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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경쟁 촉진하는 ‘비대칭의 망령’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1. 5. 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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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종대 'D&D FOCUS' 편집장
2011년 05월 04일 (수) 12:17:06 김종대 tongil@tongilnews.com


작년 안보위기를 겪고 국방부는 올해 3월 8일에 ‘국방개혁 307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적극적 억제전략’이 표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적극적 억제가 유사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것이냐, 아니면 우리 교전규칙에서 표방한 ‘비례성의 원칙’을 넘어 북한의 군 작전 지휘부와 같은 핵심목표를 정밀타격하겠다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아직까지는 실체가 아리송한 ‘깡통 전략’이거나 미국의 네오콘의 ‘예방전쟁 개념’을 어설프게 흉내 낸 ‘짝퉁 전략’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스텔스 전투기, 글로벌호크, 아파치 공격헬기, 위성항법 스마트 폭탄 등이 도입된다는 소식은 반드시 적극적 억제전략이 허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무언가 군 작전의 개념의 패러다임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는 징후일 수도 있다. 여기서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될 새로운 첨단무기 도입을 위한 강력한 명분으로 북한의 ‘비대칭 위협’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이 시선을 끈다. 다분히 재래식 전면전을 가정한 기존의 작전계획을 탈피하여 국지적이고 제한된 영역에서 특수한 교전에 주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비대칭이란 사전적 의미는 우리가 의도하는 ‘결정적 작전(decisive operation)'을 회피하여 상대방이 그들의 비교우위가 있는 영역에서 작전을 한다는 뜻이다. 한미연합군의 최첨단 전력에 이미 북한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북한도 이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남측이 대응할 수 없도록 하는 특수한 형태의 위협을 가할 필요가 생기는데, 적은 비용으로 허를 찌르는 ‘창의적 방식’으로 전장의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전적 의미와 별개로 국방부는 북한의 비대칭위협으로 핵미사일, 20만에 달하는 특수부대, 고성능 장사정포, 해커 침투 등을 열거하고 있다. 여기에 군사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5세대급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천문학적 전력증강을 서두르겠다는 의미다.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의 장사정포가 이제껏 산의 전면 지하갱도에 있었는데 산의 후면으로 후방배치하여 포병으로는 제압이 어렵기 때문에 은밀침투가 가능한 스텔스전투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명분을 더하기 위해 평양의 핵심목표를 타격한다는 정치적 메시지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 농협 전산망 교란도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짓고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대규모 사이버방어사령부도 운용할 계획이다. 서북 5도서에 북한이 공기부양정으로 수천명의 병력을 침투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한 대형공격헬기 아파치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위협 중에는 새로운 것이 전혀 없고, 다만 약간의 전술변화를 도모했을 뿐인데도 우리는 각각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조 단위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 경제사정이 어렵기는 북한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약간의 재정의 여력도 4대강에 쏟아 부은 이명박 정부다. 약간의 전쟁양상 변화에 일일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아무래도 현 정부 재정운영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바로 ‘비대칭’이라는 용어의 마력이다. 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위협이 된다는 식의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용어가 ‘비대칭’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협의 범위를 무한대로 확장한다면 종국에는 우리 힘으로 안보가 불가능하다는 자가당착이 기다린다.

그러나 정말로 비대칭이 문제라면 역설적으로 이러한 군사적 조치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속성을 가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대칭이란 일종의 문화이다. 20만 명에 달한다는 북한 특수부대는 북한의 싸우는 문화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굼뜨고 무거운 보병부대를 가볍고 날쌘 기동부대로 재편한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20만 정도 되는 부대라면 그것은 이미 특수부대가 아니고 일반 정규군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걸 특수부대라고 이름 붙이고 비대칭위협으로 분류하게 되니까 이에 대비할 국방소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게다가 20만이라는 숫자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 정작 중요한 것은 30만이든 40만이든 우리 후방에 침투하는 운송수단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그런데 북한이 특수부대를 실어 나를 운송수단은 특별히 증가한 것이 없다. 기껏해야 5,000명 정도에 지나지 않고, 이미 그 수단은 다 식별되어 있다. 이런 정도라면 전투기와 함정으로 차단하고, 나머지는 지상화력으로 대비하게 된다.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아파치 헬기를 도입한다고 해서 경기도 이천에 배치된 아파치가 서북 5도서 방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산의 후면에 배치된 장사정포도 마찬가지다. 로켓탄인 장사정포는 포탄 고도가 매우 낮다. 산 뒤에서 쏘려면 산의 후방으로 한참 물러나든지, 사격 각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포병으로 제압하기는 오히려 쉽다. 산에 굴을 뚫어 산 뒤에서 앞으로 이동시킨다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산 속에는 습기가 차서 굴에 포를 보관하면 수명이 짧아진다. 포탄의 장약도 상하기 쉽다. 예전에 없었던 극히 이례적인 현상을 이유로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한다고 하면 우리 국방비는 지금보다 10배가 늘어나도 모자라다.

결국 비대칭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새로운 무기소요가 연결된 충동구매 심리가 도사리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미국무기 도입 세계 2위 국가인 우리가 1위로 등극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여기에 추가될 국방비 소요는 다음 정권에 떠맡기면 된다는 정권 말기의 ‘먹튀’ 심보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얘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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