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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북미회담,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3.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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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연구소

지난 23, 24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된 북미회담에 대한 내외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번 대화는 작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로 연기된 대화가 다시 열렸다는 점에서, 그리고 ‘키리졸브(Key Resolve)’ 등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간의 대결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가운데 열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북미간 최소 조건 합의 : 사전조치 vs 식량지원


24일, 데이비스(Glyn Davies)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에 대해 “진지하고 유용한(serious and useful) 대화를 했으며 약간의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에 필요한 양측의 사전조치를 큰 틀에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기간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는 이유가,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수용하지 않고 대북식량지원 확대를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지난해 10월, 2차회담을 끝으로 미국은 북한에게 선조치로 농축우라늄프로그램(Uranium Enriched Program; UEP) 폐쇄 및 검증과, 식량지원이 아닌 24만톤의 영양지원, 6자회담 재개 전 남북대화 진행을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이를 기정사실인양 여론전을 펼치며 회담지연의 책임을 북한에게 돌렸지만, 북한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북한은 ‘티포탯(Tit-for-Tat)’ 전술을 넘어 미국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상술한 바와 같이, 미국은 북한에게 비핵화 사전조치로 UEP 폐쇄와 ‘모니터드 셧다운(Monitored Shutdown)’ 방식의 검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격은 11월 3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나타났다. 북한은 미국의 사전조치 요구를 거부하면서, 전제조건 없는 동시행동원칙에 따른 단계별 이행을 요구했다. 북한은 9.19공동성명에 따른 경수로 제공은 외면한 체, 주권국가인 북한의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을 비법화하면서 강박하는 미국에 대해 “단호하고 결정적인 대응조치를 불러오게 될것이다”라고 밝혔다.여기서 북한의 결정적인 대응조치는 경수로 건설에 따른 생산된 저농축우라늄을 고농축우라늄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미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기서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폐쇄와 그에 따른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 사찰단의 자유로운 접근에 따른 검증이 아닌 6자회담 기간동안의 UEP 중단과 이의 감시라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다.


대북식량지원 역시 미국은 북한의 전용가능성을 들어 영양지원으로 대체하고 이를 사전조치와 연결시키려는데 대해 북한은 이를 미국의 정치화 시도라며 거부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이후 가중되는 경제난 해소와, 강성국가 선포에 따른 주민 선물용으로 품목 변경과 규모 확대 요구라는 미국의 여론전에 대해, 북한은 1월 11일 외무성 대변인 대답에서기간 논의를 공개하여 미국의 시도를 무력화시켰다. 그 결과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에게 킹(Robert R. King) 미 대북인권특사와의 논의대로 “2011년 초에 미국이 3년전에 공약했던 50만t중에서 미달된 33만t을 마저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2차 북미회담에서 북한은 더 이상의 남북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선 남북대화 후 북미대화’라는 미국의 요청에 응해 북한은 2차례의 남북대화를 진행했지만, 매번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연평도사건 사과 요구로 인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남북대화 없이 북미대화 나아가 6자회담 없다는 이명박 정부의 발목잡기로 인한 시간 허비와 형식주의를 허용하지 말고 북미 당사자들끼리 해결하자는 북한의 의사는 12월 30일,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이명박 정부와의 영원한 결별로 나타났다. 미국은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었다. 미국은 북한에게 남북대화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북한과 미국은 장외전을 멈추지 않았다.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싸고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와 검증 방식과 미국의 대북식량지원 규모, 남북대화 진행에 관한 북미간의 힘겨루기는 북한의 승리로 결속되었다. 

 

드러나지 않은 최대 쟁점: 평화 vs 전쟁


한반도 핵문제 발생의 근원을 푸는 길은 세기를 이어 진행중인 북미간의 전쟁을 끝내야만 한다. 지난 20여년간 진행된 북미 핵협상은 한반도 평화협정 없이는 결코 끝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북미회담의 최대 쟁점은 바로 평화와 전쟁이었다. 2010년 1월 11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평화회담을 제안한 이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며 미국의 결단을 압박해왔다. 북한의 제안은 매번 원점으로 돌아가 복잡성만 키울 것이 아니라 북미간의 본질적 문제인 전쟁을 종결시켜 핵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게 주한미군철수가 담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은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힘과 지배력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미국의 힘의 상징이며 지배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물리력인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한다는 것은, 한반도 전쟁질서의 완전한 해체이자 세계 평화질서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는 세계를 호령하며 지배하던 절대적 지위가 밑뿌리째 흔들리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지금의 미국에게 그저 보통국가가 되라는 의미다. 북한의 주한미군철수 요구는,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하며 군사동맹체제 강화를 바탕으로 세계의 유일 패권국으로 ,재도약하려는 미국에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활이 걸린 운명문제였기에 이를 회피하며 외면해왔다.


상술한 바와 같이, 지금껏 6자회담이 개최되지 못했던 근본 원인과 책임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게 있다. 그것은 미국이 여전히 한반도 평화와 전쟁에 관한 전략적 결단, 즉 주한미군 철수냐 유지냐를 결정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의 정치군사적 능력과 외교적 압박에 밀려 평화회담 개최를 약속했지만 미국의 본심은 주한미군철수 없는 한반도 평화협정에 있다. 


미국이 해야할 일


현재 한반도 평화협정의 의제, 주한미군 철수와 유지를 둘러싼 북미간의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이 상호신뢰 조성에 필요한 약속된 최소조건의 이행과정을 보며 향후 6자회담 재개 일정을 확정짓겠지만, 그 여부는 한반도 평화회담의 본질적 문제인 주한미군 철수를 의제화하여 이를 평화협정으로 관철시키려는 북한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이 벌이는 실력전의 결과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이 2~4월 내내 한반도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북한 점령을 목적한 미국의 핵전쟁훈련을 그저 눈뜨고 지켜볼 북한이 아니다. 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전부터 북한의 반발과 경고가 멈추지 않고 있으며, 그 수위도 올라가고 있다. 북한은 현 정세를 93년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을 탙퇴하던 시기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의도는 핵전쟁위협에 대처한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유도함으로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킨 책임을 북한에게 전가하고, 북한의 호전성을 부각시켜 향후 평화회담에서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동맹 유지, 강화의 명분으로 활용하려는데 있다. 나아가 북한의 선핵폐기 종용할 것이다. 물론 미국의 당면 목표는 북한의 핵능력을 현상유지시키는데 있음을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미국의 의도와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데 있다. 군사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한반도에서 총소리가 울리는 순간 제어할 수 없는 전면전으로 확대된다는데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일어나면 그 피해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미국은 실현가능성 없는 시도에 매달려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지 말고, 핵전쟁훈련을 즉각 중단하고 주한미군과 함께 한반도에서 나가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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