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대북심리전 수준을 넘어선 등탑점등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12. 21. 02:07

본문


2011년 12월 19일 (월)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해괴한 색전구 장식

한반도 군사상황은 점점 더 험악해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잘 나오지 않아서 이 땅의 국민들이 실감하지 못하지만, 지금 군사분계선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전에 그러한 것처럼, 이번에도 남측이 북측을 자극하였다. 군사적 자극행위에 관련한 첫 보도기사는 2011년 11월 25일 <한국일보>가 실었다. 남측 군부 관계자가 한 말을 인용한 그 보도기사에는 “(남측 군부가) 기독교계의 요구로 다음달 25일 성탄절 직전부터 등탑에 불을 밝힐 계획인데,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만간 정확한 점등날짜를 잡을 예정”이라고 쓰여있었다. 남측 군부 관계자가 말한 등탑은 경기도 김포반도 한강 하구에 있는 해발 155m 높이의 애기봉 정상에 설치된 철골등탑이다. 중요한 것은, 그 철골등탑이 해병2사단 청룡부대가 주둔하는 서부전선 최전방의 군사시설이라는 점이다.

요즈음 연말연시를 맞은 세계 각국에서는 형형색색 색전구 장식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지만, 중무장하고 적과 대치한 군부가 적진에게 보여주려고 철골등탑에 켜놓는 군사용 색전구 장식은 전 세계에서 오직 이 땅에만 있다. 연말연시에 즐거운 분위기를 안겨주어야 할 색전구 장식을 군사적 수단으로 둔갑시키다니, 생각할수록 해괴망측한 살풍경이 아닐 수 없다.

최전방 애기봉 정상의 해괴망측한 색전구 장식은 이 땅에서 전쟁포화가 멎은 직후인 1954년부터 시작되었다. 그 해 12월에 큰 소나무를 베어다가 애기봉 정상에 세워놓고 색전구를 달았던 것이, 색전구 장식의 시작이었다. 1968년에 한국군 해병2사단은 북측에서 더 잘 보이도록 애기봉 정상에 높이가 30m나 되는 높다란 철골등탑을 세우고 거기에 색전구 5,000개를 달아놓았다.

그 등탑 불빛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군사분계선 너머 2km 정도 떨어져 있는 개성시 판문군 하조강리의 최전방 초소에서 근무하는 인민군 병사들이다. 그 초소에서 근무하는 인민군 병사들은 색전구 불빛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남측 군부가 간절히 바라는 것처럼, 그들이 색전구 불빛을 바라보며 ‘전기불빛 화려한 자유대한’을 동경하는 것일까? 인민군 병사들에게 찾아가 물어볼 수 없어서 유감이지만, “심리전을 한답시고 전기나 낭비하고 있네” 하면서 코웃음을 칠 것으로 생각된다.

무릇 심리전이란 적에게 공포심을 주어 기를 꺾어놓거나, 또는 적의 경계심을 풀어놓아 허점을 드러내게 하는 작전인데, 색전구 장식은 적에게 공포심을 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의 경계심도 풀어놓지 못하고, 기껏해야 적의 코웃음이나 자아내게 만드는 것이니, 그처럼 어리석은 군사행동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런데 남측 군부는 왜 그처럼 아무런 효과도 없는 색전구 장식 등탑을 점등하려는 것일까? 남측 군부가 강행하려는 등탑점등의 목적은 인민군 병사들이 색전구 불빛을 바라보며 ‘전기불빛 화려한 자유대한’을 동경하게 만들려는 심리전을 펼치려는 게 아니다. 만일 남측 군부의 대북심리전 책임자들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 그런 어리석은 등탐점등을 대북심리전이라고 벌여놓는 저급한 수준이라면 그냥 제대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남측 군부는 그처럼 저급한 수준에 있지 않다. 대북심리전이 목적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등탑점등을 강행하려는 것일까? 등탑점등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대북심리전의 목적을 갖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목적이 있다. 이 땅의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등탑점등의 진짜 목적, 바로 그런 은폐된 군사적 목적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다.

벌써 7년 세월이 흘렀지만, 남측과 북측은 2004년 6월 3일부터 4일까지에 강원도 속초에서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진행하고, ‘서해해상에서 우발적 충돌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중지 및 선전수단제거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그 합의서에 따르면, 남측과 북측은 “2004년 6월 15일부터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합의하였고, 특히 군사분계선 지역에 설치한 모든 선전수단을 2004년 6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석 달 동안 세 단계에 걸쳐 제거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단계별 선전수단 제거가 완료되면 그 결과를 상대측에 통보하며 각각 상대측의 선전수단 제거결과를 자기측 지역에서 감시하여 확인하되 필요에 따라 상호검증도 할 수 있다”고 합의하였고,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선전수단들을 다시 설치하지 않으며 선전활동도 재개하지 않는다”고 합의하였다.

