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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위기 진단과 평가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11. 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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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세상연구소 김성혁 연구위원 



1. 유럽 재정위기 현황


1) 재정위기 국가들의 부채 규모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가부채가 급증한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존 단일통화 사용으로 독립적 통화정책을 쓰지 못하면서 2011년 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GDP 대비 국가 부채가 그리스 160%, 이탈리아 120%, 아일랜드 96.2%, 포르투갈 93%, 스페인 69%에 이르고 있는데 증가 속도가 무척 빠르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작년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국가 부도를 겨우 면하고 있으며, 유럽 경제규모 3, 4위인 이탈리아, 스페인마저 재정적자가 심각해져 유럽중앙은행이 올 8월부터 1000억 유로의 국채를 매입해 주고 있다. 이미 유럽중앙은행의 매입(700억 유로) 없이는 이탈리아 국채가 거래되기 어려운 상태로 볼 수 있다.

실제 유럽중앙은행이 재정긴축 이행을 요구하며 매입 중단을 압박하자 이탈리아 국채(10년 만기) 수익률이 11월 8일 6.7%까지 상승하였다. 일반적으로 국채 수익률이 7%를 넘으면 거래되지 않는 휴지조각이 되는데, 11월 현재 유로존 부실 국가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보면 그리스 26.8%, 아일랜드 8.4%,
포르투갈 12.4%로 사실상 거래가 중단된 국가부도 상태이며, 스페인도 5.6%로 상승하였다. 독일 2.3%와 비교하면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은 3배~10배로 매매가 어려운 수준이며 이들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던 벨기에 1위인 덱시아 은행이 구제금융을 받았고 미국 MF글로벌(선물업체)이 파산하였으며 프랑스, 독일, 미국 등 관련 은행들이 부실화 되었다.


2) 긴축재정으로 인한 민중들의 고통과 저항


유럽 경제공황의 뇌관인
그리스는 실업률이 20%이며 청년실업은 40%로 치솟았다. 정부는 IMF 지원을 받으려고 공공부문 3만 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하였고 350개 공공기관 폐쇄, 연금 10%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소득세 면세 축소, 부동산거래 및 건물세 인상, 국유자산 매각(민영화)까지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목표는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고, 물가인상 억제,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을 통해서 빚을 갚으려는 것이다.

생활고에 몰린 시민들은 총파업과 거리시위를 나서 공항, 철도 등 기간산업이 마비되고 있으며 사망자가 발생하고 폭탄 테러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승부수로 국민투표를 결정하자, 독일과 유럽중앙은행은 즉각 구제금융 80억 유로 지급중단 선언으로 압박하였고, 국내외 기반을 상실한 파판드레우는 국민투표를 철회하고 사임하여 조기총선을 실시하게 되었다.


스페인
은 부동산 거품붕괴, 저축은행 부실채권 급증, 소비위축 등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으며 국가부채 비율은 69%로 높지 않으나 GDP대비 9%가 넘는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부채증가 속도가 빠르다.

올해 필요한 재정적자 및 국채만기 부채 합계만 해도 2,705억 유로이며, 실업률 22%, 청년실업 45%에 달하여, 11월 총선에서 경제 침체에 대한 여론 악화로 집권 사회당이 패배하고, 보수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르투갈
은 금융위기로 재정적자가 급증하면서 지난 5월 1,080억 달러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정권이 교체되었으나 여전히 12%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새 정부도 이전 정부와 차이 없이 재정 긴축을 호소하며 건강보험 등 사회복지 지출을 삭감하고 있다. 간호사, 교사, 경찰의 월급마저 외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구제금융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공무원 크리스마스 상여금을 중단하는 등 임금삭감이 불가피하다.

경쟁력 회복을 위해 민간부문 근무시간을 30분 연장하고 공휴일을 축소하였다.


