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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기억과 정보조작에 국민들은 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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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_달 2011. 11. 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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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4일 (월) 10:29:27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사슴은 국경을 넘지 못하고, 사람은 집단기억을 넘지 못한다

오래 전 동서냉전이 지속되던 시기에 서독과 체코슬로바키아 국경에는 고압전기가 흐르는 철책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 지역 숲 속에 사는 사슴들은 국경을 넘어 오갈 수 없었다. 동서냉전이 끝나고 전기철책이 철거되었는데도, 사슴들은 전기철책이 있었던 국경을 넘어 오가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은 전기철책에 대한 기억이 사슴들에게 남아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여겼다. 그 국경지대에 사는 사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비무장지대(DMZ)에 사는 고라니도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전기철책이 철거된 뒤에 태어나 전기철책을 보지도 못한 후대 사슴들도 국경을 넘어 오가지 않았다. 후대 사슴들은 왜 그처럼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한 것일까? 프랑스 사회학자 모리스 올박스(Maurice Halbwachs, 1877-1945)가 제기한 집단기억설이 그 물음에 해답을 준다. 사슴들의 뇌에 저장된, 전기철책에 대한 집단기억이 당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후대에 전이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슴의 뇌와는 비할 바 없이 질적 차이를 보이며 발달한 사람의 뇌는 사슴의 뇌보다 더 방대하고 복잡한 집단기억을 저장한다. 더욱이 정보화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이전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방대하고 복잡한 정보를 각종 전자통신체계를 통해 받아들여 뇌에 집단기억으로 저장한다.

바로 그런 방식으로, 이 땅의 국민들은 그들이 ‘북한’이라 부르는 실체에 대한 다종다양한 정보를 집단기억으로 지니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그 집단기억은 ‘독재와 빈곤’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판박이가 되었다.

‘독재와 빈곤’이라는 개념으로 판박이가 된 집단기억은 언제 어떻게 생성된 것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각종 대북정보를 오래 시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듣고 읽고 봄으로써 생성된 것이 분명하다.

거의 날마다 언론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해지는 각종 대북정보의 배포경로를 역추적하면 대북정보의 발원지가 드러나는데, 그 발원지가 바로 국정원이다. 이 땅의 국민들이 지닌 북측에 대한 집단기억은 국정원이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주는 정보에 의해 생성되고 축적된 것이다.

국정원은 북측 언론매체에 나온 각종 정보를 정밀분석하여 대북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북측 언론매체에 나온 정보는 남측 언론매체도 얻을 수 있으므로, 국정원은 북측이 발표하지 않는 더 중요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러면 국정원은 북측이 발표하지 않는 정보를 어떻게 얻는 것일까? 북측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인 ‘내부소식통’이 조작한 정보가 중국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인 ‘중간소식통’에게 전달되고, 그것을 국정원이 입수하는 경로가 있다. 이에 관해서는 2011년 10월 18일 블로그 ‘변혁과 진보’에 발표한 나의 글 ‘다섯 가지 괴담유형과 소식통의 정체’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하지만 ‘내부소식통’과 ‘중간소식통’이 북측에서 고급정보를 빼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고정간첩들이 국정원에 전해주는 것은 정보가치가 없는 악의적인 괴담에 지나지 않는다. 예컨대 2010년 10월 4일 <한겨레>가 보도한 것처럼, 국정원이 강원도 철원에서 주최한 ‘안보현장체험교육’에서 언급된, 북측 시장에 사람고기가 나돌고 있다는 엽기괴담, 또는 2011년 2월 8일 <조선일보>가 인용, 보도한 것처럼, 북측의 공급체계가 무너져 북측 인구의 약 83%인 2,000만명이 지하시장경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저질괴담 같은 것이 국정원에 전해지는 것이다.

그처럼 악의가 뻔히 드러나 보이는 괴담을 대북정보라고 꺼내놓으면 대국민 기만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국정원은 대북정보를 조작할 때 추정방법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북정보 담당관리들도 역시 그들이 이 땅에 태어나기 전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북측에 대한 집단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서독과 체코슬로바키아 국경지대에 사는 불쌍한 사슴들이 전기철책을 전혀 보지도 못했건만 이전 세대 사슴들로부터 전이된 집단기억에 사로잡혀 국경을 넘어 오가지 못하는 것처럼, 국정원의 대북정보 담당관리들도 그들이 얼굴도 모르는 중앙정보부 세대와 국가안전기획부 세대의 대북정보 담당관리들로부터 전이된 집단기억에 따라 대북정보를 조작하는 것이다.

