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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통상압력과 위기의 박근혜 호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3. 3.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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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볼만한 2013 경제이슈] -4
백남주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맞춰 미국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론 커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연합뉴스, 2013.02.05). USTR은 보고서가 나오면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자국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 등을 해결할 방침이다. 한국에 대한 추가적인 통상 압력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웬디 커틀러 USTR 아시아태평양 담당 대표보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FTA 합의안의 ‘협의 조항(consultation provision)’을 이용해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재협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일본은 미국의 추가 개방 압력을 수용해 2월 1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요건을 현행 생후 20개월 이하에서 생후 30개월 이하로 완화했다. 일본의 추가 개방은 곧바로 한국에 대한 추가 개방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단 위와 같은 한미FTA 문제뿐만이 아니라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통상압력이나 무역 분쟁 등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여전히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각 국의 정부들은 쓸 만한 정책수단들은 다 동원한 상태다. 국내의 정책적 여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각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에게 수출을 늘리는 방향의 경기 회복정책에 집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2014년까지 수출을 두 배로 늘리고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국가수출확대정책(National Export Initiative: NEI)’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번의 위기가 부동산 거품, 과다한 가계부채 등에 기인한 것인 만큼 각 국들은 부채축소의 과정을 겪고 있다. 자국 내의 경제 활력이 살아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수출확대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수출을 확대해 자국경제를 살리려고 하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제위기 속 커져가는 무역 분쟁 

모두가 자국 산업은 보호하고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는 수출을 늘리려 함에 따라 보호무역 조치들과 통상갈등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국의 기업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적으로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경우 부과하는 반덤핑관세세의 경우 2012년 상반기에만 110건의 조사개시와 74건의 부과가 이뤄졌다. 2012년 하반기를 고려하면 세계 경제위기가 발발한 2008년 수준(조사개시 213건, 부과 139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국 정부가 수출품에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부과하는 상계관세 부과 건수도 19건으로 상반기 수치로만 2002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2년 WTO 분쟁 건수는 27건으로 2011년 8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연합뉴스, 2013.01.06). 

물론 이와 같은 보호무역 조치들은 이전에도 크게 많이 늘어난 시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의 전통적인 보호무역 조치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기술규제, 지적재산권을 통한 보호무역조치 등 새로운 형태의 통상업력들이 늘어나고 있다. 각 국가들이 겉으로는 G20 회담 등에서 보호무역조치를 자제하자는 주장들을 하고 있어 전통적인 보호무역조치를 통한 자국 기업 보호가 어려워지자, 기술규제나 지적재산권 규제강화 등의 우회적인 방법으로 보호무역조치와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1월 15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2012년 무역기술장벽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WTO 회원국이 알려온 기술규제(TBT Technical Barriers Trade) 통보건수는 총 1560건에 달한다. 1995년 WTO가 설립된 이래로 가장 많은 수치다. WTO 기술규제는 국가별로 서로 다른 기술규정ㆍ표준ㆍ인증절차를 갖고 있어 해당 국가가 자국으로 수출하는 국가ㆍ기업에 이 같은 기준을 준수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새로운 보호무역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규제 통보문은 2006년까지만 해도 1000건 미만이었지만 2007년 1030건, 2008년 1251건, 2009년 1490건, 2010년 1419건, 2011년 1217건, 2012년 1560건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각국 정부는 지적재산권 등을 이용해 새로운 보호무역 장벽을 마련하며 다른 국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0년 국경조치를 통한 지적재산권 침해 물품 압류는 약 2만 건에 달하며 2002년에 비해 약 3.4배 증가했다. 유럽연합 역시 국경조치를 통한 지적재산권 침해 물품의 압류는 2011년 9만 건을 상회해 2002년의 약 1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기업 간의 지적재산권 분쟁을 넘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각 정부당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규제 의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보호무역주의 장벽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허울뿐인 국제공조와 장악력을 상실한 미국 

그렇다면 위와 같은 통상압력, 무역 갈등이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선,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에 균열이 가고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G20 정상급회담의 영향력이다. G20 정상급회담은 기존의 G7 체제로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참여 국가들을 늘려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출범하였다. 

