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대규모 항모강습단의 출몰
2011년 9월 29일 <연합뉴스>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 출몰현장을 찍은 보도사진과 동영상을 내보냈다. 그 보도기사에는 9월 29일 정오 부산 앞바다 수평선 위로 거대한 함체를 드러낸 초대형 항공모함(supercarrier) 조지 워싱턴호가 부산해군기지에 입항하였다고 씌여있다. 조지 워싱턴호는 3박4일 동안 부산해군기지에 정박하였다가 10월 2일 떠났다.
조지 워싱턴호는 왜 부산에 나타났을까?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조지 워싱턴호는 “한국 해군과 친선교류차 3년만에” 부산해군기지에 입항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오보다. 그 보도가 오보라는 점은 아래와 같이 논증된다.
조지 워싱턴호가 부산해군기지에 처음 입항한 날은 3년 전인 2008년 10월 1일이었다.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퇴역을 앞둔 재래식 연료추진 항공모함 키티 호크호(USS Kitty Hawk)와 교체되어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에 배치된 2008년 9월 25일 이후 처음으로 다른 나라에 간 것은 그 날 부산해군기지 입항이 처음이었다. 조지 워싱턴호가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배치되자마자 1주일만에 부산에 나타난 것은, 그 날 부산 앞바다에서 진행된 국제관함식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조지 워싱턴호의 부산해군기지 입항을 2008년 10월 1일부터 계산하면 위의 언론보도에 나온 대로 이번에 3년만에 다시 입항한 것이지만, 그 항공모함은 미국이 동해에서 감행한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되어 2010년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부산해군기지에 두 번째로 입항한 적이 있다. 당시 북침전쟁연습에는 조지 워싱턴호와 미사일 구축함 네 척으로 편성된 항모강습단(carrier strike group)이 동원되었다. 그 미사일 구축함 네 척 가운데, 맥캠벨호(USS McCampbell)와 존 맥케인호(USS John S. McCain)는 부산해군기지에 입항하였고, 래슨호(USS Lassen)와 스테듬호(USS Stethem)는 진해해군기지에 입항하였다.
조지 워싱턴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이 부산해군기지에 입항하지 않고 한반도 해역에 출몰하여 강행한 북침전쟁연습은 두 차례나 더 있었다. 7함대 항모강습단은 2009년 10월 10일부터 19일까지, 그리고 2010년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한반도 해역에서 북침전쟁연습을 벌였다.
예사로운 항구방문 아니다
조지 워싱턴호가 “한국 해군과 친선교류차” 부산해군기지에 입항하였다는 보도도, “3년만에 입항했다”는 보도와 마찬가지로 오보다. 왜냐하면 조지 워싱턴호만 부산해군기지에 입항한 것이 아니라, 항모강습단의 방대한 무력이 한반도 해역에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미국 해군 항모강습단은 전투기, 전자전기, 공중조기경보기, 수송기, 대잠작전헬기, 해상작전헬기를 보유한 항모비행대(carrier air wing)를 실은 초대형 항공모함 1척, 미사일 순양함 1척, 미사일 구축함 4척, 핵추진 공격잠수함 2척, 병참지원함 1척으로 편성된다.
미국군 소식지 <성조(Stars and Stripes)> 2011년 9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한반도에 출몰한 7함대 항모강습단은 항모비행대를 실은 조지 워싱턴호, 미사일 순양함 카우펜스호(USS Cowpens), 미사일 구축함들인 머스틴호(USS Mustin), 웨인 마이어호(USS Wayne E. Meyer), 맥캠벨호, 커티스 윌버호(USS Curtis Wilbur)로 편성되었다. 핵추진 공격잠수함이나 병참지원함이 따라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지 워싱턴호는 이른바 항구방문(port visit)이라는 명목으로 아시아 나라들의 해군기지 또는 항구에 입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미국 해군 항공모함의 항구방문은 친선방문이 아니라 미국 군부의 명령에 따른 군사행동이다. 따라서 조지 워싱턴호가 군함을 동반하지 않고 홀로 항구방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반드시 순양함과 구축함 등으로 항모강습단을 편성하여 항구방문을 한다. 지금까지 조지 워싱턴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의 항구방문 사례는 아래와 같이 네 건이다.
2009년 7월 2일 조지 워싱턴호와 미사일 순양함 카우펜스호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이 17년만에 오스트레일리아 서남부에 있는 프레맨틀(Fremantle)에 입항하였다.
