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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삼분지계로 양당제 혁파하자

토론게시판

by 붉은_달 2012. 4. 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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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를 위한 제언
우리사회연구소




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이틀 남았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위원장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연대한 거야(巨野)에 맞서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참, 박근혜 의원장의 셈법이 독특하다. 민주통합당의 의석은 89석이다. 통합진보당의 7석을 합치더라도 96석으로 100석이 채 안 된다. 반면 새누리당은 173석이다. 이쯤되면 새누리당은 "초대형 거여(巨與)"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야권연대가 파열음을 내던 3월 말, 새누리당에서는 "원내 제1당" 이야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왔지 않은가. 

물론 박근혜 위원장도 이명박 대통령처럼 "선거 때 무슨 얘기 못 하나?"라는 생각으로 되는대로 쏟아냈을 법도 하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고, 구태정치의 표본이다. 이런 정당이 표를 구걸하고 다닌다니. 한마디로 역겹다. 

18대 총선을 망쳐먹은 한나라당 

18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몸싸움이 만연했던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1만1162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율(대안폐기안 미포함)은 17대 12.1%, 16대 15.6%에 크게 못 미치는 5.4%에 불과했다고 한다. 지난 21일에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에 연루돼 현직 국회의장이 비위 혐의로 사퇴하고 사법처리를 받을 처지에 있는 전대미문의 사건도 발생했다. 

18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었던 핵심 이유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수족노릇을 자처했던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 170석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 온갖 전횡을 부렸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바타 정당이었으므로 이번에는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갈아치웠다. 새누리당은 분명 박근혜 위원장의 아바타 정당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운전할 때 조수석도 아니고 뒷좌석에 앉아서 졸고 있던 사람이 박근혜 위원장이다. MB 운전할 땐 아무 말도 안 하고 자기 차례 올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의 지적처럼, 박근혜 위원장은 얼굴만 바꾼 이명박 대통령이지 않은가? 

한나라당과 신한국당이 다르지 않았고, 신한국당과 민자당이 다르지 않았고, 민자당과 민정당이 다르지 않았듯이, 새누리당도 한나라당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19대, 국민의 선택은? 

이제 국민들은, 18대 국회 같은 막가파, 날치기 국회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19대 국회 총선에서 우리가 바라는 목표를 무엇으로 잡아야 하겠는가? 

새누리당 심판? 민주당의 과반확보? 물론, 의미가 없지 않다. 드러난 혐의만 하더라도 대통령의 아들, 부인, 사돈, 사위, 조카, 조카사위, 동서, 사촌처남이 모조리 비리혐의에 연루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의문은 아직 사라지지 않는다. 

민주통합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였던 17대 국회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음을 우린 잘 알고 있다. 17대 국회 점수가 좋았다면, 18대 국회에서 보수정객이 200명이나 국회에 들어가는 일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민심은, "새누리당은 아니다. 하지만 도로 17대 국회도 아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갈 곳 없는 민심, 과연 양당제인가? 

이 대목에서 우린 미국식 양당제의 폐해를 발견할 수 있다. 두 거대정당들이 때로는 짜고 치고, 때로는 서로 갈라먹으며,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반복해버리면, 19대 국회가 아니라 190대 국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바뀐다는 희망은 "글쎄"다. 양당제 구도 아래에서는 총명하고 진보적인 정치신인들이 결코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에 비해 개혁성향이 강하지만 국민이 바라는 새 사회를 주도할 만큼 충분히 진보적이지는 못하다. 단적으로 한미FTA에 대한 입장, 재벌개혁에 대한 입장 등에서 소극적이며 절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권을 강조하고 개혁을 표방하면서도 국가보안법 폐지는커녕, 대체입법도 못하였다. 인적 구성에서도 김진표 원내대표 같은 한미FTA 찬성론자가 여전히 당의 요직을 맡고 이번 총선에 공천될 정도다. 당 차원에서 약속했던 야권단일화 경선에 불복한 후보들도 모두 민주통합당 출신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민들은 투표를 외면했다. 제17대 총선에서 투표율은 60.6%였지만 열린우리당의 지지부진한 개혁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18대 국회에선 상당수가 투표소를 떠나버려 투표율이 46.1%에 머물렀던 것이다. 

