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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경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9. 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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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2012년 한국경제, 사상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모두가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한다. “설마 경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기야 하겠나.” 

그러나 안타깝게도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1997년 IMF의 경제신탁통치를 받아들일 때에도 우리는 “경제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고 했지만, 2007년 대통령 선거 때에도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경제”라고 한탄했고, 지금껏 서민경제는 언제 한번 나아진 적이 없었다.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제는 집 걱정에 먹을 걱정, 입을 걱정까지, 모든 인생살이가 돈 문제에 걸려 있다. 대학공부도 돈 때문에 쉬어야 하고, 결혼도 돈 때문에 미루게 되고, 출산도 돈 때문에 미루게 된다. 대학등록금 대출로 시작한 빚은 세월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우리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7165만원. 

빚을 지고 있는 한국가구들의 2012년 평균 빚 규모다. 수십만 원의 이자를 매달 꼬박꼬박 바쳐야 지탱되는 살얼음판의 삶이다. 앞으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진다는데, 또 늘어날 빚은 무슨 수로 갚을 것인가? 

우리 경제는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세계경제의 위기 

2008년, 전 세계에 미국발 경제위기가 강타한 이후, 경기침체는 이제 세계적 추세이다. 

전 세계 소비를 이끌던 미국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8월 22일, 퓨리서치센터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미국 중산층의 순자산이 2001년 12만9582달러에서 2010년 9만3150달러로 무려 28%나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30년 전인 1983년 수준(9만1056달러)까지 후퇴한 것이라고 한다. 물가상승률을 빼고 생각해도 미국 중산층의 경제가 30년이나 후퇴하고 만 것이다. 

세계 소비를 주도하던 미국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으므로, 세계경제의 매출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소비가 줄어드니 재고가 늘어나고, 기업은 생산규모를 줄인다. 결과적으로 신규투자는 사라지고 공장가동은 줄어들어 노동자의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일자리 감소는 더욱 심각한 소비 축소로 연결될 것이다. 

사실 미국의 소비여력 축소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1980년대 이후로 자본주의 진영은 갈수록 줄어드는 시장의 실질소비능력을 은행대출로 지탱하는 꼼수로 경제를 유지해왔다. 빚으로 소비를 지탱하는 “금융경제” 방법은 미국 월가에서 금융파생상품이 만들어지면서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었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무분별한 금융대출에 사망선고가 내려지고 말았다. 

긴박해진 미국은 2008년 11월, “G20회의”를 발족시켜 금융위기에 대한 국제공동대응을 타진했다. G20 국가들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인위적으로 소비를 촉진시켜보려고 했지만 2011년에 튀니지, 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의 재정이 흔들린데 이어 2012년에는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의 재정이 휘청거리고 있다. 재정지출을 무턱대고 늘리다가 정부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꼴이다. 



현 세계경제는 그야말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심각한 위기이다. 세계 경제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만 바라본 한국경제, 큰일났다 

세계경제가 좌초된 여파는 한국경제를 집중적으로 강타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의 소위 “경제개발 5개년계획” 이후 지난 50년간, 한국경제는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수출로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외국자본과 수출에 의존한 “대외의존경제”였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연합(유엔), 국제결제은행(BIS), 유럽중앙은행(ECB) 등 국제기구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G20 주요 경제지표”에 의하면 2009년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1위(43.4%), GDP 대비 수입 비중도 세계 1위(38.8%)로 불명예스런 2관왕에 올랐다. 국가경제활동의 82.2%가 무역과 관련되어 있고, 무역과 관련되지 않은 순수 내수경제는 고작 17.8%에 불과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수출비중이 GDP의 7.5%, 수입비중은 GDP의 11.4%이며 일본의 수출비중도 GDP의 11.4%, 수입비중은 10.8%로 무역보다 자국경제 비중이 절대적이란 걸 알 수 있다. 

글로벌 시대라며 세계만 바라보고 달렸지만, 세계경제가 붕괴한 지금 한국경제의 높은 대외의존은 이제 독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대표적인 경제성장론자인 강만수 산은지주회장조차도 6월 5일, 세계경제가 “10년 이상 어려울 수 있다”고 하며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점점 더 하락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7월 1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은행인 BoA메릴린치는 “한국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으로 올해 한국의 성장 전망치 3.0%를 유지한다”면서도 “유로존 재정위기 악화, 중국 경착륙, 미국 경기 침체 등 모든 대외 여건이 나빠지는 최악의 경우에는 성장률이 1.8%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3.0%의 한국 기준금리를 고려할 때, 사실상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문제는 2012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므로 정부가 이미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 경기를 부양시켜놓은 상태라는 점이다. 대선이 끝나는 2013년부터는 인위적 경기부양도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으므로 경기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이미 2010년 12월 5일에, OECD는 “중장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오는 2016~2020년 한국의 GDP 성장률은 1.8%로 추락해 OECD 32개 회원국 중 18위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생각에 대응조치를 세우지 못하다가는 우리 경제가 80년대 중남미 국가들처럼 회생불능의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시급한 경제체제 개혁 

너무나 명백하게 이미 진행 중인 경제위기 앞에서,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만 한다. 세계경제가 연일 거꾸러지는 상황에서 외자유치와 수출을 통한 성장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선거철마다 갖가지 성장공약으로 거품을 물던 보수여당조차 대선에서 은근슬쩍 성장을 밀어놓고 “복지”를 운운하는 것은 그 명백한 증거이다. 

이제 과감하게, 미국의 소비에 의존하던 해양경제를 떠나 대륙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통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9년 말 내놓은 ‘통일한국 북한 위험요소 재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은 풍부한 인적 자본과 함께 풍부한 광물자원, 생산성이 향상될 여지가 많은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남북경제가 결합한다면 30~40년 내에는 프랑스, 독일, 일본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우리는 남북경제협력의 초보적 경험을 쌓았다. 단순 임가공과 북측의 노동력을 남측자본과 결합시키는 방식의 초보적 협력은 시험단계에 머물렀던지라 한국경제에 미쳤던 영향은 크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일부 국민들은 아직도 남북경제협력을 “북한동포돕기” 수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이제는 남북경제협력이 “북한을 위한 협력”이라는 인식을 떠나, 우리 경제가 살기 위한 전략적 과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7000조원에 달하는 북한 자원, 남북통일 시 내수경제 증대로 인한 경제성장률 제고, 안보위기 해소로 투자증대, 국방비용의 감소 효과 등 남북경제협력의 파급효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요구가 빗발치는 오늘날, 남북경제협력은 한반도 체제변화와도 맞물리며 남북이 실질적인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정치군사적 요건도 무르익고 있다. 

발상의 전환, 대안경제로의 남북협력 청사진을 이제부터 살펴보겠다.

2012.8.28.

*이 원고는 인터넷 <통일뉴스>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출처 : 우리사회연구소 http://urisociet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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