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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을 위한 한일군사협정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8.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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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연대 8.15기획글 3


국민들의 반일감정은 일본 극우세력이 저지른 위안부 소녀상 말뚝 사건으로 폭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무리수를 둬가며 한일군사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인 친미, 친일 외교로 대북, 대중 관계를 악화시켜 고립무원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이 동북아 장기판의 말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1. 한일군사협정의 졸속 추진


이명박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국무회의에서 밀실 처리했다. 전문가나 국민수렴을 위한 공청회도 없이 국무회의 즉석안건으로 기습 처리해버린 것이다. 야당, 시민단체에서 반발을 하자 청와대는 몰랐다며 발뺌을 하고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을 문책하며 꼬리를 잘랐다. 심지어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서 ‘군사’를 빼고 한일정보보호협정으로 협정 성격마저 감추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란 국방기밀에 관한 포괄적 협정이다. 양국 간 ‘군사전략과 관련정보 교환’이 그 목적이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우리 군사기밀정보를 일본에 제공해야 한다. 군사기밀제공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에 한일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킨다는 목표 아래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체결, 한일안보 공동선언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반발에 부딪혀 잠시 중단되었을 뿐 정부는 한일군사협정을 체결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한일군사협정 그 위험한 내막


이명박 정부는 이번 한일군사협정 체결 과정에서 절차와 체계의 문제만 인정할 뿐 국익을 위해 계속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입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드러나는데, 그 배경은 미국의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강화 정책에 있다. 힐러리 국무장관은 “21세기 정치는 아시아에서 결정된다.”라며 미국의 아시아 패권을 강조했다. 오바마 정부가 갈수록 힘이 부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의의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4월 CNN과의 대담에서 한반도에 "내가 밤에 잠을 잘 수 없게 만드는 지독한 문제들이 많다"고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미국의 아시아 군사 패권을 뒷받침 하는 핵심 축은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이다. 2011년 1월 12일 류쿠 신문은 “미국 내 국방예산 삭감과 해외미군 감축 여론이 강한 지금, 미국의 의도에 순종하는 한국과 일본에 미국이 바라는 바의 군사행동을 떠넘기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군사력 증대, 미국경제위기로 인한 국방비 감축으로 인해 더욱 한일군사협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올해 6월 13~14일에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에서 미국이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강조하며 교착상태에 놓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강력히 촉구했다는 동아일보 보도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G2 부상에 따라 중국을 잠재적 위협국으로 보고 포위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그에 따라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에 적극 개입하고 있고, 태평양 전쟁당시 기지 복구와 제주강정해군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핵, 미사일 능력 강화에 따라 미국 본토를 방어할 1차, 2차 MD저지선을 한국과 일본에 구축하려 하고 있다. 2009년 7월 한미일 국방실무자 회의에서 에드워드 라이스 주일미군 사령관은 “정보보호 협력이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한 기본요소이며 3자의 정보 공유가 이뤄지면 더욱 효과적인 미사일방어체제(MD)가 가능하다"라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 입장에서도 한일군사협정은 상당히 좋은 카드이다. 간 나오토 총리는 2011년 12월 10일 “유사시 자위대가 한국을 거쳐 북한의 납치 피해자를 구출하러 가는 방안이 있다”고 하면서 “자위대 비행기로 구출하러 가려고 해도 한일 양국 사이에 룰이 정해져 있지 않다” 말하였다. 이런 발언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개입을 암시하고 있다. 결국 일본은 한일군사협정을 통해 한반도에 영향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북한이 배치한 전략무기에 대한 일차적 견제와 방어선 구축까지 가능해진다. 