이 땅의 국민들이 거의 날마다 언론매체를 통해 듣고 읽고 보는 각종 대북정보는 북측 현실을 반영한 객관적 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집단기억에 사로잡힌 국정원 대북정보 담당관리들이 악의적으로 조작해놓은 허상일 뿐이다. 국정원은 그들이 조작한 허상을 국민들에게 계속 유포하고,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집단기억에는 국정원이 언론매체를 통해 유포한 허상이 넘실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앞세워 대북경제정보 조작한다

2011년 11월 3일 한국은행이 ‘201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결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매체들에 배포하였다. 한국은행이 보도자료에 ‘추정결과’라고 쓴 까닭은, 북측이 경제성장률을 공개하지 않아서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0년 동안 북측 경제성장률 추정결과를 해마다 발표해왔는데, 그들이 언론매체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방법 및 이용시 유의사항’이라는 별도설명이 붙어있다. 그 별도설명에는 “한국은행은 ’91년 이후 매년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북한의 경제활동에 관련된 기초자료를 제공받아 북한 경제성장률을 추정”하는데, “북한 경제성장률은 북한경제관련 전문기관에서 작성한 기초자료를 이용하여 추정한 후 국내전문가들의 검증과정을 거쳐서 확정”한다고 씌여있다. ‘북한경제관련 전문기관’이란 국정원을 뜻한다.

또한 그 별도설명에는 “동 작업은 북한의 경제력을 우리의 경제시각에서 비교, 평가하고 그 결과를 대북정책에 활용할 목적으로 추진”한다고 씌여있다. 이 문장에서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은, 한국은행이 북측 경제를 남측 경제의 시각에서 비교, 평가하였다고 밝힌 것이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두 가지 뜻이 보인다.

첫째, 한국은행은 북측 경제를 비교, 평가하였다고 말했지만, 그들이 비교, 평가한 대상은 북측 경제가 아니라, 국정원이 조작하여 그들에게 건네준 허상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은행은 조작된 허상을 남측 경제의 시각에서 비교, 평가한 것이다. 대북정보를 북측 경제의 시각이 아니라 남측 경제의 시각에서 자의적으로 비교, 평가한 것도 큰 오류인데, 하물며 정보가 아닌 허상을 남측 경제의 시각에서 비교, 평가하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둘째, 위의 별도설명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사용한 북측 경제 분석방법은 “UN의 국민계정체계(SNA: System of National Accounts)를 적용”한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유엔의 국민계정체계는 자본주의시장경제를 분석할 때 쓰는 방법이므로, 그것을 가지고서는 북측의 사회주의계획경제를 분석할 수도 없고 분석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한국은행은 그처럼 쓸 수도 없고 써서도 안 되는 분석방법을 가지고 버젓이 북측의 경제관련통계를 ‘작성’해오고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은행이 “북한 가격자료 등 기초자료의 입수가 곤란하여 남한의 가격, 부가가치율 및 환율 등을 (통계작업에) 적용한다”는 점이다. 남측의 시장가격을 적용하여 북측의 국정가격을 측정하고, 남측의 부가가치율을 적용하여 북측의 부가가치율을 측정하고, 남측의 변동환율을 적용하여 북측의 고정환율을 측정한 것은, 한국은행의 표현을 빌리면 “북한 경제를 우리나라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남과 북의 경제체제가 완전히 다른데, 북측 경제를 남측 경제의 기준으로 평가하였다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린가!

한국은행 관리들은 국정원 관리들보다 좀 더 ‘양심적’이어서 그러했는지는 모르나, 한국은행의 북측 경제성장률 추정결과에 나와있는 지표를 다른 나라들의 경제지표와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글귀를 별도설명 맨 마지막에 적어놓았다. 이것은 북측 경제성장률 추정결과가 엉터리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다.