이탈리아
는 1조 9천억 유로의 국가 부채를 안고 있어 그리스 다음으로 유럽의 시한폭탄이다. 재정적자를 면하기 위한 증세 정책으로서는, 2년간 연간 소득 9만 유로(약 13억원)이상 부유층에 대해 [연대세]로 5~10%의 소득세를 부과하고, 금융거래에 따르는 이익에 대한 과세율도 12%에서 20%로 인상하였다. 또한 공무원 5만 명을 감축하고, 연금지급 개시 연령을 높히고 지방자치단체 통합도 추진한다. 게다가 경제성장을 촉구하기 위해 공휴일을 줄여 노동일수를 늘리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긴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 11월 8일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총리 사임과 조기총선이 실시된다.

경제규모인 그리스 7배인 이탈리아가 국가부도에 이르면 유로존은 결국 해체될 수밖에 없다.


아일랜드
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면 도입하여 법인세와 인건비를 인하하여 외국자본을 유치하였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아일랜드를 주요 생산거점으로 삼고 유럽 투자의 25%를 집중하였으며, 아일랜드는 대외 자금에 의존하여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주택 거품이 붕괴되고 2008년 금융위기로 외국자본이 대거 이탈하였다. 정부는 부실 은행에 대해 400억 유로를 지원하여 대부분의 은행을 국유화하면서 재정위기에 봉착했다. 정부 채무가 956억 유로, 중앙은행 채무 1,05억 유로, 민간은행 대외채무 3,50억 유로이며 기업 등 기타부문은 8,000억 유로인데, 정부·중앙은행·민간은행 부채가 GDP의 4배를 넘어 국가 파산 직전의 상태로 2011년 실업률은 14.2%이며 복지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2. 유럽 재정위기의 원인


보수세력들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방만한 사회복지 지출과 고임금으로 재정위기가 발생했다고 몰아가며 긴축으로 복지지출 삭감, 공기업 매각과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남유럽 국가 재정위기는 우선 금융기관 부실 채권 처리과정에서 발생하였고, 다음으로 유로존 단일통화 사용으로 인한 만성적 무역적자에서 기인한다.


1)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실 누적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가 5% 이하로 영국, 일본 등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남유럽 국가들은 월가와 유럽의 주요 금융회사들이 초래한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가 채무가 급속히 상승하였다.

2008년 위기는 미국의 모기지 파생상품의 부실로 자금경색이 일어나 은행 연쇄부도가 발생하고 실물경제까지 침체되었다. 금융회사들이 남유럽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는데, 금융회사들의 부실을 메우면서 남유럽 국가들의 부채가 급증하여, 복지 축소와 국가자산 매각으로 국민들이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2) 유로존 통합의 후유증


다음으로 유로존에 편입된 남유럽 국가들이 경제위기 속에서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쓰지 못하면서 국가부도 상태에 몰리게 되었다.

경쟁력이 높은 독일, 네델란드 등 북유럽 국가와 경쟁력이 낮은 남유럽 국가가 화폐를 통일하자, 독일 등은 통화가치가 저평가되어 무역 흑자를 보고, 남유럽 국가들은 통화가 고평가되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보았다.

따라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유로존으로 흑자를 본 북유럽 국가들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남유럽 채권을 보유한 독일, 프랑스, 미국 등 금융회사의 손실을 우려하여 모든 부담을 남유럽 국가들에게 부담하려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3. 유로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담 결과 분석


1) 유로정상회의


유럽공황의 뇌관이 되고 있는 그리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10월 27일 유로 정상들이 아래의 합의안을 발표하였다.


① 그리스에 대한 민간은행들의 손실 부담을 50%로 늘린다.

유럽 민간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부채 중 1000억 유로를 탕감하여, 15%는 현금으로 상환받고, 35%는 30년만기 국채로 연장하는 것이다.


②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유럽 은행들의 BIS(자기자본비율)를 9%로 늘려 자본을 확충한다.