그 합의에 따라, 남측과 북측은 각자 선전활동을 중단하였고 선전수단을 제거하였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쏘아대던 확성기방송과 라디오방송이 중단되었고, 애기봉 등탑점등도 당연히 하지 않았다. 무력충돌위험에 시달려온 이 땅에서 군사적 긴장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는 그런 노력은 높이 평가하고 지지, 성원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남측 군부는 애기봉 정상에 서 있는 철골등탑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앞으로 언젠가 등탑에 다시 점등하려는 속셈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나자, 남측 군부는 7년 동안 남북이 지켜온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애기봉 등탐점등을 강행하였다. 2010년 12월 21일 오후 5시 45분 등탑점등을 강행하던 시각, 남측 군부는 애기봉 일대에 최고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전투태세를 강화하였는데, 현장에는 방탄복을 입은 해병대 무장병력 80명을 배치하였고 다연장로켓포를 발사준비태세로 전환하고 대포병레이더를 가동하였으며, 인민군의 등탑격파사격에 대비해 미리 방호벽을 구축해놓고 소방차와 구급차까지 동원하였다. 무력충돌의 공포가 감돌기 시작한 시각, 그 지역에 근무하는 직업군인 가족들을 남쪽 후방지대로 멀리 피신시켰고, 비상경보음을 울려 애기봉 아래 마을주민들을 대피소로 피신시켰다. 그처럼 살벌하기 그지 없는 공포분위기 속에서 색전구 장식을 점등한 애기봉 등탑은 2010년 12월 21일부터 1월 8일까지 켜져 있었다.

국지전을 전면전으로 확대할 북침작전계획

<조선일보> 2011년 1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만일 북한이 (등탑점등을 저지하려고) 도발할 경우 군은 작전계획에 따라 인근지역에 배치한 다연장로켓포 등 가용한 화력을 총동원해 도발원점을 타격할 방침”이라고 한다. 2010년 12월 21일 남측 군부가 7년 동안 지켜온 남북 군사합의를 깨고 등탑점등을 강행할 때는 전투태세를 갖추면서도 그런 움직임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태도를 바꿔 미리 대북공격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이것은 남측 군부가 등탑점등 강행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무력충돌을 예상하고 타격준비를 완료하였고 실전연습까지 마쳤음을 말해준다. 타격전은 눈 감고 아무 데나 쏘아대는 것이 아니라 타격대상, 타격수단, 타격방식을 미리 정해놓은 작전계획에 따라 수행하는 전투행동이다. 그러므로 남측 군부가 등탑점등 강행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무력충돌을 예상하고 타격준비를 완료하였다는 말은, 타격대상, 타격수단, 타격방식을 미리 정해놓은 작전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2010년 12월 8일 서울에 있는 합참본부에서 진행된 ‘한미 합참의장 협의회’에 참석한 한민구 당시 합참의장과 마이크 멀린(Michael G. Mullen) 당시 미국군 합참의장은 “전면전이 아닌 평시에 북한군의 국지도발을 격퇴하고 응징할 때 미군 전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기존 대비계획을 전면적으로 보완하기로 합의”하였다. 그 협의회 직후에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민구 당시 합참의장은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국지도발 대비계획을 우선적으로 보완하여 북한이 다시 도발할 경우 동맹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기로 합의했습니다”고 말했다. 이 보도기사에서 주목하는 것은, ‘국지도발 대비계획’이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연평도 포격전으로 충격을 받고 기존 계획을 전면적으로 보완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면 ‘국지도발 대비계획’ 보완작업은 언제 완료되었을까? 그 계획 자체가 군사기밀이므로 그 계획의 보완작업에 관한 언론보도가 나온 적은 없지만,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10월 28일 서울에 있는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제43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한 김관진 국방장관과 리언 패네타(Leon E. Panetta) 미국 국방장관은 15개항으로 된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는데, 거기에는 “북한의 잠재적 추가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이를 통해 동맹 차원의 군사적 억제력을 보다 실질적, 구체적으로 발전시키고 북한도발에 대한 대응태세를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문항이 들어있다. 인용한 문항에서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였다”는 표현은 작전계획 보완작업이 이미 완료되었음을 뜻한다. 또한 연평도 포격전 1주년이 되는 2011년 11월 23일 정승조 한국군 합참의장과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 지시’에 서명하였는데, 이것은 이미 보완작업을 마친 작전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국지도발 대비계획’ 작성을 이미 완료하였으므로, ‘국지도발 대비계획 지시’가 아니라, 정확히 표현하면 ‘국지도발 작전계획 실행지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미국 군부와 남측 군부가 ‘국지도발에 대비한 작전계획’이라고 표현하여 북측의 대남도발에 대비한 작전계획인 것처럼 말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명백하게도, 남측이 남북 군사합의를 깨고 등탑점등을 강행함으로써 북측을 극도로 자극하여 무력충돌을 유발하려는 것이므로, 남측이 아무런 대북행동도 취하지 않았는데 북측이 일방적으로 도발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그 작전계획은 북측의 대남도발에 대비한 작전계획이 아니라, 사실상 북측을 자극하여 국지전을 유발하려는 작전계획인 것이다.

