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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위기의 교훈...임금소득을 늘리자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7. 12.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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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주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유럽 발 충격이 다시 한 번 세계경제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외부충격에 취약한 한국의 금융시장 역시 충격을 받으며 요동쳤다. 외국자본의 이탈로 인해 2000을 상회하던 주가는 한때 1800선이 붕괴되었고(5월 18일 1782.46), 1120원 선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118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5월 25일 1185.5원). 



긴축 찬성이냐 반대냐...기로에선 유럽 

돌이켜보면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재정위기 이야기가 2009년경부터 나오기 시작한 것 같은데, 위기가 수습되기는커녕 더욱 확산되고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스페인은 물론 프랑스의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 유럽 발 위기는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요인까지 더해져 발생했다. 그동안 유럽은 재정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 긴축정책을 펴왔다. 재정위기에 직면한 나라들은 긴축을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임금‧연금 삭감 등의 정책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럽민중들의 불만은 고조되었고, 그 불만은 한편에서는 시위로 한편에서는 표심으로 나타났다. 최근 치러진 프랑스 대선이나 그리스 총선의 핵심 이슈는 긴축에 대한 찬성과 반대였고, 프랑스의 경우 긴축에 반대하는 올랑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그리스의 경우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제2당이 되었다(※그리스는 연정 구성에 실패하여 6월 17일 재총선을 치른다). 향후 유럽은 긴축이냐 경기부양이냐를 두고 치열한 모색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 불안요인이란 금융자본 입장에서의 불안요인이다. 돈을 빌려준 금융자본들은 어떻게든 재정위기 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요구하는 긴축프로그램을 받아들이고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 그 돈으로 자신들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의 사회지출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고, 정리해고를 하는 등의 긴축 프로그램을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긴축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의 집권은 금융투기 세력들 입장에서는 불안요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긴축이냐 부양이냐의 논쟁은 금융투기 자본의 요구가 실현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갈등이기도 하다. 

긴축으로 유럽을 구할 수 있나? 

그렇다면 과연 금융투기 세력들이 말하는 대로 긴축은 현 경제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긴축이 답이 될 수 없음은 2008년 미국 발 세계 경제위기가 발생한 원인을 살펴보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유효수요 부족에 따른 상습적인 위기를 유발한다.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함에 따라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아래의 그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기전인 2006년 미국의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이 50%까지 치솟아 있는 상황이고, 이는 세계대공황이 발생하기 직전인 1928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상위 1%의 소득점유율의 경우는 23%가량으로 이 역시 1928년과 2006년이 비슷한 수준이다. 



80년대 신자유주의 정책 도입 이후 자본은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사회지출을 줄여나갔다. 그 결과 1990년대 미국경제는 ‘신경제’라고 불리며 겉으로는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되어왔다. 1993년부터 2000년까지 최상위 1%의 가구소득이 연평균 10.1%증가할 때 하위 99%는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2000년도를 넘어서면서는 최상위 1%는 가구소득 증가율이 11.0%, 하위 99%는 0.9%로 분배구조가 더욱 불평등해졌다(장상환 2008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명박정부 경제정책>). 

대부분 사람들의 실질 소득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소수 고소득층이 대다수 사람들의 소비를 메울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는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이렇게 부족한 유효수요는 부채에 의해 충당되어 왔다. 실질 소득이 정체되어 있는 사람들이 부채에 의존해 소비를 해온 것이다. 하지만 무한정 빚을 질 수는 없는 노릇이며 부채는 언젠가 갚아야 하는 것이다. 무분별하게 빚을 늘린 결과 결국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며 경제위기를 촉발시킨 것이다. 

물론 이번 경제위기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해 발생했겠지만 위와 같이 극심한 소득 불평등이 커다란 경제위기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추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80년대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도입이후 각 국가들마다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위기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긴축정책을 펴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긴축을 한다는 것은 국가의 사회지출을 줄이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과 일반인들의 연금을 삭감하는 등의 정책들을 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국내 유효수요는 더욱 부족해진다. 경제위기를 일으킨 요인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 상항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긴축을 한다고 해서 결코 경제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과 같이 경기가 극도로 침체해 있는 상황에서 긴축정책을 쓰면 경기를 더욱 악화시켜 경제는 더욱 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긴축정책을 펴게 되면 사회지출을 줄여야 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해 나가야 한다. 실업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재정확보를 위해 중요한 공공시설들을 매각하는 일도 생겨난다. 긴축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그리스의 경우 실업률은 22%가 넘었고, 청년실업률은 50%를 넘고 있다. 긴축의 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돈은 줄어들고 사회적 수요는 감소하니 경기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긴축을 통해 경제위기의 해법을 모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긴축의 본질은 금융자본들의 이득을 위해 일반 민중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긴축프로그램은 금융자본들만 배를 불리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트로이카(IMF, EU, ECB)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에게 긴축 프로그램을 강요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구제 금융을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긴축프로그램을 받아들이고 들여온 구제금융은 어디로 가겠는가? 부채 즉 금융자본들의 빚을 갚는데 쓰여 진다. 구제 금융을 받는다고 해서 이 돈이 그 나라의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목적으로 쓰여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긴축과 그에 따른 구제금융은 금융투기자본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된다. 금융투기자본들을 그 나라 민중들의 삶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오직 자신들의 이윤에 손실이 안가는 방향으로 이번의 위기를 해결하고 싶을 뿐이다. 