국정원이 조작한 수치를 슬쩍 옮겨적는 미국 중앙정보국

국정원만이 아니라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북측 경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은행을 앞세워 북측 경제성장률 추정결과라는 가짜정보를 해마다 한 차례씩 발표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은 자기들이 운영하는 누리집(website)에 세계 각국 경제성장률을 발표해놓고 수시로 갱신하는데, 거기에 북측 경제성장률 추정결과가 들어있다.

국정원이 대북정보를 조작하여 가짜정보를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중앙정보국이 발표한 대북정보라는 것도 조작된 가짜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중앙정보국가 운영하는 누리집 ‘세계편람(World Factbook)’에 게시되는 북측 경제성장률 추정결과가 국정원이 한국은행에게 넘겨준 가짜정보를 그대로 옮겨적은 것이라는 점이다. 그 사연은 이렇다.

2010년 5월 19일 <연합뉴스>는 미국 중앙정보국이 당시 ‘세계편람’에 게시한 북측 경제성장률 추정결과를 인용하여, 북측의 실질국내총생산(GDP)이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3.7% 증가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내가 <연합뉴스>의 그 보도를 읽은 다음날인 5월 20일 ‘세계편람’의 해당부분을 검색하고 작성해놓은 자료를 이번에 다시 찾아보았더니, 북측의 경제성장률이 2008년에 3.7% 증가하였고, 2009년에도 3.7% 증가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1년 11월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북측의 경제성장률 추정결과를 보면, 북측의 경제성장률은 2008년에 3.1% 증가하였으나 2009년에는 급락하여 -0.9% 감소한 것으로 나와있다. 내가 이 글을 집필하면서 미국 중앙정보국의 ‘세계편람’을 다시 검색하였더니, 북측의 경제성장률이 2009년에 3.7% 증가하였다고 이전에 게시하였던 것을 어느 틈엔가 -0.9% 감소하였다고 바꿔놓았다. 2010년 5월 19일에는 북측의 경제성장률이 3.7% 증가하였다고 게시하였다가, 한국은행이 2010년 6월 25일에 발표한 추정결과를 보고 -0.9%로 슬쩍 바꿔놓은 것이 분명하다.

내가 이 글을 탈고하던 2011년 11월 13일 현재, 미국 중앙정보국이 ‘세계편람’에 게시한 북측 경제관련자료에는 2010년 추정결과가 아직 게시되지 않았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2010년 북측 경제성장률 추정결과를 -0.5% 감소하였다고 발표하였으니, 얼마 뒤 미국 중앙정보국도 2010년 북측 경제성장률 추정결과를 -0.5% 감소하였다고 ‘세계편람’에 게시할 것이다.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이, 국정원과 미국 중앙정보국은 북측의 경제성장률을 ‘추정’한다고 하면서 초등학교 아이들도 하지 않는 치졸한 숫자조작으로 세상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국민들이 지닌, 북측 경제에 대한 집단기억은 국정원이 숫자를 조작하여 유포한 기만적 허상일 뿐이다.

<통일뉴스>의 비판적 분석기사와 <조선중앙통신>의 반박논평

국정원이 한국은행을 통해 유포한 북측 경제에 관한 기만적 허상과 미국 중앙정보국이 ‘세계편람’을 통해 유포한 북측 경제에 관한 기만적 허상이 대북정보로 둔갑하여 언론매체에 보도되고, 세계 각국 ‘북한연구자’들의 논문에 인용되고, 그런 경로로 축적된 가짜정보들이 이 땅의 국민들에게 전해지고, 이 땅의 학생들에게 교육되고 있다.

2011년 11월 3일 한국은행이 북측 경제에 관한 엉터리 통계를 발표한 직후, 이 글을 집필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남측의 모든 언론매체들이 그 엉터리 통계를 받아쓰기 식으로 보도하였다. 사실을 보도하여야 할 언론매체들이 국정원이 한국은행을 앞세워 기만적으로 유포한 엉터리 통계를 사실인양 보도하는 것이 이 땅의 참담한 현실이다.

한국은행이 2011년 11월 3일에 발표한 북측 경제에 관한 엉터리 통계에 대해 비판적 분석기사를 실은 언론매체는 <통일뉴스>밖에 없다. 2011년 11월 7일 <통일뉴스>는 ‘북, 마이너스 성장 “신뢰도 의심”’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한국은행의 북측 경제성장률 추정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적 지적을 자세히 보도한 바 있다.