그러한 국지전 유발 작전계획에 타격대상목록이 들어있는 것은 명백한데, 남측 언론에 보도된 타격대상 세 군데는 포격원점, 지원세력, 지휘소다. 포격원점은 인민군 전초진지를 뜻하고, 지원세력은 인민군 전방부대를 뜻하고, 지휘소는 후방에 있는 인민군 지휘부를 뜻한다. 전선 후방에 있는 인민군 지휘부까지 공격하겠다는 말은, 전선을 넘어가서 적진을 치는 이른바 초월공격을 감행하겠다는 뜻이다. 남측 군부가 말한 초월공격은 말로만 떠느는 허풍이 아니었다. 2011년 11월 23일 서해 5도 분쟁수역에서 강행한 육해공군 합동훈련에서 그러한 초월공격작전을 실제로 연습하였다.

그런데 국지전 유발 작전계획은 남측 군부의 초월공격작전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작전계획에 국지전이라는 말이 들어 있어서, 국지전 유발에 국한된 작전계획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평시에 일어날 수 있는 소규모 국지전을 유발하는 작전계획이 아니다. 2011년 10월 28일 한미안보협의회(SCM)에 관련한 언론보도를 읽어보면, 그 작전계획은 한국군과 주한미국군, 주일미국군을 북침전쟁에 동원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태평양사령부 휘하의 전력까지 총동원하는 전면전 규모의 북침전쟁계획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 군부와 남측 군부가 그런 전면전 규모의 북침전쟁계획을 담은 작전계획문서를 비밀문서고에 보관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전면전 규모의 북침전쟁계획에 따른 북침전쟁연습을 실제로 강행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11년 10월 27일부터 11월 4일까지 남측 군부가 육해공군 병력 14만 명과 각종 군사장비를 동원하여 실시한 ‘호국훈련’, 그리고 똑같은 시기에 미국군 태평양사령부가 오키나와에서 동해까지 이르는 해상북침경로를 따라 미일연합함대를 동원하여 실시한 ‘2011 연례훈련(ANNUALEX 2011)’은 전면적으로 보완된 북침전쟁계획을 실전처럼 연습한 것이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 당시의 북침전쟁연습에 관해서는 2011년 11월 21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미일연합함대 위협한 북측 공군연합부대’에서 자세히 논하였다.

군사분계선에서 사소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그것을 빌미로 대규모 북침전쟁을 일으킬 전쟁계획을 보완하였고, 그 전쟁계획에 따라 세계 최대 규모의 북침전쟁연습을 실시한 직후에, 인민군의 격파사격을 유도할 등탑점등을 기어이 강행하겠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등탑점등으로 인민군의 격파사격을 유발하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군, 주한미국군, 주일미국군, 태평양사령부 휘하의 전력을 총동원하여 북침전쟁을 도발하겠다는 게 아닌가!

격분한 북측의 대응행동은 무엇인가?

2010년 12월 21일 남측 군부가 7년 동안 남북이 지켜온 군사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고 애기봉 등탑점등을 강행하였을 때는,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난 직후였으므로 북측은 남측의 자극행위에 대응하지 않고 자제하였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지난 해보다 훨씬 더 악화되었다. 악화요인은 아래와 같다.

첫째, 남측 군부는 2010년과 달리, 올해 2011년에는 서부전전 애기봉 정상에서만 등탑점등을 강행하는 것이 아니라, 중부전선 철원평화전망대와 동부전선 통일전망대에도 새로 등탑을 세우기로 하였다.

2007년 10월 30일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준공된 철원평화전망대는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중강리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 안에 있다. 그 전망대에서는 철원평야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그 평야 건너편에 북측의 1211고지가 바라다보인다. 다른 한 편, 1984년 2월 9일 지상 2층, 전망대로 준공된 고성통일전망대는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 동해안 최북단의 해발 70m 높이의 고지에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16km밖에 있는 금강산이 보인다.

