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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위기돌파의 네 가지 원칙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5. 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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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연구소


통합진보당이 출범 5개월 만에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들은 4.11 총선 비례후보 선출과정의 부정, 부실의혹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현 사태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 시시비비를 가리고 향후 진보정당운동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여론이다.

돌이켜보면 통합진보당의 결성은 한국정치 발전의 획을 그을 획기적인 사변이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연대 등 한국사회 다양한 진보성향의 단체와 인사들을 폭넓게 아우르며 출범해 국민적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통합진보당은 이러한 단결의 성과에 기초해 4.11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구에서 귀중한 4석을 비롯, 도합 13석이라는 사상최대 의석을 확보해 진보운동의 외연을 크게 넓혔다. 기성정치세력은 이제 진보정치를 경계하기 시작하였다. 19대 국회에서 통합진보당은 바야흐로 수권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검증받는 단계에 올라서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옥동자와 같은 통합진보당에서 부실선거,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들은 깊은 우려 속에 당을 주시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을 성심성의껏 지지하였던 당원대중들은 사건을 둘러싼 갈등과정을 보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는 통합진보당의 집권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 시기 통합진보당 논란에는 네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첫째, 통합진보당의 부실선거 논란이 불거져 나오는 과정이 진보적이지 못하다. 조국과 민중을 거론하는 진보인사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 자기 세력보다 상대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민중이 진보운동을 지지하는 이유는 진보운동가들이 잘 나서도 아니고 진보운동노선이 옳기 때문만은 아니다. 진보운동은 그 노선이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진보운동가들이 한없이 겸손하며 민중을 존경하고 민심을 따르기 때문에 민중의 지지를 받는다

“민중에 대한 존중”이라는 추상적이고 애매한 표현은 구체적으로 주변 동료들과 동지에 대한 자세와 태도에서 드러난다. 진보운동의 겸손은 동지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며 민중에 대한 예의는 동지들에 대한 예의로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통합진보당의 갈등과정에서는 당내 동지들에 대한 존경과 예의가 상당부분 실종되어 있다. 자신의 경험을 앞세워 특정 정치세력 전체를 재단하는 현상은 당의 통일단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일부 인사들은 단지 이번 선거에 대한 부분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통합진보당을 오늘의 자리까지 이끌어 온 이정희 대표에 대한 무차별적인 여론공세를 보고 가슴아파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동참하고 있다. 당내 주요 정치세력도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제기에 대해 근원적으로 성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함께 얼굴을 붉히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혁신논의에, 논리만 있고 감동이 없다면 어렵게 확대한 당의 외연은 다시금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통합진보당 논의는 불행히도 감동이 없다. 

둘째, 통합진보당의 부실선거 논란이 확대되는 과정이 과학적이지 못하다. 4월 12일, 통합진보당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당내 경선과정에서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 목적은 당시 “합리적 의심”을 명백히 가려 당이 온전히 단결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는 “합리적 의심”을 명명백백히 가려낸 것이 아니라 불철저한 조사에 그쳐 의심을 더 키워버렸다. 진상조사결과를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또 하나의 주장”으로 스스로 격하시켜 버린 것이다. 이는 엄중한 정치적 잘못이다. 당원의 직접참여로 운영되는 통합진보당에서 토론의 기초가 될 구체적 사실관계가 애매모호하다면 당론을 하나로 모으는 토론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자명하다. 당내 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져버릴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은 누군가 사태를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 사실관계가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혁신, 특히나 재발방지를 염두에 둔 혁신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당의 “혁신”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제대로 된 결과보고서에 기초하여 부정행위자, 부실선거관리자를 정확히 가려내고 이들에 대한 징계처분과 정치적 거취문제와 결부지어 논의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진상조사위원회의 성급한 결과발표는 당내 논란을 심각하게 격화시켰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셋째, 통합진보당이 부실선거 논란에 대처하는 과정에 정세적 판단이 결여되어 있다. 통합진보당은 2012년이 한국사회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킬 중요한 시기라고 스스로 강조해왔으면서도 총선 이후 대선으로 달려가는 중요한 정치적 길목에 감정싸움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어렵게 형성한 반이명박 전선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대응이 정치적이지 못하였다는 것은 중차대한 대선정국에서 통합진보당을 경계하는 보수세력, 기득권세력에게 어이없는 공격의 빌미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통합진보당을 떠나고 정치혐오증에 빠지고 있다. 