<통일뉴스>가 그 분석기사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은 2010년 북한의 경제성장률 -0.5%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지만 구체적 자료로 반박이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국정원이 한국은행을 통해 배포한 북측 경제에 대한 ‘정보’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느끼면서도 조작혐의를 입증할 정보가 없으므로 누구도 정보조작을 반박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국정원이 대북정보를 마음대로 조작하여 허상을 유포하며 국민을 속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통일뉴스>가 위의 분석기사를 내보낸 때로부터 사흘 뒤인 11월 10일 <조선중앙통신>은 ‘무엇을 노린 <경제쇠퇴>설인가’라는 제목의 무기명 논평을 보도하였다. “미국과 남조선에서 우리 경제와 관련한 잡소리들이 나오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 논평은 “북조선 경제가 2년째 쇠퇴하고 있다느니, 조선에 투자할 때 <신중>하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는 문건을 배포한 나라도 있다느니 하는 등 구구한 험담들”은 “어느 것이나 다 우리 자립적 민족경제의 참모습을 외곡하기 위해 꾸며낸 가소로운 궤변들”이라고 반박하였다.

국정원과 미국 중앙정보국이 대북경제정보를 통계수치로 조작해놓았으니, <조선중앙통신>이 그에 대해 통계수치로 반박하면서 2010년도 경제성장률은 -0.5%가 아니라 얼마였다는 식으로 밝혀주었더라면 좋으련만, <조선중앙통신>의 반박논평에는 통계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반박논평은 최근 2년 동안 북측의 “경제현대화계획들이 련이어 빛나는 결실을” 본 것에 대해서만 거론하였다.

다른 나라들은 경제성장률을 공개하는데, 북측은 1960년대 후반부터 경제성장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북측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하였고,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경제선진국이었는데도, 경제성장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북측이 왜 경제성장률을 공개하지 않는지 외부에서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미국의 집요한 경제봉쇄에 맞서 오랫동안 싸워오고 있는 북측이 자체의 경제관련 정보가 적국에게 넘어가지 않게 철저히 정보통제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짐작할 뿐이다.

차량과 보리의 수입이 급증한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외부에서 북측의 경제성장률을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지금 북측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를 알려줄 경제변동추세마저 알 수 없는 것일까? 물론 북측은 공개하지 않지만, 북측과 무역하는 나라들이 공개한 대북무역통계를 보면, 북측의 대외무역동향을 파악할 수 있고, 거기에서 북측의 경제변동추세를 읽을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북측과 무역하는 나라들이 공개한 대북무역통계자료를 취합, 정리하여 2011년 8월 25일에 발표한 ‘2010년 북한의 대외무역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북측의 2010년 대외무역규모는 2009년에 비해 22.2% 증가하였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수출은 42.4%, 수입은 13.2% 증가하였다. 이것은 남북교역을 제외한 수치다. 북측의 2010년도 수출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80%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은 기계, 전기, 전자제품이고, 그 다음으로 광물성 제품이 56%, 섬유제품이 54%의 증가세를 보였다.

북측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아니므로 수출하기 위해 생산하지 않는데, 그런데도 수출이 42.4% 증가한 까닭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생산재와 중간재를 수입할 자금을 수출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측의 수출이 증가하면 그에 따라 수입도 증가한다.

북측은 어떤 품목을 많이 수입하였을까? 북측의 2010년도 수입품목들 가운데 가장 높은 71%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은 차량이다. 차량수입은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투자조선> 2009년 7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장 큰 트럭제조업체인 이치제팡자동차판매회사는 2009년 상반기에 트럭 750대를 북측에 수출하였다.

북측에는 각종 차량을 생산하는 승리자동차종합공장, 청진버스공장, 평성자동차공장, 평양화물자동차공장이 있는데, 거기에 더하여 최근 새로운 차량생산공장이 완공되었다. 북측의 공식 포털싸이트 <내나라>가 2011년 9월 16일에 게시한 보도기사에 따르면, 그 날 북측에서 평운중성합영회사 차조립공장이 조업하였는데, 그 공장은 북측의 수도려객운수지도국과 중국의 단둥중조변경무역유한공사의 합영기업이다. 그 공장은 각종 버스와 화물차를 생산하는데, 이미 19-50석의 ‘금강산 려객버스’와 0.5-15t 규모의 ‘천리마 화물차’를 생산하였다. 분별없는 외래어 사용을 막고 우리말을 살려쓰기 위해 패씬저밴(passenger van)에 려객버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덤프트럭(dump truck)에 화물차라는 이름을 지어준 주체적인 어문정책이 돋보인다.