한일군사협정이 한국 국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일의 요구에 따라 체결되었다는 증거는 주일한국대사관 참사관의 발언에서도 찾을 수 있다. 5월 18일 리셋 KBS 뉴스9가 공개한 위키리크스 주일 미대사관 외교문서에서 주일한국대사관 참사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미일 삼자안보대화는 한국의 국가안보 측면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는 게 한국 관료들의 대체적인 의견임에도 한국이 삼자대화에 참여하는 이유는 오로지 미국의 강력한 압력과 이명박 대통령이 강력한 삼각 안보동맹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한일군사협정 체결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대선을 앞둔 박근혜와 새누리당 입장에서 한일군사협정 체결은 굉장히 껄끄러운 사안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계속 강행하는 이유는 최근 군사적 행보를 보면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3월부터 노골적으로 북한 지도부를 자극하며 한반도 안보 정국을 만들고 있다. 최근 5, 6월만 하더라도 상응표적 타격훈련, 조지워싱턴호를 동원한 한미합동훈련, 한미연합 통합화력 훈련, 해안양륙군수지원훈련까지 대대적인 전쟁훈련이 진행되었다. 이런 안보 정국은 계속 터지는 친인척, 측근 비리와 파탄 난 서민 경제로 높아진 국민의 원성을 북풍으로 덮어보려는 이명박 정부의 속셈인 것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 있는 사안이 한일군사협정이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더욱 높이기 위한 핵심적 과제가 한일군사협정이기 때문이다.


새누리 당이나 박근혜의 한일군사협정에 대한 본질적 입장 역시 이명박 정부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6월 27일 “한일정보보호협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안보관련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협정”“독도와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한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절차와 과정상 문제”가 있다고 언급할 뿐 대선을 앞두고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역사학) 석좌교수는 7월 1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한일군사협정의 내막을 자세히 언급하였다. 그는 "미국이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1947년 이래 미국 정책의 중요한 목적은 남한을 미일 군사동맹에 편입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 모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동의했다. 첫째, 이 대통령은 매우 친미적이다. 둘째, 그는 매우 반공적이고 반북적이다. 셋째, 그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다. 넷째, 그는 한일 군사동맹 결성 노력에 매우 고분고분(very amenable)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이러한 네 가지 가정이 모두 맞다는 것이 이번 한일군사정보협정을 통해 증명됐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워싱턴(백악관)의 총애(beloved)를 받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더 강력히 밀어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라고 했다.


3. 한일군사협정의 군사적 위험성


한일군사협정은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처하는 협정이다. 이미 한국과 미국은 작전계획 5029에 따라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선제공격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전략 역시 2010년도에 선제공격개념의 ‘동적 방위력’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군사협정은 북한에 관한 정보교류와 군수품 지원을 가능하게 하며 한미일 MD 구축과 적대적 동맹 강화로 귀결되기 때문에 군사적 갈등과 충돌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화 흐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국면으로 가는 위험한 협정이 것이다. 


오바마 정부은 이미 부시 정부 당시부터 실효성 논란을 거듭해 왔던 미사일방어체제(MD)를 동북아에 추진하고 있다. 한일군사협정을 통해 추진하려고 하는 한국의 MD체제는 철저히 미국의 MD체제 구축용이다. 한국에 실제 위협적인 무기는 휴전선 부근에 배치된 장사포 같은 단거리 타격무기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사정거리 밖의 장거리 미사일을 맞춰주기 위해 자국에 위험을 무릅쓰고 MD기지를 건설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미사일 방어체계가 구축되면 한반도는 상시적인 전쟁위협 속에 놓이게 된다.


한일군사협정은 한반도 안보문제에 대한 일본의 외교적 및 군사적 관여를 합법화한다.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합법적으로 출병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상황이다. 이미 한일 해군은 6월 합동군사훈련까지 진행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일본의 한반도 지배 야욕의 문을 열어준 것이다. 앞에서 간 나오토 총리가 말했듯이 자위대는 유사시 ‘자국민 구출’을 명목으로 합법적으로 한국 분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일본 군국주의 세력은 아직까지도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보상도 없으며 심지어 독도를 강탈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일군사협정은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받기 더욱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일본 자위대의 해외진출을 합법화함으로써 군사대국화 경향을 더욱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한일군사협정은 중국의 반발과 동북아 신냉전을 불러올 것이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7월 3일 사설을 통해 "한일군사협정은 전략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함의를 갖는다"며 "이대로 가면 한국은 앞으로 동북아시아에서 대국들 사이의 '최전선 바둑돌'로 전락. 끝내 중국과 대립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일군사협정은 한국이 가진 외교적 능동성을 완전히 차단해버리고, 한국이 미일의 전략에 따라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 바야흐로 한국, 미국, 일본 대 북한, 중국, 러시아 진영 간 대결과 군비경쟁이 심화되고 21세기 동북아가 신 냉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한국은 동북아의 외교적 중재자로 역할을 강화할지, 한일군사협정으로 동북아 장기판의 말이 될지 심각하게 판단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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