2009년 8월 11일 조지 워싱턴호, 미사일 순양함 카우펜스호, 미사일 구축함 핏처럴드호(USS Fitzgerald)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이 13년만에 필리핀 마닐라(Manila)에 입항하였다.
2009년 11월 3일 조지 워싱턴호, 미사일 순양함 카우펜스호, 미사일 구축함 오케인호(USS O'Kane), 미사일 프리깃함 크로멜린호(USS Crommelin)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이 중국 홍콩(香港)에 입항하였다.
2010년 10월 2일 조지 워싱턴호, 미사일 순양함 카우펜스호, 미사일 구축함 맥켐벨호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이 태국 라엠 차방(Laem Chabang)에 입항하였다.
위의 항구방문 사례를 보면, 항공모함이 순양함 1척만 동반한 2척 편성방식은 오스트레일리아 방문에 적용되었고, 항공모함이 순양함과 구축함을 각각 1척씩 동반한 3척 편성방식은 필리핀 방문과 태국 방문에 적용되었다. 홍콩 방문에는 항공모함이 순양함, 구축함, 프리깃함을 각각 1척씩 동반한 4척 편성방식이 적용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남측에 출몰한 항모강습단 편성방식은 항공모함이 순양함 1척, 구축함 4척을 동반한 6척 편성방식이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San Diego)에 배치된 미사일 구축함 웨인 마이어호까지 동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에 6척으로 편성된 대규모 항모강습단이 남측에 나타난 것을 예사로운 항구방문으로 볼 수 없는 논거는, 지난 해 하반기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된 항모강습단 편성규모와 비교할 때 더 뚜렷해진다.
2010년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미국이 ‘불굴의 정신(Invincible Spirit)’이라는 작전명으로 동해에서 감행한 북침전쟁연습에 항모강습단이 동원되었는데, 조지 워싱턴호, 미사일 구축함들인 맥켐벨호, 존 맥케인호, 래슨호, 스테덤호를 포함한 5척 규모로 편성되었다.
2010년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미국이 반잠수함전(anti-submarine warfare)이라는 명목으로 서해에서 감행한 북침전쟁연습에 항모강습단이 동원되었는데, 조지 워싱턴호, 미사일 구축함들인 존 맥케인호, 핏처럴드호, 그리고 해양정찰함 빅토리어스호(USNS Victorious)를 포함한 4척 규모로 편성되었다.
2010년 11월 23일에 일어난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이 2010년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해에서 감행한 북침전쟁연습에 항모강습단이 동원되었는데, 조지 워싱턴호, 미사일 순양함 카우펜스호, 미사일 구축함들인 래슨호, 스테덤호, 핏처럴드호를 포함한 5척 규모로 편성되었다.
이처럼 지난 해 하반기에 미국이 세 차례나 연속감행한 북침전쟁연습에 참가한 항모강습단은 4척 또는 5척 규모로 편성되었는데, 이번에는 6척으로 편성된 가장 큰 규모의 항모강습단이 동원되었다. 이것은 7함대 항모강습단의 이번 출몰이 예사로운 항구방문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순양함과 구축함은 어디로 갔을까?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정보는 그것만이 아니다. 이번에 항모강습단으로 편성되어 남측에 출동한 6척이 모두 부산해군기지에 입항하지 않았다. 미사일 구축함들인 맥켐벨호와 커티스 윌버호는 평택해군기지에 입항하였다. 조지 워싱턴호는 부산해군기지로 갔는데, 맥켐벨호와 커티스 윌버호는 왜 평택해군기지로 갔을까?