북한은 최고사령부 명의의 “특별작전행동소조”의 활동을 통고하였다. 전쟁으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에서 통합진보당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뿐만 아니라 한미 FTA, 재벌개혁, 이명박 정부의 부정비리 등 현 시기는 한국사회 근본적인 문제가 마구 불거져 나오는 역사적 전환기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정세에서 통합진보당은 정치적 감각을 잃은 채 당내문제에 휘말려 버렸다. 군사적 충돌이 거론되는 한반도 정세에서 반전평화 목소리의 담당자를 자임했던 통합진보당에 대한 대중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불과 7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은 진보적 대선주자 아래 일치하게 단결하기 어려운 형국을 자초하였다. 

넷째, 통합진보당 내에 현 사태를 바로 자신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모습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뼈 아픈 자기반성과 혁신의 노력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당 차원의 반성과 혁신은 당 조직적으로 이뤄져야 하겠지만 이른바 진보운동가를 자처하는 모든 이들 역시 오늘의 사태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분열의 씨앗은 제 잘못은 덮고 남 잘못만 들출 때 싹튼다. 

중앙당 차원에서 부실선거,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행정적으로 완벽히 차단했다고 해서 당이 혁신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동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는 현상, 자신과 다른 견해를 무시하는 현상은 진보운동의 발전에 백해무익하다. 

모든 진보활동가들은 통합진보당의 이번 사태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검토해보고 자기과제를 찾아야 한다. 그런 자기혁신의 마음이 모이고 모여야 결과적으로 당이 혁신되고 발전할 수 있다.

어떤 정치활동이 목적과 이유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면 그 결과는 무의미하다. 통합진보당과 국민대중의 거리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정치적 설득이 배제된 조직운동은 아무리 사소한 형태라도 당을 심각한 내홍에 빠트릴 수 있다. 진보운동이 결과에만 집착한 채 목적과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하면 진보운동은 고립과 좌초를 면치 못할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당내 논란으로 많은 갈등을 빚고 있지만 눈앞에 박두한 정세는 여전히 진보진영의 선도적 역할을 요청하고 있다. 민심은 2012년 대결국면에서 강력한 정치적 구심을 요청하고 있다. 

진보운동 진영은 통합진보당 내 민주주의 정착과 사회 대중투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관건은 단결이다. 동지들을 믿고 의심의 눈을 거두자. 이번 선거의 진상조사 결과 설사 부실, 부정논란을 자초해 징계를 받은 당원들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당내 여론은 “행위”와 “사람”을 철저히 구분하는 잣대를 엄격히 세워야 한다. 일부 당원들의 잘못과 실수는 엄벌로 다스려야 하지만 그들의 정치적 자긍심, 애당심은 믿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보당 위기돌파의 네 가지 요인은 동지애, 과학성, 대중투쟁, 자기검토이다. 

통합진보당은 보수세력이 두려워하는 한국정치의 새로운 세력이다. 당내 논란으로 빚어진 갈등을 치유하고 동지적으로 더욱 튼튼히 결합한다면 통합진보당은 한국정치의 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다. 진보의 생존방식은 분열이 아니라 단결이다. 단결은 일시적 봉합이 아니라 진정한 화학적 결합을 의미한다. 진정한 단결은 상대를 존중하고 스스로 반성 지점을 찾는데 있다. 세치 혀를 앞세워 남의 잘못만 들춰내는 인사들은 제 아무리 경력이 화려해도 진보인사의 자격이 없다. 

통합진보당은 충분히 혁신할 수 있고 이미 혁신하고 있다. 동지의 마음으로 서로의 과오를 함께 아파하며 뜨겁게 안아주자. 당면한 사회현안에 발벗고 나서자. 스스로 자기 사업을 평가하고 교훈을 찾자. 국민들은 반드시 진보정치의 두리에 튼튼히 결속될 것이며 통합진보당을 더욱 뜨겁게 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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