2008년 제1차 G20 정상회의에서는 향후 12개월간 무역과 투자와 관련된 새로운 장벽설치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고(스탠드스틸 standstill), 이후 회담에서는 이 합의를 2014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G20 국가들의 보호무역조치는 2010년 중반 감소세를 보이다가 남유럽 재정위기가 시작된 2010년 말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후, 2011년 10월~2012년 5월까지의 경우는 경제위기 이후 가장 많은 124건의 조치를 취했다. 

WTO와 별도로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동향을 관찰하고 있는 GTA(Global Trade Alert)에 따르면, 현재 외국의 상업적 이익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조치 건수는 총 1,878건이며, 2011년 11월 G20 정상회의 이후 도입된 조치만 해도 361건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전체 보호무역 조치에서 G20 국가들의 비중이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데, G20 국가들의 보호무역 조치는 2009년 약 60%였으나, 2012.6월 현재는 79%이상으로(82%) 증가했다(한국무역협회, ‘세계경기침체로 불어닥친 보호무역주의 한파’, 2013.01.09). G20 회의 공간에서는 보호무역조치들을 취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하면서 자국 경제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보호무역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내에서도 서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국의 경제가 어려우니 국제 공조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 세계경제 시스템상의 패권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도 자국 경제 살리기에 급급해 주변 국가들을 추스르기 보다는 주변국들에게 자국의 위기를 전가하기 바쁘다.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압력을 수용할 만큼 한가한 상황은 아니다. 이는 기존의 미국 중심 세계 경제 질서가 균열이 가고 있다는 것으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임을 의미한다. 

통상압력에 시달리는 한국경제와 위기의 박근혜 호 

다음으로 앞서 미국의 한미FTA 추가 협상 압력 등에서 보여지 듯,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거세질 수 있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앞선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는 2010년 6월 225에서 2012년 6월 467건으로 2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9월 기준 102건에 비하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삼성과 애플의 소송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적재산권 분쟁 같은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 통상압력 등으로 인한 한국의 피해도 커져가고 있다. 2012년 한국의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수지’는 49억5140만 달러(약5조58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적재산관 등 사용료 수지는 경제위기 직후인 2009년 약 40억 달러적자, 2010년 약 60억 달러적자로 크게 급증했다 2011년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2년 다시 50억 달러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등의 사용료 지급액만을 살펴보면 2012년의 경우 83억9700만 달러로 연간 약 10조원의 돈이 지적재산권 사용료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적 재산권 사용료는 2008년 위기 이후 더욱 가파르게 증가해 2011년의 경우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1월 23일(현지시각)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 가전3사(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의 세탁기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 결정을 최종 승인한 것을 비롯해 최근 아르헨티나 정부가 한국산 유입식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서는 등 한국에 대한 무역 분쟁은 여러 분야에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국제서비스협정(ISA) 협상 개시를 공식화하며 상품 분야에 집중됐던 자유무역협정(FTA)을 금융, 특급운송, 통신, 보험, 전자결제, 정부조달, 환경 및 에너지 등 자신들의 주력분야인 서비스 분야에까지 넓히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월15일(현지시간)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의회에 공식 서한을 보내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EU 등 20개국과 서비스 분야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협정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미FTA 보다 한국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와 같은 통상압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우왕좌왕 하다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더욱 우리를 우려스럽게 하는 것은 차기 박근혜 정부의 태도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한미동맹에 더욱 집착하게 될 것이다. 그러할 경우 미국의 한미FTA 추가개방 요구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상압력에 제대로 대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나아가 세계 경제 질서의 새로운 재편과정 속에서 한국이 자신의 자리를 찾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최근 몇몇 경제지표의 개선을 가지고 한편에서는 경기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한 겨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통상압력에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출범하기도 전에 지지율 급락을 경험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향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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