"찍을 놈이 없다." 문제는 국회의원 후보가 "선생님"도 아니고, "님"도 아니고, "놈"으로 불리는 세상. 국민들이 국회를 혐오하고 진저리치는 것은 따지고 보면, 두 거대정당들이 때로는 짜고 치고, 때로는 서로 갈라먹으며,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반복해버렸기 때문에 나타났던 문제 아니었나? 

국민들은 양당제를 단호히 거부한다. 국민들은 새 인물, "정치스타"를 갈망한다. 이는 작년 10.26 재보선과정에서 나타난 안철수 효과로 증명되는 셈이다. "착하다"와 "일 잘한다"는 이미지를 가진 안철수 원장이 전폭적인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안철수 원장이 "착한 이명박"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두 거대정당 구조를 깨버릴 대안의 가능성으로 보았기 때문이지 않나. 

"정치스타"가 아닌 천하삼분지계 

하지만 안철수 원장은 스스로 언급하듯, 아직 원장일 뿐이다. 지지율은 있으나, 정치인으로 갖춰야 할 핵심적인 정책이 없고 세력이 없다. 뜨뜨미지근한 발언으로 국민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안철수 원장이 만일 정치전면에 나선다면, 얼마나 기성정치권과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줄 지, 아니면 기성정치권에 또 그렇게 그렇게 흡수되어 버릴 지, 아직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2007년, 문국현 후보가 반짝스타로 등장했지만, 대선이 끝나고 나자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곧바로 사라지고 말았다. 

모두가 정신 바짝 차리고 민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경쟁적으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면, 한 두명의 정치인으로 안 된다는 결론이다. 핵심은 "정치스타"가 아니라 적당하게 짜고 치고 갈라먹는 야합형의 양당제를 뛰어넘어야 한다. 천하삼분지계로 가야 한다. 

18대 국회의 원내교섭단체가 한나라당과 민주당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모두들 무릎을 칠 테지만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결합한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 있었다. 그러나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국민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의 이념, 노선, 정책이 판박이였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천하삼분지계가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야권연대를 표방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의 정옥임 후보는 "야권연대면 그냥 당을 통합하던가 하지, 같은 당도 아닌데 왜 하나인 것처럼 행동합니까?"라고 질문하였다. 이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노회찬 후보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일본하고 한국도 사이 안 좋지만 외계인이 침공하면 함께 해야 하잖습니까?"라는 것이다. 

해법은 여기에 있다. 자유선진당은 이념과 노선이 한나라당과 같았기에 원내교섭단체가 되어도 존재가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 이념이 다르고 노선이 다르다. 통합진보당은 재벌개혁에 있어서 민주통합당보다 적극적이다. "무상급식"의 원조정당이었던 통합진보당은 "반값등록금"과 "예비군 폐지"를 주장하며 나아가 "무상교육"과 "평화군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엇보다도 두 거대정당이 적당히 짜고 치고, 적당히 서로 갈라먹는 구태정치의 관행을 끊어버릴 수 있다. 우리 국회는 진보-개혁-보수로 재편될 것이며 비로소 구태정치인은 배겨날 수 없으며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발로 뛰는 정치인이 각광받는 건전한 의정풍토가 마련될 기초가 형성된다. 

19대 국회를 위한 제언 

19대 국회를 맞이하는 국민의 가장 큰 목표는 "건전한 의정풍토", 즉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이다.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것도 결국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한다. 

물론 후안무치의 무개념을 확고히 보여주는 이명박 정권은 철저히 결산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에 절대다수의 의석을 맡기기엔 무언가 개운치 않다. 2% 부족하다.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구태정치를 청산하는 천하삼분지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에게 정권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원내교섭단체라는 '발언권'을 줘 보고, 얼마나 감시하고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지켜볼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안철수 원장이 가진 지지율은 없지만, 안철수 원장이 갖지 못한 정책과 세력,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진보정치세력이 국회에 진입한 지 12년이 되어간다. 통합진보당은 '무상급식' 정책을 개발하였으며 한미 간 불평등한 무역협정, 재벌에 맞선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그들에게, 원내교섭단체라는 '발언권'이 무리한 부탁인가? 야권연대가 이명박 정권을 철저히 심판하는 것과 더불어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을 견제할 '발언권'을 가질 때, 19대 국회는 국민들의 바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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