그 두 미사일 구축함이 평택해군기지에 입항하기 직전, 한국 해군 제7기동전단 소속 구축함들인 세종대왕함, 대조영함, 왕건함이 부산해군기지를 떠나 제주도 남쪽에 있는 마라도와 이어도를 거쳐 평택해군기지까지 2박3일 동안 기동훈련를 실시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맥켐벨호와 커티스 윌버호가 한국 해군 제7기동전단과 함께 남해에서 서해로 북상하는 한미 연합기동훈련에 참가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지 워싱턴호가 부산해군기지에 들어간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는데, 미사일 순양함 카우펜스호, 미사일 구축함들인 머스틴호, 웨인 마이어호는 어디로 갔을까? 카우펜스호, 머스틴호, 웨인 마이어호가 부산해군기지에 들어갔다는 언론보도가 없으니 행적이 묘연하다. 2011년 9월 27일 주한미국군사령부는 주한유엔군사령부 명의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조지 워싱턴 항모강습단과 소속 함정들이 오는 28일부터 한국의 여러 항구들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다른 미사일 구축함 2척이 남해에서 서해로 북상하는 한미연합기동훈련에 참가하였다면, 미사일 순양함 1척과 미사일 구축함 2척도 남해에서 동해로 북상하는 기동훈련을 벌이고, 강원도 동해항에 입항한 것은 아닐까? 2009년 3월 11일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에 참가한 미사일 구축함들인 스테덤호와 채피호(USS Chaffee)가 동해항에 입항한 적이 있으며, 2010년 3월 19일 ‘키 리졸브’ 북침전쟁연습에 참가한 존 맥케인호와 머스틴호도 동해항에 입항한 적이 있으므로, 이번에 미국 순양함과 구축함들이 동해로 북상하는 기동훈련을 벌였다면 동해항에 입항하였을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조지 워싱턴호가 부산해군기지에 입항한 다음 날인 9월 30일 주한미국군사령부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승진훈련장에서 주한미2사단과 한국 육군 5군단 예하 제1기갑여단이 참가한 실탄사격훈련을 벌였다. 이 훈련에는 한미연합군사령부 휘하 전차, 장갑차, 공격헬기, 전투기를 비롯하여 15종의 첨단무기 120여 대와 병력 1,300여 명이 동원되었다.
위의 사실을 보면, 조지 워싱턴호의 부산방문은 예사로운 항구방문이 아니라, 조지 워싱턴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을 동원하여 서해와 동해에서 사전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한 뒤에 항구방문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국군 지휘부가 방대한 침공무력으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을 남측에 보내 북침전쟁연습을 벌인 까닭은 무엇일까? 언제나 그러하지만, 미국군의 북침전쟁연습은 북측을 자극하여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도발적인 군사행동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이번에 실시된 북침전쟁연습을 예사로운 항구방문으로 오보하였고, 더욱이 크게 보도하지도 않고 스쳐지나듯이 보도하였기 때문에, 남측 국민들은 미국이 이번에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였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한 달만에 재개된 북침전쟁연습
문제의 심각성은, 이번 북침전쟁연습이 주한미국군사령부의 사전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감행한 도발적인 군사행동이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발생시간 순으로 사건을 배열해보면, 주한미국군사령부가 주한유엔군사령부 명의로 항모강습단의 ‘항구방문’을 예고하였던 2011년 9월 27일에 항모강습단은 서해와 동해에서 이미 북침전쟁연습을 벌이고 있었다.
미국군 지휘부는 왜 또 다시 북측을 자극하여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 것일까? 지난 여름 이후 미국군 지휘부 동향을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7월 28일 오바마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당시 차기 함참의장 지명자 신분으로 서울을 극비방문한 미국 육군대장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는 한민구 한국군 합참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8월 16일부터 을지 프리덤 가디언 전쟁연습을 실시하되 북측을 너무 자극하지 않고 느슨하게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2011년 8월 22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김빠진 전쟁연습을 하긴 하는 걸까?’에서 논한 바 있다.
이처럼 지난 8월 하순에 김빠진 북침전쟁연습을 실시하였던 미국군 지휘부가 한 달만에 북침전쟁연습을 재개하였으니, 그 동안에 미국군 지휘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요즈음 미국군 지휘부가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그들이 왜 한 달만에 북침전쟁연습을 재개하여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 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군 지휘부가 처한 최근 상황은 아래와 같다.
2011년 7월 1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리언 패네타(Leon E. Panetta)가 국방장관으로 부임하였다. 그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주요임무는 군사비 삭감이다. 그에 따라 패네타 신임 국방장관은 군사비 삭감을 단행하였는데, 군사비를 삭감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은 아래와 같다.
이른바 ‘반테러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랜 기간 침략전쟁을 계속해온 통에, 미국의 전쟁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하였고, 군사비도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미국의 전비 폭증과 군사비 증액은, 2008년에 몰아닥친 금융자본 파산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재정을 방만하게 지출해온 실책과 더불어 결국 국가재정을 파산위기에 빠뜨리고 말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위급해진 미국이 국가재정 파산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강도 높은 재정긴축밖에 없는데, 천문학적 금액으로 책정되는 군사비를 삭감하지 않으면 재정긴축은 불가능하다.
