키피디아로 자료를 검색하는 모습을 지켜봤으며, 인민대학습당과 조선컴퓨터센터를 둘러봤고, 북한이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인 <붉은별>과 이를 탑재한 태블릿 피시(Tablet PC)를 살펴보기도 했다.



▲북한 군인들의 인터넷 사용을 관람하는 장면


슈미트 회장은 방북 후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북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터넷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개인적 방문≫이었다고 설명하면서 ≪(북한)정부와 군대, 대학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나 일반 대중은 여전히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의 복지를 위해 중요한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을 늘려달라고 강하게 촉구했다≫고 밝혔다.


북미 인터넷 기술 교류가 가능한가


미국 기업이 북한 주민의 복지 향상을 바란다는 건 어찌 보면 황당한 일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자본은 언제나 이윤만을 추구할 뿐이다. 구글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인터넷을 개방하면 자신들의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 확산을 통해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고 자본주의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인터넷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구글은 북한에 상당한 기술 협력과 투자를 제안했을 수 있다. 실제로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방북 후 기자회견에서 ≪기술 교류에 대해서 북한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을 경제봉쇄하고 있는 지금 구글이 북한과 기술 교류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미첼 리스 워싱턴대 총장은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기술 이전이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고 지적하며 ≪슈미트 회장이 왜 귀중한 시간을 구글 주주들의 이익과 관계없는 방북에 할애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기적인 관광≫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역으로 북미 관계가 조만간 급진전하면서 경제봉쇄가 풀릴 징후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Bloomberg Businessweek)>는 1월 7일 <왜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북한에 가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상품 투자의 귀재이자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짐 로저스(Jim Rogers)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지난 5월 인터뷰를 통해 ≪남북이 곧 통일을 이룰 것이며 한반도는 매우 흥미로운 곳이 될 것≫이란 예언을 했다고 하였다. 물론 짐 로저스는 전부터 남북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한 낙관론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렇다면 리처드슨 전 주지사와 슈미트 회장의 방북을 북미 관계 급진전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을까?


방북은 정말 성공적이었나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방북 후 기자회견에서 방북기간 이용호 외무성 부상 등 북한 외무성 관리들과 세 차례 정도 만나 대화를 나눴으며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중단 ▲미국인 억류자에 대한 인도적 대우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 확대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북한 방문은 매우 생산적이었고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기자들이 대거 몰린 회견 장면


그러나 실제로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당장 방북 전 케네스 배 석방을 적극 요청할 것이라고 했지만 석방에는 실패했고 인도적 대우를 요구한 것에 그친 것으로 봐서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북한은 미국이 들고 간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미국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요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 즉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지불해야 하는 데 과연 미국이 이를 약속했을지 의문이다. 당장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연례적으로 진행되는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을 폐기하지 않으면 북한이 미국의 정책 변화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한미 군당국은 2월 초부터 약 4주간 미 해병 제3원정기동군(3MEF)이 참여하는 동계 연합훈련을 한국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있는 훈련을 폐기하기는커녕 없던 훈련까지 신설하는 마당에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확대는 어떨까? 인터넷의 경우 북한이 체제 유지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경우 북한은 이미 이집트의 오라스콤을 통해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 휴대전화 확대를 요구하려면 경제제재부터 풀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이 경제제재 해제 카드를 북한에 제시했을까? 북한 인공위성 발사를 빌미로 추가 제재를 하겠다며 한 달 가까이 유엔 안보리를 붙들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작년 재선 성공으로 2기를 맞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대화론자들인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지명한 것을 두고 미국의 대북정책이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중앙정보국장에 <암살의 황제> 존 브레넌이 지명된 것을 보면 쉽게 단정 지을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존 브레넌 지명자는 백악관 대테러 및 국토안보 보좌관 출신으로 비밀 드론전쟁을 통해 중동지역에서 암살과 테러, 고문으로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작년에 한반도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이른바 <동까모 사건>과 유사한 작전들이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암살의 황제 존 브레넌


군국주의 부활을 전면에 내걸고 압도적 지지로 집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튼튼한 안보와 강력한 안보가 가장 기초적인 복지≫라는 희한한 철학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이들의 등장으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완성을 코앞에 둔 미국이 쉽게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고 이제 와서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할까?


물론 북한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며 군사력을 시위하고, 인공위성 발사로 과학기술수준을 드러낸 마당에 미국이 쉽게 전면전을 선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쪽에서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다른 한쪽에서 암살과 테러, 혹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사회 혼란을 유도하며 급변사태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대화와 전쟁 중에 선택하라는 북한의 요구에 둘 다를 선택한 꼴이다.


한국의 새누리당 정권과 미국은 절대 스스로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지 않는다. 대북적대정책은 외부에서 분쇄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긴장 고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국 정부의 특사인 장즈쥔 외교부 부부장에게 ≪추가적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대드는 용감한 박근혜 당선자가 대북적대정책을 펼칠 경우 제동을 걸어야 한다. ≪국제사회 공조를 통한 제재 등 (대북)고립정책을 펴야 한다≫며 구시대적 발상에 젖어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김장수 간사 역시 요주의 인물이다. 당장 2월 초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를 조성할 한미 해병대 동계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오키나와에 주둔중인 제3원정기동군


올해로 환갑을 맞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막바지 싸움이 시작되었다. (201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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