따라서 긴축은 이번 경제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긴축이 아니라 금융 투기자본들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우고, 적극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사회적 수요를 되살려 나가는 것이 경제위기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위와 같은 사실들이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소득양극화와 불평등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한국경제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나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미국과 같이 극심한 경제난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역시 소득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유인은 다분하다. 특히 이 문제는 한국경제의 새판을 짜는데 있어서도 핵심적인 문제이다. 

먼저 한국의 소득 양극화 정도가 어떤지를 살펴보자. 한국의 소득 양극화가 심각함을 확인할 수 있는 조사결과는 상당히 많다. 최근 한국조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1%가 한 해 버는 돈은 38조4790억원으로, 전체(231조9560억원)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9개국 평균 9.7%를 상회하는 수치이며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표 참조. 물론 소득의 기준, 방법론 등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많지만 한국의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대략적으로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또한 김낙년 동국대학교 교수의 ‘한국의 소득 집중도 추이와 국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상위 1%가 총 개인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7%에서 11.5%로 늘었고 상위 0.1%의 소득 비중은 1.79%에서 4.08%로 커졌다. 12년 만에 130%가 늘어났다. 최상위층인 0.01%는 더하다. 98년엔 전체 소득의 0.57%를 차지했던 게 2010년엔 1.61%로 182% 커졌다. 상위 10%에 들기 위해선 1년 평균 7209만 원을, 5%에 들려면 9709만 원, 1%는 1억9555만 원을 벌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세 이상 인구 평균 소득(1700만 원)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위의 조세연구원 보고서와는 산정 기준이 다르므로 절대적으로 두 자료를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점에 유의). 

5월 22일 OECD가 발표한 ‘당신의 더 나은 삶 지수’에서도 한국의 경우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다섯 배가 넘는다며 큰 빈부격차를 지적하기고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득 양극화(대다수 사람들의 실질 소득 정체문제)는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우선 현재 한국경제의 뇌관이라 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자극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2012년 1분기 한국의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911조4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한국의 경제규모(GDP)에 육박해 있고 가처분 소득의 150%가 넘는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든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는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등의 규제책을 쓰고 있는데 실제 가계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부가 편중되어 있는 이상 어떤 식으로든 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생계를 위한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사리 대출을 줄이기 힘든 형편이다.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의 경우 54.7%가 생계형 대출이다. 결국 이들은 정부의 규제로 인해 불법사채시장 등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이들 가계가 파산하기 시작하면 한국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서도 양극화 문제와 소수에게 편중된 부의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소득양극화와 불평등 해소 문제는 한국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데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경제는 새로운 선순환 모델을 찾아야 하는 시기에 놓여있다. 기존의 재벌 대기업 중심의 수출 성장 정책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 한계가 명확해진 상황이다. 더 이상 재벌 대기업들의 성과가 서민경제로 연결되고 있지 않으며, 세계경제의 현황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경기침체, 위기 탈출을 위한 치열한 수출확대 경쟁 등 수출에 의존해 이전과 같이 성장을 하기에는 힘든 구조가 되어있다.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역할을 해왔던 미국으로부터 수출과 관련된 압력도 상당히 거세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내수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 내수 확대의 기본은 국내 민간수요(구매력)을 키우는 것인데, 대다수 사람들의 실질 소득이 정체되어 있고 부가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있으면 사회적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소득이 높은 계층일수록 해외에서 소비를 하거나 늘어나는 소득에 비해 지출 증가폭은 작다는 점에서 소득양극화는 내수확대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를 보면서 위기의 원인이 무리한 복지, 사회지출이라며 긴축 혹은 재정지출을 줄이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사회적 수요를 감소시킨다는 면에서 적절한 교훈이 될 수 없다. 

임금소득을 늘리자 

따라서 현재 한국경제 역시 내수확대를 위해선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 정책으로 양극화를 해소해 나가며, 가계소득·임금소득을 개선해 사회적 수요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세계경제 위기의 발생과정은 소득 양극화와 그로인한 유효수요 부족을 부채로 메워가는 체제가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고, 한국경제가 처한 현황 역시 소득재분배와 임금소득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더군다나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로 봤을 때 부채에 의존해서 소비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득을 재분배 해 나가는 것은 사회적 수요를 확대하는데 중요한 문제이다. 위의 표는 소득분위별 한계소비성향을 나타낸 것이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새로 늘어난 소득 중에서 소비에 지출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계소비성향이 0.6이라는 것은 소득이 1원 늘면 0.6원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표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소득이 적은 계층일수록(1분위에 가까울수록) 한계소비성향이 크다. 즉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으로 이전시키면 그에 따라 민간소비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자 임금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의 기업 입장에서 임금은 단순한 비용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임금은 사회적 수요를 형성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임금상승→국내 수요증대→그에 따른 기업들의 생산, 투자 증가→경제 활성화→임금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구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이데올로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한국경제가 기존의 구조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더욱 열악한 처지에 있는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임금을 증가시키고, 최저임금을 인상하여 임금격차를 줄여나가는 재분배 정책 역시 중요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법적 권리 강화 등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 5월31일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에 기고한 글 입니다.


* 출처 : 우리사회연구소 http://urisociet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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