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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재보선, 진보정당 성적표는?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11.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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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명당선, 평균 25.19%득표.....존재감 부활했지만 자만하긴 일러

새세상연구소 손우정 연구위원

재보선이 무소속 박원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전시장의 아슬아슬한 승리, 그리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구속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끊임없이 빵빵 터졌던 일련의 드라마가 일단 한 차례 매듭을 짓게 되었다.


재보선 결과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나라당은 애써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면서 성과를 챙기기에 바쁘고, 민주당은 별다른 소득이 없어 전전긍긍이다. 이런 가운데 웃음을 머금고 박원순 시장의 탄생을 마음껏 축하하고 있는 한 정당이 있다.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당선자 1명 불과.....그러나 의미 있는 선전들


민주노동당의 표면적 성적표는 총 10명 출마에 1명 당선이라는, 그리 만족스러울 수 없는 결과다. 인제군수를 비롯해 서울과 울산, 전남, 전북, 제주도에서 광역의원을 출마시켰고, 서울, 부산, 경기에 기초의원을 출마시켰지만, 기초의원 1명이 당선되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10% 당선율이 불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우선 당선된 기초의원은 아직 진보정당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수도 서울, 노원구다. 게다가 이 지역은 지역위원회의 정치력으로 민주당 후보의 양보를 얻어내 서울에서 박원순 후보를 제외하고 유일한 야권단일후보를 만들었다. 득표율도 같은 구 민주당 시의원 후보가 얻은 52.17%보다 높은 53.76%를 기록했다. 박원순 후보가 얻은 득표율보다 높은 수치다.


낙선한 지역에서도 성과가 적지 않았다. 공동정부 파기선언까지 불러올 정도로 민주당의 배신(?)에 이를 갈던 인제군수 선거에서는 11%를 득표했다. 내심 ‘민주노동당 없이도 당선 가능’이라고 내다봤던 민주당은 72표차로 낙선했다. 후보를 양보하겠다던 민주당이 구두약속을 파기한 것에 대한 심판이라는 의미가 부여됐다.


서울 동대문 시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총 5석에 머물렀던 시의회 의석수를 79석으로 확대했다. MB심판의 기조가 민주당의 지지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1명의 시의원을 보유하고 있던 민주노동당은 야권단일화의 실패로 단 한 명의 시의원도 못 만들었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야권연대의 정신으로 동대문 시의원 선거에서 후보 양보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민주당의 실리적 이해관계가 연대의 정신을 넘어선 셈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후보가 18.33%를 득표해 민주당 후보까지 당선되지 못했다. 반MB연대에서 소수정당의 불리함을 악용한 민주당의 오만을 심판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외에도 민주노동당 후보가 출마한 지역에서는 인제 군수 선거를 제외하고 모든 후보들이 선거운동경비를 전액 환급받을 수 있는 15%의 벽을 넘어 섰다. 인제군수 선거에서도 절반을 환급받게 됐다. 10명의 후보가 평균 25.19%를 득표한 것은 민주노동당 사상 최대의 성과다.


구분

시도명

선거구명

출마자

특성

등수/

출마자수

득표수

득표율(%)

기초단체장

강원

인제군수

박승흡

3/4

1,671

11.00

광역의원

서울

동대문구2

김재운

야3당단일후보

3/4

7,664

18.33

울산

남구1

임상우

야권단일후보

3/4

3,294

20.49

전남

장성2

한승철

2/4

2,544

27.05

전북

익산4

김정열

야3당단일후보

3/3

2,521

22.19

제주

제주19

김석고

3/3

1,075

19.34

기초의원

서울

노원 라

이상희

야권단일후보

1/2(당)

22,083

53.76

서울

중랑 바

김금주

야3당단일후보

3/4

3,495

17.57

부산

사하 나

강정호

야권단일후보

2/3

5,126

41.65

경기

부천 마

박찬권

야3당단일후보

3/4

1,948

20.48

합계

10

51,421

25.19



선거경쟁에서 15%의 의미


선거경쟁에서 15%를 넘어선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야권연대에 기대지 않고서도 생존이 가능한 수치인 것이다. 그동안 진보정당 의원들이 출마를 주저한 가장 큰 이유가 엄청난 선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된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게다가 정당명부제가 아닌 지역구 선거에서 이 정도 득표를 했다는 것은 이제 10년 역사를 가진 진보정당이 지역에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점이 시사하는 바는, 민주노동당이 야권연대에 기생해 겨우 생존을 이겨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킬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비록 지금 당장 당선자를 배출할 수는 없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가시화된 범주에 들어오면서 독자적 생존 가능성을 과시한 것이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소수정당의 입장을 묵살하고 반MB연대를 전유하려는 거대 야당 민주당에게 확실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만일 민주노동당 후보가 출마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소수정당의 캐스팅보트 영향력은 급격히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정당의 존재감을 과시함으로써, 보다 힘 있는 야권연대가 가능하게 됐다.


비록 당선자는 1명이지만, 전혀 손해날 것 없는 선거를 치룬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는 선거다.