남측 군부가 서부전선 애기봉, 중부전선 철원평화전망대, 동부전선 고성통일전망대에서 동시에 등탑점등을 강행하는 것은 분단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남측이 북측을 극도로 자극하여 격파사격을 유발해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처럼 전선 전반에 걸쳐 동시다발식 등탑점등을 강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둘째, 남측이 그처럼 북측을 자극하면서 격파사격을 유발하려는 지금, 북측은 어떤 대응행동을 취하고 있을까? 2011년 12월 11일 조선육일오편집사가 운영하는 북측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애기봉 등탑은 왜 켜려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우리 군대는 이미 남조선 괴뢰군부의 비렬한 심리전을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그에 즉시적인 대응조치를 취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괴뢰군부 호전광들은 애기봉 등탑에서의 불켜기놀음으로 하여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될 경우 그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그리고 2011년 12월 13일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국방부 반공화국 심리전 강화를 위한 새로운 조치 획책’이라는 제목의 짤막한 기사를 내보냈다. 그 기사는 남측 텔레비전방송 <MBC> 보도를 인용하여 “(남측) 국방부가 반공화국 심리전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로 군사분계선 주변 두 곳에 등탑을 세울 것을 획책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보다 더 최근에는 <로동신문>이 2011년 12월 17일 ‘최악의 사태를 몰아오는 심리전 도발’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고, <우리민족끼리>가 2011년 12월 19일 ‘전쟁을 부르는 대북심리모략행위’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므로 당연히 인민군 지휘부가 미국 군부와 남측 군부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마땅한데, 이상하게도 개인논평과 인용기사로 대신하였다. 이런 정황을 아래의 사실과 대비해보면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훈련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던 2011년 8월 7일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는 미국과 남측 당국에 공개서한을 보냈는데, “미국과 남조선 당국은 대화와 대결, 평화와 전쟁의 엄숙한 기로에서 분별있게 처신하여야 하며 심사숙고하여 현명한 출로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군대와 인민은 우리의 공명정대한 요구에 긍정적인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북측은 완곡한 표현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11월에 들어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1년 11월 24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문은 “우리의 신성한 령해, 령공, 령토에 단 한 발의 총포탄이라도 떨어진다면 연평도의 그 불바다가 청와대의 불바다로, 청와대의 불바다가 역적패당의 본거지를 송두리채 없애버리는 불바다로 타번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고 매우 격한 어조로 경고하였다. 또한 2011년 12월 14일 <로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제966대연합부대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한 것에 관한 보도기사에서 “오만한 침략의 무리들을 단숨에 뼈다귀도 추리지 못하게 묵사발을 만들고 씨종자 하나 남김없이 지구상에서 영영 쓸어버”리겠다고 매우 격한 표현을 썼다.

위의 인용문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완곡한 표현을 썼던 인민군 지휘부는 미국 군부와 남측 군부가 계속적으로 자극하자 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측 군부가 인민군의 격파사격을 유발하기 위해 전선 전반에 걸쳐 동시다발식 등탑점등을 강행하려는 지금이야말로 인민군 지휘부가 강한 어조로 경고하여야 마땅한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그런 공식적인 경고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격분한 인민군 지휘부는 왜 경고발언을 하지 않는 것일까? 상대할 가치조차 없으니 아예 무시해버리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2011년 12월 18일 미국의 <합동통신(Associated Press)>에 나온 보도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대북식량지원을 며칠 뒤에 재개한다고 발표하고, 북측도 우라늄농축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북미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해 작성된 그 보도기사는 북측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재입국을 허용하기로 하였다고 지적하였다. 비록 이 보도기사는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수행해야 할 과업들만 언급하였을 뿐이고 미국이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수행해야 할 과업들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미협상이 일괄타결을 향해 급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주목하는 것은, 미국 군부와 남측 군부가 등탑점등 강행과 국지전 유발책동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이 북미협상의 급진전을 가로막으려는 훼방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등탑점등 강행과 국지전 유발책동에 격분한 인민군이 강력한 대응을 자제하는 까닭은, 미국 군부와 남측 군부가 훼방전술로 북미협상의 급진전을 가로막으려 한다는 점을 간파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미협상 일괄타결을 향해 급진전하는 거대한 흐름을 군사적 긴장고조로 막아보려는 훼방은, 수숫대로 엮은 울바자를 쳐서 한강을 막으려는 짓이 아닌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