2006년 이후 북측의 차량수입이 크게 증가한 까닭은 국산 차량으로 충당하지 못할 만큼 차량수요가 급증하였기 때문이다. 북측에서 차량수요가 급증한 것은 물류이동량이 그만큼 급증하였음을 말해주는데, 물류이동량 급증이야말로 경제의 급성장에 직결되는 현상이다. 실제로, 요즈음 북측이 운영하는 누리집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는 북측 각지의 대규모 건설현장과 화물수송현장을 보면, 이전에 없었던 각종 대형화물차들과 콘크리트 배합차를 목격할 수 있다. 그처럼 힘들고 어려웠던 1990년대 후반기 <고난의 행군>의 상징이었던 질통과 마대가 추억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차량운행이 급증하면 유류수요도 급증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원유수입량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북측의 원유수입량은 거의 변동이 없다. 이를테면, 2009년에 북측이 중국에서 원유 51만9,813t을 수입하였는데, 2010년에는 52만8,315t을 수입하였다. 연간 원유수입량은 8,502t(1.6%)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측의 현재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수입원유 52만t을 가지고서는 경제를 성장시키는 커녕 도저히 유지할 수도 없다. 그런데 왜 원유수입량은 정체된 것일까? 그 까닭은 북측의 경제성장에 따라 날로 급증하는 석유소비량 가운데 수입원유 52만t을 제외한 석유수요를 서조선만 대륙붕 해저유전에서 쏟아져나오는 원유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북측의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에 나와있는 것처럼, 북측은 2020년까지 원유 2,000만t을 생산하는 대담한 목표를 추진하는 중이다.

또한 북측의 2010년도 수입품목 가운데 차량 다음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은 광물성 제품 55%, 기계, 전기, 전자제품 40%, 플라스틱 제품 27% 순이었다. 이것은 북측에서 생산재 수요와 중간재 수요가 급증하였음을 말해준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생산재 및 중간재 수요의 급증은 경제가 성장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현상이다. 실제로, 요즈음 북측이 운영하는 노리집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는 북측의 생산활동을 보면, 공장들이 CNC화되면서 생산활동이 크게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측의 차량수입, 생산재수입, 중간재수입이 그처럼 증가한 반면, 2010년도 식량수입은 -4.7% 감소하였다. 쌀수입은 5.8% 증가하였고, 옥수수수입은 -14.1% 감소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보리수입은 191.7% 폭증하였다. 어찌 된 일일까?

보릿싹은 맥주와 위스키를 생산하는 재료일 뿐만 아니라 고추장, 엿기름, 식혜 등을 생산하는 재료이며, 보릿가루는 빵, 국수, 이유식을 생산하는 재료다. 그런 재료로 쓰이는 보리의 수요량이 급증한 것은, 주류, 기초식품, 가공식품 생산이 급증하였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요즈음 북측이 운영하는 누리집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는 북측의 생산활동을 보면, 주류, 기초식품,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각종 CNC화된 공장들을 각지에 새로 건설하거나 기존 설비를 CNC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위에 열거한 정보들은, 비록 북측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수치로 나타내주지는 못해도,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올해 2011년에도 2010년에 이어 지속적으로 성장한 북측 경제는, 내년에는 더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2020년까지 서방의 경제선진국들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 자체로 생산하는 원료와 자재가 있고, 자력으로 개발한 첨단기술이 있고, 자립경제로 쌓아올린 풍부한 경험이 있고, 자본수요 충당에 쓰일 각종 자원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경제건설을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영도자와 당이 있고, 그 주위에 단결한, 교육수준이 높고 열의에 찬 근로인민이 있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이제껏 북측의 자립경제를 ‘실패한 폐쇄경제’라고 비방해온 서방의 경제선진국들이 자본주의세계시장의 파산위기에 한꺼번에 휘말려 모두 신음하고 있을 때, “자력갱생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며 일어선 북측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자립적 계획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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