민주노동당 득표율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반영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의외의 결과일 수 있다. 그동안 지루하게 끌어온 진보대통합이 결실을 맺지 못한 시점에서 반MB에 대한 대중적 정서가 민주당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당지지율 역시 민주노동당의 ‘존재감’을 심히 걱정스럽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10월 17일~21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은 겨우 2.8%의 지지율만을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3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참여당의 지지율은 2.4%이며 진보신당은 1%에 불과하다. 모두 산술적으로 합쳐도 6.2%에 불과한 수치다. 그러나 야3당 연대의 실제 득표율은 이를 훨씬 넘어섰다.


이런 득표율의 성과는 ‘안철수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열렬한 지지는 그의 개인적 인품이나 성향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부는 데는 개인적인 특성 이상의 그 무언가, 즉 시대정신이 반영된다.


간단히 압축하면 안철수 현상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싫지만 기성 정치세력도 뭔가 못마땅한, 반MB를 넘어선 새로움을 요구하는 열망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안철수를 지지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반MB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더 좋은 것이 있다면 굳이 기존 정치세력을 지지할 충성도가 없다. 지지대상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떠다니는 유권자’라 할 만하다.


야권 경선과정에서 나타난 박원순에 대한 지지는 이런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실상 시민단체 관계자나 활동가들 이외의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초반 5% 지지율의 박원순은 안철수라는 반MB·비민주의 새로운 아이콘의 지지가 가장 큰 기반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중의 지지 또한, 이명박 정부는 싫지만 민주당 말고 더 좋은 대안을 찾는 안철수 식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즉, 이번 득표율이 안정적인 지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에 대한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기보다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뿐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의 득표율은 향후 진보정당의 행보에 따라 얼마든지 가변적이다.


덧붙여, 민주노동당의 선전에는 재보선이라는 특성도 한 몫 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당의 역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전국선거에서 이 정도의 집중력을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진보정당이 안정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분회로 상징되는 풀뿌리 조직을 중심으로 자기 지역의 기반을 다져야하는 이유다.


정개 개편과 야권단일정당론의 본격화


이제 박원순 서울시장체제의 등장과 함께 여·야는 정개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여당 내부에서는 책임론과 레임덕 분위기를 타고 신당창당론이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며, 민주당에서도 야권통합론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진보정당으로서는 민주당 중심의 야권단일정당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혁신과 통합 등 야권일부와 시민단체가 주도해 11월 통합단일정당을 공식 제안할 방침이고, 민주당에서도 재보선 이후 야권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해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의 야권연대 자세는 민주당 중심의 통합을 전제하는 강압적인 것이었고, 이 과정에서 다른 야당과의 신뢰관계가 많이 소원해진 상황이다.


12월 통합전당대회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일정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 간의 통합문제도 말끔하게 매듭을 짓지 못한 상황이지만, 여기까지도 일 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진성당원제로 운영되는 정당 내에서 아무런 공론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통합 논의를 한 달 동안 매듭지을 수 있을까? 불가능할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이다. 상층 중심의 협상을 통한다면 가능할지 몰라도, 이는 진보정당 운영의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무리한 일정으로 추진되고 있는 야권단일정당론은 민주당과 일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주도권 전략일수 있다. 의도야 어쨌건 간에 민주당과 시민사회가 야권통합정당을 본격 추진하는 한, 진보정당으로서는 또 한 차례의 소외감을 맞봐야 할지도 모른다.


진보정당, 새로운 정치 주역되어야


어쨌거나 진보정당으로서는 재보선의 성과를 발판으로 삼아 내년 총선과 대선에 존재감 있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지부진한 진보대통합 논의를 하루 빨리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주체역량의 확대와 대중적 외연 확대를 목표로 추진되었던 진보대통합은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만 나타나고 있다.


추진 방식 또한 일반 당원과 대중에게 새로운 대안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상층 협상에 경도됨으로써, 불필요한 논쟁으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이제 진보대통합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하루빨리 매듭짓고 내부의 전열정비와 대중과의 접촉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진보정당은 기성 정치문화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문화까지 주도해야 한다. 현재 공약수준에서 제출되는 정책으로는 기성정당과 진보정당의 차별화를 시도하기가 어렵다.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와 무상 이슈 등 전통적 진보 의제를 전유하는 등 진보정당의 정책적 존재감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바람에서 나타난 새로운 정치의 열망은 단지 정책수준만이 아니라 문화적 측면의 새로움까지도 요구하는 것이다. 정책만이 아니라 정책을 실현하는 방법과 새로운 차원의 도덕성, 조직내부의 권위주의 청산 등 기성정당과 차별화된 정치문화를 과시할 때만이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다.


선거경쟁이 되풀이될수록 ‘현실정치’적 덕목, 즉 이상적 진보정치보다 정치공학적 판단과 권모술수가 정당화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지금 시대의 정치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는 있어도, 새로운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진보정당이 제2의 전성기를 만들 가능성은 무엇보다 주체의 혁신 여부에 달려 있다.


* 민중의 소리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vop.co.kr/A000004441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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