민간은행들의 채권 50%가 상각되므로 그만큼 자기자본을 증식해야 한다. 자기자본비율(=자기지본/총자본)을 늘리는 방법은 분자인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분모인 총자산을 줄이는 것이다. 자금부족 상태에서 주주들이 증자로 자기자본 늘리기는 어렵고, 총자산을 줄이는 것은 은행의 각종 대출을 줄이는 것이므로 자금 경색을 가져온다.

정상회의에서는 금융자본이 자력 확충이 안 될 경우, 정부가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마지막으로 유럽재정안정기금을 투입하기로 하였다.


③ 유럽재정안정기금(현재 4,400억 유로)을 지렛대(레버리지) 효과와 IMF 및 중국 등의 지원을 받아 1조 유로 규모로 늘린다.

인정기금 4,400억 유로 중 구제금융에 투입분을 제외하면 2,500억 유로가 남는데, 손실을 20% 보증하는 방법으로 4~5배의 채권 발행 효과를 낼 수 있고, 여기에 중국과 IMF 자금을 끌어들여 지원 가능액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2) G20 정상회담


유로 정상들은 27일 합의안에 대해 11월 4일 G20 정상회담에서 각국의 협력을 요청하였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은 자력 해결을 권고하면서 지원을 회피했고, IMF도 회원국들의 지분 조정이 어려운 상태이며, 프랑스는 지원시 국가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커졌다.

결과적으로 유럽 27개국 정상들이 합의한 그리스 구제방안에 대해 시장의 반응이 냉담하다. 국채 50% 탕감은 그리스의 상환 능력으로 보아 턱없이 부족한 조치이며 유럽권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9%로 확충한다는 합의조차도 구체적인 확충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시장에 별 영항을 주지 못했다.

아이케그린 교수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그리스 국채 20%를 보증하는 방안도, 재정위기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채권 보유자들은 20% 이상 손실 볼 가능성이 크므로, 민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리스 구제방안은 당장의 파국을 연기시키는 정도의 효과를 낼 뿐이며 그리스보다 6~7배의 경제규모인 스페인, 이탈리아 구제금융까지를 고려하면 유럽재정위기 해법이 되지 못한다.



4. 유럽 재정위기 향후 전망


1) 유로존 재정통합은 가능한가 ?


단일 통화 사용으로 발생한 남유럽 국가들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것은 유로존을 해체하여 독립적 통화주권을 갖던지, 재정통합으로 적자 국가 경제까지 유로가 책임지는 방안이 있으나 둘 다 쉽지 않다.

정치적으로 다른 국가체계를 유지하면서 재정만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유로존의 다양한 성격의 국가들이 짧은 시간에 미연방 수준으로 일체성을 갖기도 어렵다.

재정통합이 추진된다고 해도 적어도 수십 년이 필요할 것이다.


2) 재정위기는 언제쯤 해소될까 ?


그리스는 국가 부채가 1000억 유로 탕감되었으나 어차피 갚을 수 없는 돈이었고 이 정도 탕감으로는 재정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 또한 혹독한 긴축을 이행하여야 하므로 장기간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

재정위기 속에서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10월 3%(전년동월비) 상승하였고, 경제성장률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OECD는 유럽연합의 2011년 경제성장률을 1.6%, 2012년 경제성장률은 0.3%로 전망하였다.

재정적자가 계속되는 남유럽 국가들이 흑자로 전환하고 부채를 갚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긴축재정으로 임금과 복지를 삭감하고 국가자산까지 매각하면, 무엇으로 가계와 국가가 소득을 늘리고 부채를 갚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2000년 전후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여 국가부채 상환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고 일정기간 고통을 감수하면서 재생한 경험이 있다.

남유럽 국가들이 이런 길을 가려면 유로존을 탈퇴하여 독자적 통화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유로존에 남는 길과 통화주권을 확보하는 길, 어느 길을 걸어도 혹독한 가시밭길을 지나야 한다.


결국 남유럽 민중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재정적자의 구조적 해결방안 마련을 강제하면서 유로존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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