군사비 삭감 9,750억 달러
군사비를 삭감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는 단호하다. 2011년 10월 1일 <블룸버그 통신(Bloomberg News)>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관리국(OBM)은 2020년까지 군사비 250억 달러를 삭감하라는 대통령의 긴급지시를 국방부에 전하였다. 2011년 7월 31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논쟁 끝에 타결한 국가재정 삭감방침에 군사비 삭감 3,500억 달러가 포함되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지시한 군사비 250억 달러 삭감은 3,500억 달러 삭감 이외에 별도로 삭감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군부가 군사비를 삭감하면 문제가 없을 터인데, 미국 군부 사정은 복잡하다. 국방장관에 부임한 때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2011년 8월 4일 패네타 국방장관은 당시 퇴임을 앞두고 있던 마이클 멀린(Michael G. Mullen) 합참의장과 함께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패네타 국방장관은 “국방예산을 3,500억 달러 삭감하는 조치 이외에 자동적으로 위험한 수준의 추가삭감을 하는 조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말은, 군사비 추가삭감을 반대하는 미국 군부 의사를 대변한 것이다. 2020년까지 군사비 3,500억 달러를 줄이는 삭감안이 이미 채택된 판에, 거기에 더하여 추가삭감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한 것이다. 미국 군부가 반대하는 군사비 추가삭감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2011년 8월 10일 미국 연방의회가 민주당 의원 6명과 공화당 의원 6명으로 구성된 적자감축 합동소위원회(Joint Select Committee on Deficit Reduction)를 내왔다. 미국 언론매체들이 초급 위원회(Super Committee)라 부르는 이 위원회는 2020년까지 연방정부예산 1조5,000억 달러를 삭감하는 세부방안을 만드는 중이다. 초급 위원회가 오는 11월 말까지 작성할 1조5,000억 달러 삭감안을 연방의회가 오는 12월 말까지 채택하지 못하는 경우, 1조2,000억 달러를 자동적으로 삭감하기로 이미 결정한 바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연방의회에서 삭감안을 채택하지 못해 자동적으로 확정될 삭감액 1조2,00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인 6,000억 달러가 군사비 삭감액이라는 점이다.
파산위기에 빠진 미국의 국가재정형편으로 보나, 재정긴축방침을 놓고 벌어진 연방의회의 심각한 갈등으로 보나, 오는 11월 말에 제출될 1조5,000억 달러 삭감안이 연방의회에서 채택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1조2,000억 달러 삭감안이 자동적으로 확정될 것이고, 그에 따라 군사비 6,000억 달러가 추가삭감될 것이다. 패네타 국방장관이 부임한 직후 군사비 3,500억 달러를 삭감하기로 결정하였는데, 거기에 추가삭감 6,000억 달러를 합하면 군사비 삭감액은 9,500억 달러로 늘어난다. 그와는 별도로, 오바마 대통령의 긴급지시에 따라 군사비 250억 달러를 별도로 삭감해야 하니, 군사비 삭감총액은 9,750억 달러나 된다. 미국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군사비 9,750억 달러를 삭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국군도 영국군처럼 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군사비 삭감은 군사력 감축으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군사력은 2012년부터 감축되기 시작하여 2020년에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축소되는 것이다. 전 세계를 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세계 각지에서 침략전쟁을 벌여온 미국의 군사력이 크게 축소되는 것은, 미국의 군사적 지배와 침략전쟁을 반대하고 자주와 평화를 갈망하는 미국의 진보적 국민들과 세계 각국의 진보적 인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어느 정도 축소되는 것일까? 이 민감한 군사문제를 자세히 분석한 정보는 2011년 9월 26일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보좌관이 작성하여 연방하원 군사위원장 벅 맥컨(Buck McKeon)에게 제출한 보고서가 공개된 것이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군사비 삭감에 따라올 군사력 축소상황은 아래와 같다.
첫째, 현재 569,000명에 이르는 미국 지상군 병력 가운데 143,000명이 줄어들어 426,000명만 남는다. 현재 100개에 이르는 지상군 기동부대 가운데 60-70개만 남는 것이다.
둘째, 현재 202,000명에 이르는 미국 해병대 병력 가운데 57,000명이 줄어들어 145,000명만 남는다. 해외에 전진배치한 미국 해병대 상륙전 부대를 해체할 수 밖에 없다.
셋째, 현재 200척에 이르는 미국 해군 군함 가운데 62척이 줄어들어 138척만 남는다. 그렇게 되면, 항모항습단 11개 가운데 2개가 해체되고 9개만 남는다.
넷째, 현재 1,990대에 이르는 미국 공군 전투기 가운데 478대가 줄어들어 1,512대만 남고, 현재 135대에 이르는 전략폭격기 가운데 34대가 줄어들어 101대만 남는다. 또한 현재 651대 이르는 전략 및 전술 수송기 가운데 157대가 줄어들어 484대만 남는다. 이것은 미국 공군 작전기 3분의 1이 감축되는 것이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F-35 합동공격기 같은 첨단무기를 개발하는 무력증강사업도 중단된다.
다섯째, 미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가 크게 줄어들고, 핵무기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량하는 사업도 중단된다.
여섯째, 미국 국방부의 민간인력이 줄고, 미국 군수산업부문 퇴직율이 늘어난다.
위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군사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축소되는데, 미국처럼 국가재정 파산위기에 빠져 군사력이 급격히 축소된 나라는 영국이다. 미국이 따라가는 영국의 선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은 2010년 10월에 채택한 ‘전략적 방위안보 검토’에 따라 국가예산의 8%에 이르는 군사비 592억 달러를 삭감하면서, 영국군 총병력 101,790명 가운데 17,000명을 2015년까지 감축하고, 187억 달러에 해당하는 각종 군사장비를 폐기처분한다. 이를테면, 영국 해군이 지휘함으로 사용해온 항공모함 1척을 퇴역시켜 545만 달러에 매물로 내놓았고,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수직이착륙기 80대를 폐기하여 매물로 내놓았다. 영국 해군에게 남아있는 항공모함 1척도 전투기를 싣지 못하고 공격헬기만 싣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또한 순양함 5척을 퇴역시켰고, 구축함 3척을 155만 달러에 내놓았으며, 전차 100대를 폐기하고, 장갑차를 비롯한 각종 군사장비들을 헐값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또한 영국령 섬들이 있는 카리브해에서 지속되어온 영국 구축함의 초계활동이 사상 처음 중지되었고, 국방의용군이라 불리는 예비군도 6개월 동안 훈련을 중지하였다. 두말할 나위 없이, 영국은 군사강국 지위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태평양사령관은 왜 워싱턴에 갔을까?
미국 지방지 <샌디에고 유니온 트리뷴(San Diego Union-Tribune)> 2011년 9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군부는 2014년까지 103명에 이르는 군장성들과 군지휘관들을 퇴역시킬 것이고, 지상군과 해병대 병력을 감축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군사비 삭감과 군사력 감축을 저지하려는 미국 군부와 극우정치인들과 군수기업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특히 미국 군부는 군사비 삭감이 미국군 전투력을 위축시키고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다고 강변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미국 군부 가운데서 누가 반발하고 있을까?
언론보도에 나타난 것을 보면,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반발하였다. 태평양사령관 로벗 윌러드(Robert F. Willard) 해군 제독은 2011년 9월 23일 <로이터 통신(Reuters)>과 진행한 대담에서 자기 휘하에 있는 야전군사령관들을 대동하고 다음 주(9월 26일부터 29일까지 기간을 뜻함)에 패네타 국방장관을 직접 만나 군사비 삭감에 따른 전력차질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군사비를 삭감하면 아시아-태평양에 전진배치한 군사력이 감축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윌러드 태평양사령관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 휘하의 군사력을 감축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미국군을 지휘하는 사령관과 야전군사령관들이 군사비 삭감을 저지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몰려가던 때와 거의 같은 시각, 방대한 침공무력으로 편성된 7함대 항모강습단이 전격적인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기 위해 한반도로 몰려가고 있었고, 한미연합군은 대규모 실탄사격훈련을 위해 승진사격장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태평양사령부의 반발과 거의 동시에 있었던 그 사령부 휘하 항모강습단의 한반도 해역 출몰과 한미연합군의 대규모 실탄사격훈련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일까? 항모강습단 출몰과 한미연합군 실탄사격연습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아시아-태평양에 전진배치된 군사력 감축을 저지하려는 태평양사령부의 계산된 군사행동이 아니었을까?
그 비밀스런 내막을 밝혀줄 자료를 찾을 수 없지만, 태평양사령부의 반발과 전격적인 북침전쟁연습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 것은 우연한 현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군사비 삭감과 군사력 감축이 진행되는 기간에 그것을 저지하려는 미국 군부가 서해5도 분쟁수역에서 국지전을 도발할 위험이 짙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의 군사력 감축과 한반도의 평화통일
그러나 미국 군부가 한반도에서 국지전 도발위험을 조성하더라도, 그것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맥없이 꺼져버릴 것이다. 왜냐하면,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와 무관하게 미국의 재정긴축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그와 함께 군사비 삭감도 예정대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력 감축추세는 불가항력이다. 그와 더불어, 북측 인민군과 로농적위대는 창설 이래 가장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구축하였으니, 미국의 섣부른 국지적 도발은 인민군의 서해5도 점령이라는 충격적 패배를 한미연합군에게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2020년까지 군사력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전진배치한 군사력을 감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의 전진배치 군사력 감축은, 한반도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되는 군사력이 감축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 사연을 전망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미국이 2020년 이전에 지상군 병력 143,000명을 감축하는 과정에, 주한미국군 현재 병력 28,500명 가운데 지상군 부대인 제2사단 병력 19,755명이 감축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북측 인민군이 보유한 강력한 비대칭전력 앞에서 주한미국군 지상군 병력은 이미 군사전략적 가치를 상실하였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것과 더불어 주한미국군 지상군 병력의 완전철군은 불가피하다.
둘째, 미국이 해외에 전진배치한 해병대 상륙전 부대를 2020년 이전에 해체하는 과정에, 일본 오키나와 캠프 버틀러(Camp Butler)에 주둔하면서 한반도 북침전쟁연습에 동원되는 제3해병원정군(3rd Marine Expeditionary Force)이 해체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제3해병원정군 해체는,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와 일본의 갈등까지 해소할 것이다.
셋째, 미국이 태평양에 배치한 6개 항모강습단 가운데 4개는 캘리포니아주 해군기지에 모항을 두었고, 1개는 워싱턴주 해군기지에, 다른 1개는 일본 해군기지에 각각 모항을 두었다. 또한 미국이 대서양에 배치한 5개 항모강습단 가운데 4개는 버지니아주 해군기지에 모항을 두었고, 나머지 1개는 플로리다주 해군기지에 모항을 두었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이 2020년 이전에 항모강습단 2개를 해체하면, 대서양에 배치한 항모강습단 1개와 태평양에 배치한 항모강습단 1개를 해체할 것이다. 미국은 동아시아 전력공백을 우려하여 일본에 배치한 7함대 항모강습단을 해체하지 않겠지만, 캘리포니아에 배치한 3함대 소속 항모강습단 4개 가운데 하나를 해체할 것이다.
미국이 태평양에 배치한 항모강습단이 6개에서 5개로 줄어드는 것과 정반대로, 중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2개 이상 태평양에 배치할 것이다. 미국의 태평양 배치 해군력이 중국의 태평양 배치 해군력에 맞서는 대응전략에 집중하는 것은, 항모강습단을 동원한 미국의 한반도 북침전쟁연습이 지속되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미국 공군이 보유한 작전기 가운데 3분의 1을 2020년 이전에 해체하면, 군산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8전투비행단과 오산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51전투비행단이 해체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인민군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갔고, 인민군 특수부대의 공격대상으로 전락한 주한미공군기지들은 군사전략적 가치를 이미 잃어버렸다. 그 동안 한반도에서 수시로 북침전쟁연습을 벌여온 주한미국군 공중무력은 2020년 이전에 사라질 것이다.
미국의 군사비 삭감과 그에 따른 군사력 감축이 2012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은, 전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정전체제 속에서 살아온 남측 국민들과 북측 인민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이 북침전쟁연습을 영구 중단하고, 북측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군할 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정세변화가 몇 달 뒤부터 시작되니 어찌 반가운 소식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그러한 정세변화가 2012년에 시작되어 2020년에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측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로 핵보유 군사강국으로 등장한 북측은 2012년에 강성국가 건설기에 진입하고 국력강화를 계속 다그쳐 2020년에 최전성기에 이르는 국가발전계획을 추진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국가재정 파탄위기에 빠진 미국은 국가예산을 삭감하고 군사력을 축소해야 할 처량한 신세다. 미국 연방의회 초급 위원회가 만들어내는 재정긴축안을 정상적으로 시행한다 해도 유럽연합이 파산국면에 빠진 것으로 하여 미국의 국가재정 파탄위기가 해소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므로, 미국은 현존하는 재정긴축안보다 더 강도 높은 방안을 추가로 채택해야 할 것이다. 그로써 미국은 군사력 감축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 감축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이 위축되는 것을 뜻한다. 북측은 위축되는 미국의 한반도 지배력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대미압박공세를 전개할 것이다. 그로써 한반도를 짓누르던 미국의 북침전쟁위험은 차츰 사라지고 주한미국군은 단계적으로 철군하여 평화지수가 결정적으로 높아진다. 이 민족이 열망하는 자주적 평화통일이 실현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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